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1월15일 체포팀이 서울 용산구 대통령 관저에서 윤석열을 체포하던 당시 경호처는 ‘공무원 복종 의무’ 뒤에 숨어 영장 집행을 저지해 ‘대통령의 사병’으로 전락했다는 비난을 샀다. 한겨레 김영원 기자
‘까라면 까!’
이 한마디면 그게 양파든 대파든 까야 했던 공무원들이 76년 만에 ‘복종 의무’의 족쇄에서 풀려나게 됐다.
인사혁신처와 행정안전부는 2025년 11월25일 국가공무원법과 지방공무원법 개정안을 각각 입법 예고하고 ‘복종 의무’ 조항을 삭제한다고 밝혔다. 대신 ‘지휘·감독에 따를 의무’로 조문을 바꾸고, 상관의 지시가 위법하다고 판단될 경우 공무원이 의견을 제시하거나 이행을 거부할 수 있다는 내용을 새로 넣었다. 또한 이를 이유로 불리한 처우를 못하도록 하는 보호 장치도 신설했다.
1949년 제정된 현행 국가공무원법 제57조는 ‘공무원은 상관의 직무상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 조항 탓에 2024년 12월 비상계엄 사태가 발생하자 ‘공무원이 위법한 명령을 거부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지적이 나왔고, 잘못된 명령임에도 복종하면 향후 그 책임이 개인에게 전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쏟아졌다. 대통령경호처는 이 조항 뒤에 숨어 체포영장 집행을 물리적으로 막는 등 사실상 ‘대통령의 사병’ 역할을 해서 전 국민적 비난을 사기도 했다.
‘상명하복’을 생명으로 하는 군 문화에도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국회 국방위원회가 같은 날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상관의 위법한 명령을 거부할 수 있는 ‘군인복무기본법’ 개정안을 심의했는데, 국방부가 개정안 내용에 찬성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이 개정안에는 명령 발동시 헌법과 법령을 준수해야 한다는 규정도 함께 담길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처는 12·3 비상계엄 사태를 계기로, 공무원이 맹목적 복종이 아닌 책임 있는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적 근거를 만들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다만 법이 바뀐다고 공직사회가 ‘영혼 없는 공무원’이라는 오명을 벗을지는 더 긴 시간 지켜봐야 할 듯하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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