
일러스트레이션 장광석
통일교 정치권 로비 파문에 다소 묻히기는 했지만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비리 논란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심각한 문제다. 그는 자신과 자기 가족에게 과도한 의전과 특혜를 요구했고 보좌진에게는 자녀의 직장 업무까지 시키는 등 사적인 잡무를 강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설사 그 진위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해도 사건의 진상을 묻는 기자에게 ‘상처에 소금을 뿌리냐’며 짜증 내고, 보좌 직원을 일제히 해고하며 볼썽사나운 폭로전을 벌이는 행태만은 분명하다.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온갖 사리사욕을 채웠으면서도 잘못을 부인하는 그의 태도야 비판받아 마땅하다. 다른 공공기관 업무보고 자리에서 대통령이 질타했던, “권한을 행사하면서 책임은 다하지 않겠다는, 천하의 도둑놈 심보”다.
이 문제를 일부 개인의 탐욕과 몰염치로만 치부해서는 곤란하다. 가령 김재연 진보당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제19대 국회의원 재직 중 대한항공이 제공한 의전을 적극적으로 거절했다는 일화를 구구절절 설명했으나, 본인은 특혜를 안 받고 잘 피했으며 ‘알아서 기는’ 대한항공이 문제란 말로밖에는 읽히지 않는다. 더구나 글의 말미에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방안을 찾자고 짧게 덧붙였는데 제15대 국회부터 지금까지 20년째 선거제 논의만 하면서도 제자리걸음인 정개특위에서 과연 이 문제를 어떻게 개혁하라는 건지 알 수 없다. 매니저 갑질 문제가 불거진 개그우먼 박나래와 김병기 의원을 비교하며 조소한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도 마찬가지다. 사건의 본질을 호도하고 그 영향을 개인적 차원에만 국한하며 정작 해결책은 묘연하다.
국회의원 앞에서 기업들은 왜 알아서 기고, 보좌진은 모멸감을 느끼면서도 수족을 자처할까. 그렇게 했을 때와 그러지 않았을 때의 차이가 극명한데다 생존에까지 직결되기 때문이다. 국회의원들은 각자 속한 상임위원회에서 기업의 성쇠를 좌우할 중요 법제도를 만들거나 폐지하고 수정한다. 인턴을 포함해 총 9명에 이르는 보좌직원의 생살여탈권도 쥐고 있다. 그 권한 행사에서 국회에 종속되지 않는 독자적 지위의 1인 입법기관이 바로 국회의원이다.
이들의 직권남용은 비단 피해 당사자에게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가뜩이나 심각한 정치 불신을 악화한다. 사람들은 기업이나 자본, 혹은 대형 종교재단이 바라는 대로 움직이는 국회의원을 ‘바지’라 생각하고, 정치가 ‘민생’을 해결해주리라 믿지 않는다. 강력한 팬덤을 둔 일부 정치인 외에 다수 의원이 정치후원금을 넉넉히 모으지 못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정치란 알아서 잘 먹고 잘 사는 정치인들의 직업적 행위에 불과한바, 후원 같은 적극적 행위가 개인에게 주는 효용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의욕적으로 자기 뜻을 펼쳐보려는 성실한 정치인들의 활동 반경은 자연히 좁아지고, 국회 보좌진의 일은 더티워크(사회 유지에 필요하지만 윤리적으로 부적절하다고 여겨져 다수가 꺼리는 노동)로 전락한다.
김병기 의원 문제는 단순히 개인의 부정에 그치지 않는다. 우리 정치의 고질적 병리 현상이다. ‘쿠팡 창업주’ 김범석이라는 희대의 빌런이 암약하는 이 상황에서도 우리 정치는 왜 무력한가. 병약하기 때문이다. 김병기 의원 문제도 실은 쿠팡 임원진과의 호텔 식사가 발단이 되지 않았던가. 환부를 도려내는 것은 물론이고 병의 기전을 밝혀 재발을 막는 강력한 처방이 절실하다. 내 문제가 아니라고 발을 빼거나 우리 당 일이 아니라고 비난만 퍼붓는 태도로는 병증만 심화할 것이다.
신성아 ‘사랑에 따라온 의혹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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