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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일당 때문에 김정은이 고마울 줄은

내란 1년, 가슴을 쓸어내리게 했던 일들의 연속… 끝내 이기기 위해 더 견뎌야 할 싸움
등록 2025-12-04 23:04 수정 2025-12-07 09:05
12·3 비상계엄 1주년인 2025년 12월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역 3번 출구 앞에서 신자유연대 주최로 열린 이재명 대통령 재판 재개 촉구 집회에서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 영상이 재생되고 있다. 연합뉴스

12·3 비상계엄 1주년인 2025년 12월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역 3번 출구 앞에서 신자유연대 주최로 열린 이재명 대통령 재판 재개 촉구 집회에서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 영상이 재생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시점에 한번쯤은 ‘스페셜 생스 투 김정은’ 해도 되지 않을까. 윤석열 일당이 벌이려던 짓을 되짚어보면 모골이 송연하다. 진짜 한반도가 불바다 될 뻔했구나. 그 시점에 북한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대규모 파병을 한 상황이 아니었다면, 김정은에게 ‘어떤 분별’이 없었다면, 혹은 제대로 된 정보가 없었다면…. 으아.

사과 같지도 않은 사과를 했다고 우기고 뻗대는 국민의힘을 보면서, 당장 형틀을 씌워도 모자랄 내란 동조범과 방조범이 줄줄이 풀려나는 모습을 보면서, 김건희와 한덕수가 받은 터무니없이 가벼운 첫 구형량을 보면서, 우리의 민주주의가 얼마나 불완전한지 새삼 확인한다. 윤석열 배출 정당에서 나오는 아무 의미값 없는 헛소리를 들어줘야 하고, 내란 관련 피고인들은 물론 변호인들과 재판장까지 세트로 벌이는 쇼쇼쇼를 참고 지켜봐야 한다.

지난 1년 우리가 가장 많이 한 일은 가슴을 쓸어내리는 것이었다. 윤석열은 짐작 이상으로 ‘돌아’ 있었다. 국정을 책임진 지 반년 만인 2022년 11월 이미 국민의힘 지도부와 만찬을 하면서 “내가 총살당하는 한이 있어도 다 싹 쓸어버리겠다”고 했다. 그 뒤로도 여러 자리에서 “비상대권”을 들먹였다. 그냥 놀고먹고 마시면서 일 못하는 핑계로 반국가세력을 들먹인 게 아니었다.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의 메모에 담긴 ‘미니멈 안보 위기, 맥시멈 노아의 홍수’는 누가 봐도 최소 국지전, 최대 전면전인 상황이다. 국군심리전단 출신 병사의 증언에 따르면, 북한의 오물풍선전은 우리 쪽이 먼저 비밀리에 벌인 작전의 결과였다. 최전방으로 이동해 대북 비방 전단을 오밤중에 풍선 100개에 가득 담아 날려 보내는 도발을 열 번도 넘게 했다는데, 아무것도 모르던 최전방 부대 장병들을 원점 타격에 노출시킨 이 위험천만한 작전을 합동참모본부도 모르게 했단다. 평양 무인기 침투 못지않게 김정은과 북한 군부를 노골적으로 자극하는 일이었다. 그들이 삐끗 한 치만 다른 판단을 했다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상상하기도 힘들다. 윤석열이 입버릇처럼 한 “싹 다 쓸어버려”가 그냥 격노에 취한 주정이 아니었다.

알코올·권력 중독자 윤석열 곁에서 그 주정을 실행에 옮기는 손발 노릇을 한 이들은 어떤 생각이었을까. 전쟁광이 아니라면 적어도 자신은 윤석열과 함께 ‘방주’에 오르리라 믿은 게 틀림없다.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사태’를 만들어 비상계엄의 명분을 갖추는 데 조력한 다음, 영구집권의 단물을 빨 꿈이었을까.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들 모두가 윤석열만큼이나 성급하고 어리석은 탓에 그 공작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그 많은 참모와 장성들, 특히 국민의힘 의원들은 뻔히 알고도 윤석열의 전횡을 막지 않았다. 최종 ‘빌런’이 윤석열뿐일까. 우리가 잊고 있으나 국민의힘은 내란을 방조한 전 국무총리 한덕수를 탄핵당한 윤석열에 이어 대권 후보로 세우려 한 정당이다. 알량한 권력을 유지할 수 있다면 제2, 제3의 윤석열을 얼마든지 만들어내고 싶을 것이다.

우리의 민주주의가 지금까지 빚어낸 정치체계와 공론장은 미운 놈에게도 떡을 주게 돼 있다. 호강에 겨워 요강에 똥 싸는 모습도 감수하도록 돼 있다. 아쉽고도 분통 터지는 일이지만 그게 민주주의다. 민주주의는 지는 싸움이다. 더 사랑하는 쪽이 진다. 지키고 키우고 돌보는 쪽이 늘 진다. 그런 줄 알면서도 끝내 이기기 위해 꾸역꾸역 지고 있는 나와 당신을 응원한다.

 

김소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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