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장에 가보니 생각보다 더 심각하더라고요. 상가는 텅텅 비어 있고 코로나 때보다 올해가 더 힘들다, 폐업도 못한다….” 위기를 겪고 있는 지역 자영업자들을 찾아 강원, 충청, 호남, 영남으로 흩어졌던 기자 4명의 표정이 어두웠다. 한겨레21 ‘지역 자영업 소멸 보고서’는 ① 충청 편: 번화가 공실률 31.1% “보험 깨고 노후 막막” ② 강원 편: 경기 추락 전국 최대, 골목의 죽음 ③ 영남 편: 배달앱에 피멍 들고, 새벽엔 배달 알바 ④ 호남 편: 코로나 빚 1억9천, 폐업도 못한다 순으로 구성됐다.
텅 빈 가게에 서서 그들의 코로나 빚, 적자, 옆 가게의 폐업, 늘어가는 거대 플랫폼 수수료, 혼자 버티는 기나긴 노동에 대해 묻고 답을 듣기란 괴로운 일이었다. 세계가 맞닥뜨린 불행과 우리 경제의 불황, 혼란한 정치 상황이 겹쳐 자영업의 하방이 무너지는데 대책을 찾기도 어려웠다. 불평등 심화로 대기업 프랜차이즈와 독점적 온라인 플랫폼에 의한 짓눌림은 커져가고 있었다.
비상계엄 선포로 민생을 파괴한 대통령을 몰아냈으니, 이제 자신이 대통령이 되어 나라를 구하겠다는 후보들에게 ‘지역과 자영업 모두의 소멸 문제’에 대한 대책을 물어야 했다. 하지만 제1565호 한겨레21 ‘먹방 유세 쓸고 간 자리’가 발행돼 나올 때까지, 선거일이 고작 10여 일 남도록 대선 후보들의 세부 공약집은 완성되지 않았다. 대선 후보 티브이(TV)토론회에서는 자영업자 대책은커녕 “커피 원가를 120원이라고 한 게 맞냐”는 네거티브 공방만 오갔다.
기사를 마감한 이후로도 비명에 가까운 ‘자영업 추락 수치’가 속속 발표됐다. 전국 16만 개 사업장 정보를 분석한 한국신용데이터(KCD) 자료를 보면, 2025년 1분기 외식업 매출은 1년 전보다 줄었다. 내수 부진의 직격탄을 맞은 술집은 매출 감소 폭이 11.1%로 가장 컸고, 분식(-7.7%), 베이커리·디저트(-4.9%), 패스트푸드(-4.7%), 카페(-3.2%), 양식(-2.9%), 중식(-1.6%) 순이었다. 자영업자들은 인건비 등 비용을 줄여 ‘몸으로’ 버티고 있었다. 물가는 올랐는데도 1분기 평균 지출(비용)은 3153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9% 줄었다.
2025년 5월28일 대통령 선거일을 일주일 앞두고 각 후보가 내놓은 공약집을 보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코로나 대출 종합대책 마련, 에너지비용 지원 확대, 지역화폐 국고 지원, 온누리상품권 가맹점 확대, 지역별 대표상권 및 소규모 골목상권 육성을 통한 상권르네상스 2.0 추진, 온라인 플랫폼 특성을 반영한 시장 규율 법제 구축, 수수료 상한제 도입을 약속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대통령 직속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원단’ 설치, 캐시백 등으로 소비 촉진, 소상공인 전문은행 설립, 플랫폼 경쟁촉진 입법 추진을 하겠다고 한다.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는 자영업 부채 탕감, 부채 소멸시효 법제화, 지역공공은행 설립 등을 ‘불평등을 넘어 함께 사는 경제구조’ 공약으로 제시했다.
지역 자영업자들의 한숨에는 “정치가 민생을 외면하는 모습에 너무 화가 나서 투표를 포기하고 싶을 정도”라는 분노와 “현재는 개인이나 기업이 아닌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기대가 엇갈린다. 오늘도 텅 빈 가게를 바라보며 하루 16시간 노동으로 자신의 몸을 갈아넣고 있을 자영업자들을 위한 정치는 과연 올까.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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