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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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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에서 이준석 뽑은 2030 청년 13명 심층 인터뷰…나까지는 분배해줄 ‘대변자’가 필요했다

‘나까지만 잘사니즘’에 대한 청년 세대의 욕망과 불안
등록 2025-07-04 12:08 수정 2025-07-15 17:49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가 제21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2025년 5월29일 고려대가 있는 서울 성북구 안암역 인근에서 청년 유권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가 제21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2025년 5월29일 고려대가 있는 서울 성북구 안암역 인근에서 청년 유권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광주 출신 김원준(28·가명)씨는 자신의 정치색을 ‘중도’라 말하는 청년이다. 지역의 4년제 사립대를 졸업한 뒤 여러 차례 이직을 거쳐 대기업에 입사했다. 어릴 때 집안 형편이 어려웠던 터라 경제관념이 투철하고, 주변 사람 대부분이 더불어민주당 지지자인 환경에서 자랐다. 12·3 비상계엄 사태는 “광주 사람이라 (남보다) 더 예민하게” 느꼈다. 그런 그가 제21대 대통령 선거에서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를 찍었다. 김씨는 “이준석이 착하고 정의로워서 지지하는 게 아니다. 그나마 청년 정책을 제일 신경 쓰기 때문이고, 이준석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런 (청년 대변) 정책을 이야기해줄 사람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20대 남성 37.2%가 이준석에게 투표

 

제21대 대선에서 최종 득표율 8.34%를 기록한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를 지지하는 청년의 이미지는 그간 ‘펨코’(에펨코리아, 남초 온라인 커뮤니티), ‘이대남’(20대 남성), ‘극우’ 안에 갇혀 있었다. 과연 그럴까? 지상파 3사의 출구조사 결과를 보면 20대 남성 37.2%가 이준석 후보를 선택했다고 답했다. 이는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36.9%),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24%)를 넘어선 수치다. 30대 남성 득표율도 25.8%에 달한다. 서울대 학보사의 조사에서도 이준석 후보가 35.1%로 대선 후보 지지율 1위를 차지했다. 대선 후보 3차 생방송 토론회 도중 이준석 후보가 극단적 성폭력 발언을 했음에도, 여전히 그를 지지한 청년들이 있었다.

한겨레21은 제21대 대선에서 이준석 후보에게 투표한 2030 청년 13명(여성 2, 남성 11)을 심층 인터뷰했다. 인터뷰는 2025년 6월23~30일 전화와 전자우편을 혼합해 진행했다. 이들에게 자신의 사회·경제적 지위, 정치·사회·경제적 시각, 이준석 후보에 대한 생각을 묻는 50여 개의 질문을 공통으로 던졌다. 인터뷰 결과는 청년 담론을 연구해온 김선기 신촌문화정치연구그룹 연구원과 함께 분석했다.

분석 결과 ‘나까지만 잘사니즘’(나까지는 주류에 편입돼 잘 살아야 한다)에 대한 청년 세대의 욕망과 불안이 읽혔다. 이들은 △기성 정치와 제도에 대한 신뢰가 낮고 △성장보다는 ‘공정한 분배’를 말하는데 그 분배가 ‘나까지의 분배’이며 △‘이준석=갈라치기’라는 등식은 기성 정치와 언론이 만들어낸 것이라 생각했다. 다수는 △정치 저관여층으로 이준석이 청년 정책과 관련해 성취한 일과 무관하게 ‘청년 정책을 신경 쓴다’는 이미지를 갖고 있고 △자신을 ‘합리적’이라 생각했다. 이준석의 지지동력이 ‘펨코’나 ‘안티페미니즘’이라 분석하기 어려웠고, 그보다는 현실을 ‘노답’으로 보는 2030이 ‘백마 탄 초인’을 기다리는 양상이어서 ‘넥스트 이준석’의 출현도 충분히 가능해 보였다. 그들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2025년 5월29일 이준석 당시 대선 후보가 유세하던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앞에서 한 청년이 “당신이 어떻게 청년 남성을 대표할 수 있습니까”라고 소리치자 현장 관계자들이 저지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 미디어몽구 갈무리

2025년 5월29일 이준석 당시 대선 후보가 유세하던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앞에서 한 청년이 “당신이 어떻게 청년 남성을 대표할 수 있습니까”라고 소리치자 현장 관계자들이 저지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 미디어몽구 갈무리


이준석은 2030의 ‘백마 탄 초인’?

 

‘미래를 여는 선택.’

선거 공보물에 인쇄된 주황색 글씨가 “5년, 10년 뒤 이야기를 하지 않는” 정치를 답답해했던 김대영(가명·39)씨의 마음을 흔들었다. 자신을 ‘중도보수’라 생각하는 김씨는 처음부터 이준석 후보를 찍겠다고 마음먹진 않았다. 초저출생, 경기 침체, 부동산, 일자리, 국민연금이 가슴을 짓누르는 상황에서 계엄까지 터지자 아이 둘의 아빠인 김씨는 1, 2번을 건너뛰고 4번을 택했다. 서울에 사는 김씨는 광주의 김원준씨처럼 “이준석 개인을 향한 호감보다는 어떤 대변자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처음엔 “솔직히 이재명을 지지”했던 경기도 거주자 김여진(29·가명)씨는 투표 당일 4번으로 돌아섰다. 자신의 한 표와 상관없이 “이재명이 될 것 같다”고 생각했고 “기성 정치인들에게 반박할 수 있는, 20~30대 청년을 대표할” 정치인에게 힘을 실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김여진씨는 “20~30대들은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생각해 많이 불안해한다. (정부가) 저출생 문제에 돈은 계속 쓰고 있는데, 결혼하고 애 낳을 청년들에게 어떤 정책을 펼칠지 정확한 목표 의식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가 바라는 정치는 ‘합리적이고 국익에 현실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정치’다.

이들에게 대표적으로 소구력이 있었던 공약은 ‘국민연금 개혁’이었다. 이 후보가 ‘현 국민연금이 미래 세대에 부담을 지우는 구조’라고 비판하며 ‘기존 가입자는 구연금, 신규 가입자는 신연금으로 분리’하자는 취지의 공약을 낸 것을 지지자 13명이 모두 언급했다.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노인빈곤율 1위인 상황 등 연금개혁과 관련한 복잡한 맥락이 제거된 이 공약은 ‘세대 간 갈라치기’라는 비판을 불렀지만, 이들은 ‘청년을 위한 합리적 공약’이라 여겼다.

“(대선에서) 청년들이 하나로 뭉칠 만한 좋은 명분이 없었는데, 연금개혁이 청년을 묶는 구체적인 어젠다가 됐다”(이준호·20대·가명), “절대 (낸 만큼) 연금이 돌아오지 않을 테니 이 돈으로 국외 주식을 사자고 한다”(김세형·37·가명), “국민연금이 젊은 세대가 많이 내고 나이 든 분들이 많이 받는 방향으로 개혁됐다. 이게 저출생에 한몫하고 있다”(이채문·24) 등이었다. 13명 중 유일하게 자신을 보수·중도 성향이라 하지 않고 ‘중도진보’라 말한 김여진씨조차 연금 문제를 놓고선 다른 사람들과 뜻을 함께했다. 그는 “이준석의 개혁안이 미래 세대에 부담이 덜 가고 연금의 실효성을 연장할 수 있는 방안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미래가 불확실할 때 사람들은 명확하고 단순한 답을 원하게 된다. 제도에 대한 낮은 신뢰는 “링 위에 올라가 기성세대와 싸울”(이준호) 초인에 대한 기대로 이어졌다. 김원준씨는 “50대들은 국민연금을 몇 년 더 내면 (낸 돈의) 몇 배를 받을 수 있다. 이건 대놓고 청년들에게 ‘너희가 희생하라’는 것 아니냐”라며 “막말로 10년 전부터 고쳐야 하는 걸 알면서도 다들 (인구구조상) 표심 때문에 아무도 안 건드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양당이 눈치 보면서 말 안 하는 걸” 이 후보가 했다고 평가했다.


“청년들도 살 만해야 한다는 분배 이야기”

 

흔히 보수 성향 유권자는 ‘성장’을, 진보 성향 유권자는 ‘분배’를 이야기한다고 알려졌지만, 이들의 언어는 여기서 비껴가 있다. 김선기 연구원은 인터뷰 대상자들의 발언이 “은근히 ‘성장’이 아니라 ‘분배’의 관점에서 얘기하고 있다”며 “기득권(기성세대)이 너무 잘 살고 있다는, 청년들도 살 만해야 한다는 차원의 분배 이야기”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이 분배는 “한계가 있는 분배”다. 김 연구원은 “분배가 나한테까지 왔으면 좋겠다는 것이지 ‘골고루 잘 살아요’에 대한 이야기는 아닌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애인과 여성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 개선에는 동의한다면서도, 구체적인 권리 증진을 요구하는 페미니스트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에 대해서는 ‘피해’를 받았다고 느끼며 반감을 드러내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성평등과 관련해서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나왔다. “제가 남자니 못 느낄 수 있지만 저희 부모님 세대는 성차별이 확실히 있었다고 보는데 지금은 오히려 취직할 때 역차별이 많지 않나”(김원준), “지금 여성이 차별받는 게 있는지 의문이다.”(이채문), “언제까지 여권 신장만 얘기할 건지. 역차별 이야기가 나온 지 몇 년 지나지 않았나.”(정석호·35), “페미니스트들이 얘기하는 ‘탈브라’가 자기 자유긴 하지만 그걸 시위까지 하는 것도 이해 안 간다.”(김수정·38·가명)

구체적 사례를 물으면 구조적 문제보다 대학입시·채용·연애·결혼 등 실생활에서 겪는 억울함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저는 엔지니어인데 제가 취업 준비를 한 곳은 대학 졸업했을 때 우리 과에 여성이 10%가 안 되는데도 공기업들이 여성을 30% 이상 채용한다니 문제다.”(김원준), “(여성들은) 원하는 것만 취하고 안 좋은 건 취하지 않겠다는 인상이 강하다. 모두 다 그런 건 아니지만 (기존 관습 중 여성에게 유리한 것은) 그냥 가자 이런 느낌이라.”(이준호)

“은퇴하기 전 30억원을 모으는 게 목표”라는 김세형(37)씨는 “월수입이 없는 부모님을 봉양하느라 현금성 자산을 많이 써야 했던 자신과, 부모님 덕분에 집 한 채 사서 그게 두 배로 오른 친구들 사이의 양극화”를 경험해 문재인 정부에 반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대기업에 다니는 그는 “회사 안에서 여자분들 잘하면 쭉쭉 올라간다”며 “여성이 차별받는다는 생각은 안 한다”고 밝혔다.

이준호씨는 “동 세대 여성은 연대해야 할 대상이지 싸워야 할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페미니즘을 주장하는 분들이 동 세대 남성을 가해자 중 일부로 생각하는 것 같고, 기성세대 남성보다 더 공격적으로 대하는 면이 있는 거 같다. 밥그릇 싸움 같다”고 말했다.

‘모멸감’(문학과지성사)을 쓴 사회학자 김찬호는 “남자나 여자나 젊은층이 살기 힘든 시대가 왔고, 사실은 코로나19 이후 청년여성 자살에 대한 연구 등을 보면 청년여성들은 더 힘들게 살고 있는데도 청년남성들이 타인의 불행은 보지 못하고 있다”며 “우리 사회에서는 여전히 ‘남자다움’이라는 게 중요해 청년남성이 권력 혹은 영향력을 발휘할 기회가 있어야 자신의 존재감을 느끼게 되는데, 그런 게 막힌 상황에서 정치적 영향력에 대한 갈망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자신은 굉장히 리버럴한 척하면서 동시에 권위주의적·위선적 면모를 보이는 진보 성향 기성세대에 대한 반발도 이를 증폭시켰다”고 해석했다.


내 아이 중학생 때 얼마 벌 수 있을까

 

흥미로운 점은 이들은 페미니즘에 반발하면서, 막상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 ‘최근 관심을 갖는 문제’ 등을 물었을 땐 결혼 생활과 돌봄 등과 관련해 더 많이 이야기했다는 것이다. “이 정도 벌어서 언제 결혼해서 애 낳고 가정을 꾸릴 수 있을까. 비교하게 된다.”(정석호) “아이가 중학생이 됐을 때 어느 정도 벌 수 있을지 불안하고 생계가 어려워지지 않을까.”(정원석·36) “이전 정권이 부동산값 폭등 문제를 핸들링하지 못한 채 똥물을 직접 뒤집어쓴 세대다. 부동산이 2배, 3배 오른 것이다. 목 앞에 칼이 들어선 느낌이었다.”(김대영·가명·39) “저출생 문제가 제일 시급하다. 국민연금을 낼 사람이 없어 문제가 되는 거다.”(김원준)

윤자영 충남대 경제학 교수는 “불안정한 현재를 초래한 구조적 원인에 대한 분석 없이 오히려 불만과 분노를 투사할 대상만을 찾는 경향이 심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이준석 동조화는 단지 페미니즘에 대한 반감으로 그치지 않고, 돌봄·복지·노동·환경 등 모든 공공적 문제에 대해 ‘누군가에게 더 주면 나에게는 덜 돌아온다’는 제로섬적 사고를 강화했다”며 “(청년들은) 이전 세대가 당연하게 누렸던 안정성, 예측 가능성, 사회적 보호를 경험하지 못했고, 에이아이(AI·인공지능) 등 기술혁신은 이러한 사회·경제적 조건을 더욱 세게 밀어붙일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인터뷰이 13명 중 직장인은 최소 3500만원에서 1억원 이상의 연봉을 받는다고 답했지만, 이들마저 불안감을 거두지 못하고 있었다. 노동조건이 취약한 5명 미만 사업체에서 근무하거나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를 받는 이는 없었다. 외국계 기업에서 일하며 연봉 6천만원 이상을 받는 김대영(가명)씨는 “30대 이하는 공동체적 가치가 해체된 시기에 유년기를 보냈다. 사회나 직장이 보호막이 돼줄 수 없다는 게 강렬한 기억으로 남았다”며 “‘내가 손해 보더라도 다 같이 잘 사는 게 중요하다’는 말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준석 후보는 이들이 가진 불안함을 파고들었다. 그는 △정치 세대교체 △과학기술 패권국가 도약 △새 술은 새 부대 등을 언급하며 자신을 변화할 미래의 적임자로 강조했다. 학원강사인 강신호(38·가명)씨는 “에이아이(AI·인공지능) 시대에는 기술을 이용하는 인간도 중요하다. (이준석이 내건) 교육 정책 공약이 전반적으로 미래의 방향성을 잘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대 열풍’으로 무너진 이공계를 향한 지원책(과학기술연구자 연금 제도 등)도 젊은 세대의 눈길을 끌었다. 이준호씨는 “이공계생들에게는 그냥 의사 하는 게 제일 좋은 사회가 돼버렸다. 이걸 타파해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었다”고 했다.

 

“공부도 노력도 했는데 ‘기득권’은 없다”

 

개혁신당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이준석의 핵심지지층이 “공부도 열심히 하고 할 만큼 노력도 했는데 기성세대만큼 누리지 못해 기득권이라 할 수 없는 이들”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이제는 변호사가 된다 해도 기득권은 아닌 시대”라며 “아버지 세대처럼 가부장적으로 살지도 못하는데 욕은 먹고, 주류에서 밀려난 ‘합리적 비주류’가 이 후보에게 감정을 이입하는 것 같다. 이런 사람들은 자기 이익을 대변해줄 선택을 하고, 이념적으로 진보냐 보수냐를 따지는 게 아니라 유불리를 따진다”고 설명했다.

제21대 대선 개표 결과를 보면, 이 후보는 전국 득표율이 8.34%였으나 주요 대학가 인근에선 15~20% 수준의 득표율을 보였다. 한양대 인근인 서울 성동구 사근동은 20.1%를 기록했고, 경희대와 한국외대 인근인 동대문구 회기동은 18.5%, 고려대 인근인 성북구 안암동은 17.9%, 건국대 인근인 광진구 화양동은 17.6%, 서울대가 있는 관악구 신림동은 17.3%였다.

‘청년’ 하면 ‘진보’를 연상하던 문화는 사라진 지 오래다. 서울대 학보 ‘대학신문’이 6월8일 발표한 대선 후보 지지율에 따르면, 이준석 후보가 35.1%로 1위, 이재명 후보가 27.5%로 2위,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가 7.4%로 3위를 차지(학부생 1057명 온라인 조사)했다. 서울대학교에서 인류학 전공으로 학사·석사를 취득하고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이진우(30)씨는 10여 년간 서울대에서 공부하면서 “학생들이 점점 더 경제적, 개인적 동기로 전공과 진로를 선택하게 되는 상황에서, 사회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청년의 이미지가 약화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청년 세대의 보수화와 서울대 극우 동아리에 관심을 갖고 석사논문 ‘한국 청년 보수주의의 포퓰리즘적 양식’을 쓴 그는 “이 후보를 열광적으로 지지했던 사람들은 자신의 성공과 적응을 자수성가의 결과로 생각하고, 스스로를 끊임없이 중산층 개인으로 자리매김한다”며 “연금제도에 대한 반감이나, 노인들의 무료 교통수단 이용에 대한 거부감 등은 사회의 규칙에 적응하지 못한 이들을 위한 장치와 제도를 ‘노력하지 않는 이들의 무임승차’로 해석한 결과물”이라고 분석했다.


이재명 “수사받는 사람” 권영국 “관심 없다”

 

이들은 대체로 정치에 대해 부정적 이미지가 강했다. 정당별 대선 후보를 평가해달라는 문항에서 이재명 민주당 후보에 대해 “제기된 의혹들이 구체적이고 혐의가 짙은데다 순수하지 않고 의도적이다”(김대영·가명), “선거법 위반으로 수사받는 사람이 선거에 나오는 게 잘못됐다”(이채문), “대통령이 사법 리스크가 있는 것 자체가 문제”(정석호), “민주당은 이재명을 중심으로 뭉치면서 다양한 목소리가 나올 수 없게 돼 민주성을 잃었다”(이준호) 등 사법 리스크와 도덕성 문제를 주로 거론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에 대해선 “나이가 많고 계엄에 사실상 찬성했다”(김대영·가명), “계엄에 어떤 방식으로든 책임을 져야 한다. 김문수 역시 처벌 이력이 있어 이재명과 똑같은 선상에서 봐야 한다”(정석호), “조기 대선의 원인이 된 계엄을 옹호한다는 점에서 표를 호소하는 게 잘못됐다”(금현재·22·가명) 등의 답변이 나왔다.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를 놓고선 “관심 없다”는 답변이 주를 이뤘다. 김여진씨는 “필요한 정치인이자 사회운동가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너무 극진보 성향이고, 소수자와 약자를 대변하는 게 우선시되다보니 국가 경제 발전이나 사회 발전과는 거리가 있어 보였다”고 평가했다.

이준석 후보는 2011년 ‘박근혜 키즈’라는 낙하산을 타고 정계에 입문해 경력으로 따지면 ‘중견 정치인’이지만, 응답자들은 그를 여전히 “새롭고 신선하고 젊은” 인물로 여기고 있었다. 국회 보좌진을 꿈꾸는 이채문씨는 “이준석이 국민의힘 탈당 연설에서 ‘비상상태에 놓인 것은 당이 아니라 대한민국이다’라고 한 말이 가슴에 와닿았다”고 돌아봤다.

응답자들이 말하는 이준석의 “신선하고 젊은” 이미지는 김용태, 김재섭 등 젊은 국민의힘 의원과의 차이를 묻는 말에서 더 두드러진다. 서울 4년제 대학에 재학 중인 송영수(23·가명)씨는 “젊은 정치인이라고 해서 젊은 세대를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 김용태와 김재섭 모두 채 상병 특검에는 입으로만 찬성하고, 계엄에도 입으로만 반대할 뿐이다. 밥그릇 지키는 일개 정치인이라 (이준석과) 급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대학생 금현재씨도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하며 타협하지 않는 자세가 다르다”고 단언했다. 정치적 맥락과 의도를 떠나 기성세대와 대립하고 양당 정치 체제를 거부하려는 자신들의 모습을 이준석에게 투영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성 정치인들이 ‘2030의 이준석 지지율’을 부러워하는 모습이나 ‘먹사니즘’ ‘경제성장’에 매몰된 구호를 내미는 모습은 더욱 문제다. 이런 행태가 ‘이준석 정치’로 대표되는 우익 포퓰리즘의 토대를 키우는 방향이 된다. 이진우씨는 “자본주의적 규칙을 내면화해서 살아남으라는 것이 쉽게 바꿀 수 없는 한국 사회의 중심 의제가 되었고, 그 의제 하에서 이들의 등장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청년들이 ‘청년’을 과잉 대표한다는 점도 문제다. 김만권 경희대 학술연구교수는 “상위 30%의 문제 제기만 들리게 돼 있고 그보다 밑에 있는 청년들의 문제 제기는 들리지 않는다. 포퓰리즘에 강하게 반응하는 층은 ‘잃을 게 있는 청년들’”이라고 지적했다.

 

청년 상위 30%의 문제 제기만 들린다

 

김선기 연구원은 ‘이준석’이라는 정치인이 정말 2030 청년을 대변하는지에 대해 깊이 들여다봐야 한다고 제언한다. 그는 “저출생·부동산 문제 해결 등 청년들의 삶을 나아지게 하는 문제는 ‘청년 정책’으로만 내세워 일거에 해결될 수 없다”며 “유권자들이 미래에 대한 위협을 강하게 느끼도록 하면서 복잡하게 풀어야 할 일에 단순한 해법을 주장하는, 자신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음을 무턱대고 주장하는 정치인이 호감을 얻을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2025년 7월2일 기준으로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을 국회의원직에서 제명해달라는 국회 국민동의청원 참여자가 60만 명을 넘겼다. 어린아이들도 함께 보는 대선 후보 생방송 토론회에서 상대 후보를 공격하기 위해 여성의 신체에 대한 폭력을 묘사한 데 대한 국민의 분노다. 이 후보에게 투표한 유권자도 대부분 이 후보의 단점에 대해 ‘너무 가볍다’ ‘말을 함부로 한다’ 등의 이야기를 했다. 그럼에도 그를 뽑은 것은 ‘이준석이어서’가 아니라 ‘청년을 대변할’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이유가 많았다. 이 후보가 가도 그에게 투표한 유권자들은 남는다. 단지 이준석만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손고운 기자 songon11@hani.co.kr·장필수 기자 feel@hani.co.kr·채윤태 기자 chai@hani.co.kr·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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