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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만이 끓인 김치찌개, 오랜만의 그 맛

A2O LITE 신곡 ‘네온’ 호평… ‘뚝심, 재능’ SM 전성기 읽는 반응들
등록 2026-10-22 21:17수정 2026-10-27 08:56
걸그룹 에이투오 라이트(A2O LITE)의 ‘네온’ 뮤직비디오. 유튜브 갈무리

걸그룹 에이투오 라이트(A2O LITE)의 ‘네온’ 뮤직비디오. 유튜브 갈무리


2023년 이수만은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분쟁 끝에 지분을 하이브에 넘기고 회사를 떠났다. 대가는 3년간 국내 음반 제작 금지였다. 그는 싱가포르에 에이투오(A2O)엔터테인먼트를 세우고 2024년 중화 걸그룹 에이투오 메이(MAY)를 데뷔시켰다. 데뷔곡은 동방신기 ‘주문’을 영어로 개사한 곡이었는데, 떠난 회사의 유산을 스스로 다시 꺼내 든 셈이다. 그리고 2026년 초 경업금지가 풀리자, 10월12일 데뷔쇼를 열고 보이그룹 에이투오 소울(SOUL)과 걸그룹 에이투오 라이트(LITE)를 동시에 내놓았다.

구조부터 그답다. 두 팀은 젠더도 콘셉트도 다르지만, 데뷔쇼 제목 ‘웰컴 투 소울라이트’(WELCOME TO SOULITE)가 말해주듯 하나의 세계관으로 묶인다. 다국적 멤버, 대규모 인원, 팀을 넘나드는 서사는 엔시티(NCT)에서 실험했던 확장형 모델의 연장선이다. 글로벌 시장을 겨냥했다는 점에선 슈퍼엠(SuperM)과도 겹친다. 팬들에게 이 구조는 기대보다 경계심을 먼저 부른다. ‘무한 확장’은 사전에 불가피한 축소와 이탈의 원리를 염두에 두지 못했다는 한계를 드러냈고, 역량 있는 유닛은 이벤트성 활동에 그친 후 기약이 없기 때문이다.

그 의심을 먼저 푼 건 그룹 작동 원리에 대한 설명이 아닌 노래 한 곡이었다. 에이투오 라이트의 ‘네온’(NEON)이 공개되자, 보아를 비롯한 에스엠 그룹들의 비주얼과 음악이 떠오른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사람들은 이런 반응까지 예상한 듯한 이수만의 행보를 ‘뚝심’이자 ‘재능’이라 부른다. 유행을 좇지 않고 자기가 가장 잘하는 소리를 끝까지 밀어붙였다는 뜻이다.

이 반응은 한 장면과 겹쳐 보면 더 선명해진다. 유튜브 채널 ‘머니그라피’에서 한 음악평론가는 더는 상승가도를 달리지 못하는 케이팝을 진단하며 “뉴진스 때 다들 좀 기대를 했단 말이에요. (중략) 약간 흐지부지된 게 있다보니까 그럼 넥스트는 누구지? 코르티스가 될까?”라고 말했다. 팬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넥스트’는 다음 먹거리를 찾는 업계의 언어다. 다음 후보로 시선 옮기기에만 급급하다면, 매번 신인그룹 막내 멤버의 나이를 확인하며 더 어려지는 케이팝에 놀라고, 세대를 나누는 공식 속에 각자가 정의하는 숫자는 미끄러지기를 반복한다. 케이팝 팬들은 더는 ‘넥스트’를 궁금해하지 않는지도 모른다.

팬들이 원하는 건 ‘김치맛 마카롱’ 같은 새로운 요리가 아니라 ‘잘 끓인 김치찌개’다. 익숙해서 편안하지만, 아무나 제대로 못 끓이는 주방장의 요리. ‘네온’에 대한 반가움은 오랜만에 제대로 된 그 맛을 마주하게 됐기 때문이다. 에이투오는 사람들에게 다음을 약속하지 않았고 대신 지속하는 걸 보여줬다. 2026년 케이팝 시장에선 그게 더 힘 있는 메시지다. 이수만이 기획한 그룹 곁에는 곡 작업에 참여한 유영진, 연습생 트레이닝과 안무·스타일링을 이끈다고 알려진 소녀시대 써니가 있다. 사람들이 ‘네온’의 첫 소절부터 에스엠의 전성기를 읽는 이유다. 이수만은 이제 지식재산권(IP)을 만드는 사람일 뿐 아니라 이름 자체가 하나의 지식재산권이 됐다. 멀티 레이블 시대에 기획사는 점점 얼굴 없는 시스템이 돼가지만, 에이투오는 거꾸로 한 사람의 취향과 고집을 전면에 내세운다.

 

서해인 콘텐츠로그 발행인

 

*깨어 있는 시간의 대부분은 케이팝을 듣습니다. 케이팝이 만들어낼 ‘더 나은 세계’를 제안합니다. 3주마다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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