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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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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남’만이 아니다

등록 2025-06-12 18:39 수정 2025-06-17 17:40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치러진 2021년 4월7일, 서울 동작구의 한 투표소에 시민들이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치러진 2021년 4월7일, 서울 동작구의 한 투표소에 시민들이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제21대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또다시 20대, 특히 남성을 대상으로 한 정치 비평이 쏟아지고 있다. 방송 3사 출구조사에서 20대 남성의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지지가 다른 세대보다 높았던 점을 근거로 ‘20대 남성의 극우화가 뚜렷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견도 존재한다. 20대 남성을 모두 묶어 ‘극우화’로 낙인찍기보다는 20대 남성 내부의 이질성에 주목하면서 이들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고루 들여다봐야 한다는 얘기다.

극우의 개념부터 살펴보자. 정치학자 카스 무데의 설명을 인용하면, 극우는 ‘불평등을 당연시하는 우파 중에서도 현재 체제를 전복하거나 변화시키려는 집단’으로 규정된다. 여기서 극우는 주권이 국민에게 있다는 원칙 자체를 거부하는 ‘극단 우익’과 민주주의 체제 운영 원리인 삼권분립, 법치주의, 소수자 권리 등에 부분적으로 반대하는 ‘급진 우익’으로 구분된다.

한국 사회를 예로 들자면, “정교분리라는 근대사회 원리까지 거부한다는 점”에서 전광훈 같은 인물은 극단 우익에 가깝다. 반면 이준석은 계엄에 반대했다는 점에서 극단 우익까지는 아니지만, 소수자 차별을 바탕으로 한 갈라치기 정치를 앞세운다는 점에서 급진 우익에 가깝다. 이준석의 주요 지지층인 에펨코리아(펨코)로 대표되는 넷우익 역시 중국인과 이주민, 여성 등과 같은 소수자 혐오를 장착하고 이들이 ‘기여한 것에 견줘 더 많은 혜택을 부당하게 요구하고 받아간다’는 식의 무임승차론을 거론하며 차별을 확산한다는 점에서 극우 성향이 분명하다.(이번호 ‘우리 안의 극우’)

물론 20대가 김문수와 이준석에게 투표한 이유에 극우 성향 지지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대통령, 그리고 진보정당의 이른바 ‘위선’에 대한 반감이 바탕이 된 투표도 있고, 국민연금 세대 분리를 공약한 이준석의 정책에 동의한 이익추구형 투표도 있을 것이다. 이익추구형 투표 역시 기성세대, 특히 노령층의 연금 무임승차론에 기반해 공적부조 시스템을 부정적으로 바라본다는 측면에서 우파적 성향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이런 인식 아래 소수자를 멸시하고 차별을 옹호하는 20대가 늘어나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흐름이다. 우리는 이런 성향을 보이는 20대를 비판하는 데 주저하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그 비판이 20대만을 대상화하는 것에서 멈춰서도 안 된다. 한국 사회는 세대를 막론하고 불평등을 당연시하고 여성과 장애인 같은 소수자를 멸시하는 이로 가득하다.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하는 공적부조 시스템을 확장하기보다 각자도생을 위한 부동산이나 주식·코인 투자에 몰두하고, 학벌이나 능력을 도구 삼아 차별을 당연시하며, 경제적·문화적 자본 세습에 거리낌이 없다. 이번 대선에서도 내란 이후 차별과 불평등 없는 세상을 만들자는 목소리는 금세 사라지고 성장과 세금 줄이기에 매몰된 공약이 앞다퉈 제시됐다. 그런데도 우경화 흐름에 대한 성찰이나 비판은 찾기가 쉽지 않다.

20대 극우화 담론은 이런 흐름에서 청년세대에만 책임을 묻는 기성세대의 회피 기제로 쓰이고 있다. 한겨레21이 20대만이 아니라 전반적인 한국 사회의 우경화 흐름에 제동을 걸기 위한 기사와 글을 계속해서 싣는 까닭이다.

 

이재훈 편집장 nang@hani.co.kr

 

*‘만리재에서’는 편집장이 쓰는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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