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옹색하다! 민주당의 ‘내편주의’

실용정부라면서 장관 후보자 한 명 바꾸기가 그리 어려웠나
등록 2025-07-24 21:56 수정 2025-07-26 17:29
정청래·박찬대(오른쪽)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가 2025년 7월20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8·2 전당대회 순회 경선 영남권 합동연설회에서 파이팅을 외치며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정청래·박찬대(오른쪽)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가 2025년 7월20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8·2 전당대회 순회 경선 영남권 합동연설회에서 파이팅을 외치며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설사 여성가족부 장관으로 임명됐어도 제대로 일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가까이 접하는 공무원은 물론이고 유관기관 종사자에게 모든 언행이 감시와 평가의 대상이 되었을 터이니. 국민을 화나게 하는 정도를 넘어 서글프게 한 공직자가 제구실하기란 불가능하다.

화살이 여당 지도부와 대통령실, 나아가 대통령에게 향하는 판이었다. ‘갑질’이 얼마나 민감한 문제인데 이리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고집을 부리나 하는 우려를 넘어, 급기야 침울한 느낌마저 갖게 된 이가 적지 않았다. 이재명 대통령도 결국 ‘내 사람’에게 약한 건 별수 없나, 사람이 없는 건가 사람 보는 눈이 없는 건가, 하는.

당대표 후보인 박찬대 의원이 막바지에 “강선우 스스로 결단”을 촉구하지 않았다면 민주당은 두고두고 ‘쪽팔렸’을 것이다. 국민주권정부를 표방한 집권세력에서 누구도 ‘이런 인사’와 ‘이런 인사 시스템’에 대해 똑 부러지게 말을 못했기 때문이다. 사석에서는 “이건 아닌데, 위험한데…” 우세두세 수군거렸으면서 공개적으로 지명 철회나 자진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없었다. 비겁한 모습이었다.

무리하게 엄호하려다 부작용만 낳았다. ‘의원과 보좌관은 식구 같고 동지 같은 사이라 일반적인 직장 내 갑질과는 성격이 다르다’(문진석 당 원내수석부대표)고 했다가 ‘더불어갑질당’이라 욕먹었고, ‘젊은 정치인을 키우라고 강조하는 민주당인 만큼 기회를 줬으면 좋겠다’(김지호 당 대변인)고 했다가 ‘그럼 인턴을 하지 왜 장관을 하느냐’고 조롱받았다. 백번 양보해 그럼 그가 엄청난 실력의 소유자인가 따져보면, 정책이나 소신에서도 전혀 ‘어필’된 바가 없다. 오히려 ‘비동의강간죄’ 같은 성평등 분야의 기본 현안에 대해서도 답변을 회피하기 급급한 수준이었다. 왜 강선우여야 했는지 아무도 그럴듯한 이유를 못 댔다. 그의 사퇴가 왜 이렇게 어려웠어야 했는지 누구도 설명하지 못했다. 그 옹색함 뒤에는 “같은 편이니까…” 하는 ‘내편주의’가 깔려 있다.

과거 문재인 대통령은 참모와 장관이 다 자기 같으리라 믿었던 것 같다. 아니었다. 국정 운영에 시행착오와 어려움이 따랐다. 윤석열이 대통령이었던 시기에는 자기와는 다르리라(상식과 분별이 있으리라) 믿었을지 모른다. 아니었다. 나라를 험하고 대차게 말아먹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혹시 사람을 자기가 믿고 싶은 대로만 믿는 게 아닐까. 누가 봐도 부적절한 몇몇 인사를 왜 내치지 않았을까. 앞으로도 그럴까. 신속하고 실용적으로 사람 쓰고 일하겠다 하지 않았나.

모두가 대통령의 판단과 선택만 바라보는 분위기는 매우 곤란하다. 이런 ‘공기’는 권력의 속성상 너무 쉽게 퍼진다. 당장 당대표 후보인 정청래 의원은 장관 후보자의 ‘갑질 전력’에 온 국민이 놀란 인사청문회 직후 “곧 장관님” 운운하며 쐐기를 박는 발언을 했다. 앞질러 대통령과 ‘주파수’를 맞추려는 듯했다.

강성 지지자들은 인사든 정책이든 좌고우면 말고 강하게 나가라고 주문한다. 우상향하던 대통령 지지율이 주춤 꺾였다 해도 그리 큰 수치는 아니니 괜찮다고 한다. 국정 철학에 기반한 주요 개혁 과제나 몰아치는 통상·관세 압력에서 국익을 지키는 결단의 영역이라면 그래야 할 필요도 있다. 그런데 이건 너무 잘다. 대체할 수 있는 내 편 몇 명, 내 사람 몇 명 때문에 국민이 정권을 의심하게 해서야 되겠는가. 국민의 지지와 기대는 이런 데 사용해서는 안 된다.

 

김소희 칼럼니스트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