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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반도체 살리기에 힘쓰는 사이… “노동자 안전·건강에도 관심 가져야”

등록 2026-10-22 21:18수정 2026-10-28 17:30
김현주 이대목동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김현주 제공

김현주 이대목동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김현주 제공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산업은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로 전격전으로 나아가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2030년 반도체 공장 가동’이라는 목표 아래 300여 개의 규제 특례를 담은 ‘초광역특구법’을 정기국회 최우선 안건으로 올렸다. 정부와 정치권이 작정하고 호남 반도체산업의 모든 걸림돌을 치우는 과정에서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을 외치는 목소리는 점점 작아지고 있다.

노동권이 구석으로 몰리는 상황에서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이 2026년 10월28~30일 반도체산업 노동자의 직업병, 노동권 침해, 지역사회의 환경 등을 주제로 국제포럼을 연다. 포럼에 참석하는 여러 연사 중 반도체 노동자의 생식 건강 문제를 젠더 관점에서 다룰 김현주 이대목동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사진)를 전화로 만났다.

 

―맡은 세션을 소개해달라.

“지난 40년간 미국·대만·한국에서 이루어진 연구를 통해 유산, 난임, 자녀의 선천성 질환 등 생식 건강 위험이 어떻게 밝혀졌으며, 왜 피해 인정과 예방 조처가 늦어졌는지 살펴본다. 또한 반도체 노동자와 자녀의 건강 손상에 대한 산업재해 인정 과정과 제도적 한계를 짚어본다. 특히 남성 노동자의 유해물질 노출, 임신 중뿐 아니라 임신 전 노출까지 고려해 노동자와 다음 세대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 개선 방향을 논의할 예정이다.”

― 반도체 직업병과 관련해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있다.

“반도체산업의 직업병을 놓고 2011년 이전 입사자의 백혈병, 유방암 등 8개 질환에 대해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역학조사를 생략하는 ‘추정의 원칙’을 적용한다. 그러나 적용 범위가 지나치게 좁고, 이 기준에 해당하지 않으면 역학조사조차 하지 않고 산재를 불승인하기도 한다. 산재보험의 취지에 맞게 의학적·과학적 근거를 종합하되 법적·규범적 판단을 해야 한다. 2023년 시행된 태아산재법은 중요한 진전이었지만, 아버지의 업무상 노출로 발생한 자녀의 건강 손상은 보호 대상에서 제외됐다. 대법원이 법 시행 전 발생한 자녀의 건강 손상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는데도 소급 적용은 제한적이다.”

 

― 이재명 정부의 산업부와 경영계는 반도체 연구개발직의 주 52시간제 특례 적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평가하나.

“장시간 노동은 곧 유해인자에 노출되는 시간이 길어지고, 노동으로 인한 피로와 신체적 부담에서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든다는 것을 뜻한다. 즉, 직업병 발생 위험을 증가시킨다. 특히 반도체산업에선 다양한 유해화학물질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고, 야간노동은 생식 건강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례 적용 대상인 ‘연구개발직’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연구원뿐 아니라 시험생산 등에 참여하는 노동자도 포함되는지 명확히 해야 한다. 물론 직무·직급에 따라 노동자의 생물학적 취약성이 다르지 않기에 연구원이든 시험생산 노동자든 유해인자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같다.”

 

―정치권과 정부, 경영계가 반도체 업종에 사활을 걸었다. 직업환경의학 전문의로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지점이 있다면.

“특정 산업의 발전은 수출 실적이나 기술 경쟁력뿐 아니라, 노동자들의 건강과 안전으로도 평가해야 한다. 반도체산업에는 수많은 협력업체가 참여한다. 지금도 협력업체 노동자는 원청 노동자보다 열악한 노동조건과 작업환경에 놓여 있다. 유해화학물질 노출과 장시간 노동 등으로 인한 건강 위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협력업체를 포함한 산업 전체의 노동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새로운 공정과 화학물질을 도입할 때부터 건강 위험을 평가하고, 노동자의 알권리와 작업환경 정보 접근권을 보장해야 한다.”

 

―한겨레21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산재 사망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늘었지만, 여전히 직업병 사망과 생존자의 고통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상황이다. 한겨레21과 언론이 직업병 예방과 보상 문제에 더 관심을 가지고 깊이 있는 진단을 통해 사회가 건강해질 수 있게 노력해주기를 바란다.”

 

장필수 기자 fe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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