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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 ‘연임·중임 않겠다’는 말이 그리 어려운가

개헌 위한 임기 단축 필요 없는데, ‘임기 단축 썰’ 흘리는 대통령의 속내는
등록 2026-08-20 21:40 수정 2026-08-23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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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2026년 8월18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1회 을지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2026년 8월18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1회 을지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누구나 마음속에 개헌안 하나씩은 품고 있다. 오랫동안 나는 지방분권을 위한 개헌을 바랐다. 서울 언저리에서 나고 자란 내 아이가 미어터지는 수도권에선 집 한 칸 마련은커녕 밥벌이조차 하기 쉽지 않아 보이니 이 마음이 더 강해진다. 이재명 대통령이 서울대를 세종시로 끌고 가면 ‘일타쌍피’로 정말 좋겠다는 상상도 해본다.

1987년 헌법을 만들 때는 미처 예상하지 못한 문제들이 39년간 차곡차곡 쌓였다. 모든 권력은 감시와 견제가 필요하고, 효율적으로 기능해야 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일을 제대로 하려면, 감사원이 권력자의 호위 무사 노릇을 안(못) 하려면, 대법원장의 독단적인 대법관 임명제청권을 제한하려면 개헌이 필요하다. 관련한 논의는 차고도 넘친다. 여러 버전의 방안도 다 나와 있다. 차분히 뜻 모아 고르고 정하면 된다.

우연인지 의도인지, 대통령이 야당 중진 의원들과 골프 회동을 하고 개헌 얘기도 나눴다는 소식이 뒤늦게 들렸다. 조정식 국회의장이 마치 이 대통령이 연임이나 중임을 할 수도 있는 것처럼 “국민 선택의 문제”라고 말해 큰 논란을 부른 차였다. 이 역시 말실수인지 떠보기인지 의견이 분분했다. 야당은 발끈하고 각종 억측이 판친다. 그중 나쁜 건 ‘계속 대통령 해먹으려 한다’이고, 더 나쁜 건 ‘공소취소 안 될 것 같으니 아예 임기를 늘려 사법리스크를 없애려 든다’이다.

청와대는 급히 수습했다. 대통령 4년 중임제가 국민의 수용성이 가장 높다면서도 개헌은 국회 200석 이상의 동의가 필요한 만큼 여야 합의로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도 직접 설명했다. 2026년 8월14일 소셜미디어 엑스(X)에 “4년 중임 또는 4년 연임제로 변경하여 중간평가를 통한 책임정치가 가능하도록” 하자는 것이 공약이자 일관된 입장이라고 했다. 맞다. 그런데 의아하다. ‘내가 연임하거나 중임하는 일은 없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헌법은 개헌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게는 그 효력이 없다고 규정하고, 측근들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하니 굳이 직접 말을 보탤 필요가 없어서?

익히 보았듯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비롯한 각종 자리에서 놀라운 집중력과 장악력을 보이며 모든 문제에 모든 말을 한다. 막힘없는 설명과 비유를 특유의 소통 스타일로 내세운다. 그런데 왜 이 문제에는 유난히 말을 아낄까. 정확히는, 딱 그 말만 하지 않을까. 지금까지 관련한 언급이라곤 지난 대선 때의 “(효력이 없다는 규정도 고칠 수 있다지만) 정치 도의상 어길 수 없다” “국민들이 쉽게 용인하지 않을 것” 정도이고, 집권 뒤 야당 인사들을 만나서는 “어차피 안 된다”고 했다는 전언이 있을 뿐이다.

대신 대통령은 엑스 글에서 “개헌을 위해 임기 단축이 필요하다면 이를 수용할 수 있다는 것이 2022년 대선 당시 저의 공식 입장이고,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고 했다. 왠지 말을 빙빙 돌린 느낌이다. 이번 글은 고심해서 쓴 티가 물씬 난다. 연임과 중임을 나란히 놓고, 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 같은 분권형 개헌론자들의 주장도 구체적으로 꼽아 일축했다. 그리 공들인 글에 굳이 ‘임기 단축 썰’은 왜 끼워넣었을까. 지금은 개헌을 위해 대통령 임기를 단축할 필요가 없다. 임기가 끝나는 2030년부터 4년마다 지방선거와 대통령선거를 함께 치르면 되니까 말이다.

연임이나 중임을 않겠다고 말하기가 그리 어려운가. 혹시 우리가 잘 모르는 이유나 맥락이 있다면 그거라도 밝혀주기 바란다.

 

김소희 칼럼니스트

한겨레 저널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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