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2025년 9월9일 의견문을 냈습니다. 정부가 차관 지원을 거부한 필리핀의 7천억원 규모 토목 사업이 권 의원의 압력으로 지원 재개됐다는 한겨레21의 단독 탐사보도가 나온 지 하루 만이고, 이재명 대통령이 해당 사업을 중지하라고 명령한 직후입니다. 의견문 내용을 보면 사실상 자백에 가깝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관련 기사: [단독] 권성동, 세 차례 압박에 “필리핀 사업 EDCF 지원 곤란” 판정 뒤집혔다 https://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7964.html)
권 의원은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지만, 동시에 자신이 이 사업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했는지, 왜 ‘압력’을 가해야 했는지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그는 “기금 신청국(필리핀)의 요청을 가능한 한 존중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했고 이 토목 사업이 ‘최핵심 국책사업’ ‘민생 프로젝트’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도 이미 권 의원이 말한 사업의 중요성을 충분히 검토했습니다. 그럼에도 사업 부실·부패가 우려돼 약 7천억원 규모의 사업에 대외경제협력차관(EDCF) 지원을 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필리핀과의 외교 관계도 문제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차관 지원 사업만 있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권 의원이 이 사업에 대해 너무나 구체적으로 알고 있었다는 점도 의아합니다. 그는 한국수출입은행이 필리핀 정부에 ‘일본의 지원을 받으라’고 제안했다는 내밀한 사실까지도 알고 있었습니다. 권 의원이 그런 결정을 할 위치에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EDCF 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정부입니다. 권 의원은 기재부를 감사하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도 아니고, 필리핀과의 외교 관계를 걱정할 외교통일위원회 소속도 아닙니다. 그저 사적인 판단으로 최상목 당시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과 기재부 공무원들에게 압력을 넣었던 것입니다.
EDCF는 한 해에 4조원 이상 승인되며, 2조원 규모의 예산이 집행되는 거대한 기금입니다. 거의 100% 국세로 조성됩니다. 부실·부패 사업에 잘못 투입될 때는 그만큼 많은 세금이 낭비될 수도 있습니다. 이 대통령이 “자그마치 7천억원 규모의 혈세를 불필요하게 낭비하지 않고, 부실과 부패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을 사전에 차단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한 까닭입니다. 그럼에도 이렇게 한 정치인의 관심과 압력으로 결정이 뒤집힐 수 있는 구조라면, 공정하다고 믿을 수 있을까요?
의문은 또 있습니다. 권 의원은 왜 수많은 EDCF 사업 가운데 특히 이 사업에 특별한 관심을 가졌을까요? 권 의원이 2022년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필리핀에 방문했고, 2023년 필리핀 정부와의 토론회에도 두 차례 참석한 것과 연관 있을까요? 권 의원이 ‘삼부토건이 사업에 참여한다’고 언급한 것, 이 사업 배경에 엘시에스(LCS)그룹이라는 필리핀 기업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까닭도 의문을 자아냅니다. 한겨레21은 이 의문을 계속 추적하려 합니다.
채윤태 기자 cha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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