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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악마화와 자화상 사이 중도 없는 호불호

‘유능·열정·수난’ 대 ‘구설·냉혹·의혹’, 이재명의 이중적 이미지… 정치 양극화 영향도 커
등록 2025-03-01 09:38 수정 2025-03-05 07:14
2023년 1월2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특혜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에 들어가고 있다. 한겨레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2023년 1월2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특혜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에 들어가고 있다. 한겨레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는 ‘호불호 강한 정치인’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한국갤럽이 2025년 2월11~13일 전국 만 18살 이상 유권자 1004명을 대상으로 전화인터뷰(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한 결과를 바탕으로 발표한 ‘차기 대선 후보 호감도’ 조사에서 이 대표의 ‘적극 지지’ 비율은 26%로 1위를 기록했다. 2위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12%), 3위 오세훈 서울시장(6%)과 견줘 압도적으로 높았지만, ‘절대 지지하지 않는다’는 ‘극’비호감 비율도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45%)에 이은 2위(41%)를 기록했다.

성남시장·경기도지사를 거치면서 보여준 거침없는 언행과 눈에 띄는 정책 추진력에 두텁고 열광적인 지지층이 생겨났지만, 막말과 태도 논란 등과 같은 쟁점과 윤석열 정부 들어 검찰이 재판에 넘긴 ‘대장동 사건’ 같은 각종 사법리스크 등을 근거로 ‘이재명만은 안 된다’는 극렬 반대층도 만만치 않게 두텁다. 친위쿠데타로 탄핵심판을 받는 대통령 윤석열에 대한 헌법재판소 선고가 3월 중순으로 성큼 다가오면서 조기 대선 성사 가능성이 커졌고, 이 대표는 그 누구보다 대권 가능성이 큰 인물이다. 이에 한겨레21은 이 대표를 둘러싼 열광과 혐오 현상이 왜 함께 일어나는지 짚어봤다.

억울할 수 있지만 빌미 제공도 

거대 양당 체제의 반대 축인 국민의힘의 ‘이재명 공격’은 ‘이재명 혐오 정서’가 확산하는 원인 가운데 하나다. 국민의힘은 2월1~25일 모두 147건의 논평을 발표했는데, 이 가운데 90건(61.2%)이 이 대표를 비난하거나, 이 대표를 걸고 민주당을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특히 시간이 흐를수록 국민의힘의 논평은 극우 커뮤니티 뺨치는 수준의 ‘이재명 악마화’로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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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24일 국민의힘은 페이스북 공식 계정에 타오르는 불꽃 속에 있는 이 대표가 두 손으로 양쪽 눈꼬리를 잡아끌고 입꼬리를 올린 채 이를 드러내며 웃고 있는 모습의 합성·보정 사진을 올렸다. 멸시와 학대 속에서 악한 마음을 품게 된 ‘조커’(할리우드 영화의 캐릭터)를 떠오르게 하려는 의도라는 반응이 나왔다. 사진 아래에는 최근 이 대표의 “민주당은 중도보수” 발언을 비꼬아 ‘중도보수라고 했더니 진짜 중도보수인 줄 알더라’라는 문구가 삽입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향해 “존경한다고 했더니 정말 존경하는 줄 안다”고 했던 이 대표의 말(2021년 12월, 서울대 금융경제세미나 초청 강연회)을 오버랩시켰다. ‘존경하는 의원님’과 같이 의례적인 정치권 상투어라는 것이 이 대표 해명이었지만, 국민의힘 등에선 “이재명=거짓말쟁이”의 근거라며 반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 대표가 그간 가볍고 무례한 언행으로 공격의 빌미를 제공한 측면도 있다. 가천대를 ‘이름도 잘 모르는 대학’이라고 지칭(2016년 12월)한 일이나 불체포 특권 포기를 약속했음에도 자신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자 말을 바꾸듯 “(체포동의안 가결은) 명백히 불법 부당하다”고 호소(2023년 9월)한 일 등이 대표적이다. 2018년 6월 경기도지사 선거 직후에는 생방송 중이던 언론 인터뷰에서 ‘여성 연기자와의 스캔들’에 대해 질의하자 화를 내며 일방적으로 인터뷰를 중단하기도 했다. 이 대표가 이후 그 배경을 설명했지만 지지자들 사이에서조차 그런 행동은 아쉽다는 지적을 받는다. 김민하 정치평론가는 “대통령이 비상계엄령을 선포했는데도 국민의힘은 계속 ‘이재명은 나쁘다’는 메시지만 내놓고 있다. 장기간 악마화에 노출돼 이 대표가 억울하다 느낄 수도 있다”면서도 “그런데 이 대표 스스로 호불호가 갈릴 만한 언행을 하거나 논란이 될 만한 정책을 추진했던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모두 8가지 사건으로 기소돼 5개의 재판을 동시에 받고 있으면서 건건이 보도가 나오는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혐오를 강화한 측면도 있다. 이 사건들이 특히 ‘윤석열 검찰’의 표적 수사인 측면이 강하지만, 일부 사건은 검찰 수사에만 모든 책임을 묻기 어려운 면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미 1심 등에서 유죄 판결이 난 사건도 있다.

발 빠른 약자 정책 불구 개념은 글쎄…

게다가 이 대표가 자기 의견에 반대하는 소수자와 약자에 대해 가혹하게 보이는 행동을 했던 점도 치명적인 결함으로 거론된다. 2024년 12월9일 국회에서 열린 탄핵 촉구 집회에서 이 대표는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의 발언이 길어지자 “할 말이 많다고 계속 저렇게 열심히 얘기하고 있는데 이런 행사에 와서 그렇게 하면 그게 호소력이 있겠어요? 더 미움만 받지”라고 말해 빈축을 샀다. 2021년 12월7일에는 서울대를 방문한 자리에서 성소수자 청년이 “차별금지법 제정에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한 말에 사과하라”고 호소하자 웃으면서 “다 했죠?”라고 말한 뒤 자리를 떠나 비판을 사기도 했다. 안숙현 정의당 서울시당위원장은 “이재명 태도 논란은 예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적 약자·소수자 편에 선다는 개념이 없는 게 아닌가 싶을 때가 많다”며 “자기 의견에 반대하면 비아냥대고 막무가내로 대하는 이런 점 때문에 이 대표의 지도자 자질이나 태도가 심각하게 우려스러운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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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지적들을 의식한 듯 최근 이 대표는 당내 의견이 다른 집단과의 접촉을 늘려가는 등 포용적인 태도를 보이려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김준일 시사평론가는 “이재명 대표가 최근 박용진 전 의원이나 김경수 전 지사 등을 만난 건 단기적으로 이미지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결국 그 진정성은 앞으로 권력을 얼마나 나누려고 하는지, 개헌(등 사회개혁) 요구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등을 통해 유권자들이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갤럽이 2월18~20일 전국 만 18살 이상 유권자 1002명을 대상으로 한 전화인터뷰(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에서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를 주관식으로 묻자 시민 34%가 이 대표를 꼽았다. 1% 이상 지지를 받은 2~9위(김문수 장관, 홍준표 대구시장,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오세훈 시장,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의 지지율을 모두 합한 수치(28%)보다 6%포인트나 높다. 야권에 맞수가 없다는 점도 눈에 띈다.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선고(2017년 3월10일)를 앞두고 실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 때도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34%로 1위였지만, 안희정(15%)·안철수(9%)·이재명(8%)·황교안(8%) 등 다른 후보군도 두루 지지를 받았다.

이 후보에 대한 탄탄한 지지의 기초는 성남시장·경기도지사 때의 성과로 미뤄본 기대감이다. “성남시장 때 빚더미 도시를 대한민국 대표 복지 도시로 바꿨죠. 청년기본소득, 무상교복, 공공산후조리원 등 지금은 여러 지방자치단체가 시행하지만, 성남시에서 가장 먼저 시작한 정책도 많아요. 2016년 박근혜 정부가 지방교부세 개악을 시도할 때 단식농성을 하면서 맞섰죠. 그때 인기가 대단했어요. 단숨에 대선 후보 반열에 올랐죠. 경기도지사 때는 수십 년간 불법으로 평상을 깔고 영업하던 것을 누구도 손 못 댔지만 결국 해냈죠. 닥터헬기도 중앙정부 도움 없이 경기도가 자체적으로 도입했고요. 이 사람이야말로 고난과 시련을 이겨낼 뿐 아니라 구체적인 삶을 바꿔내는 성과를 냈던 증거가 있는 거 아닌가 생각할 때가 많아요.” 성남시장 때부터 이 대표를 보좌하고 있는 당대표비서실 소속 한 당직자의 말이다.

30대 한 여성 유권자는 “2015년 메르스 때, 2016년 판교 환풍구 사고 때 앞장서서 수습에 나서는 모습을 보고 감탄했다. 필요한 일은 꼭 나서서 잘하는 모습에 나를 포함해 약자인 사람들을 위해 일을 해나갈 것이란 믿음이 강하게 생겼다. 초등학교를 나와 소년공으로 지내고 후각을 잃는 등 입지전적인 스토리에 감정이입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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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이재명만의 현상일까

‘압수수색 횟수 400회 이상’(대상·장소 기준)으로 상징되는, ‘윤석열 검찰’로부터 받았던 가혹한 수사가 이 대표의 지지층 결집에 외려 도움이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제 정책과 참사 대응, 의료 정책 등에서 실정을 거듭하다가 위헌적 비상계엄으로 대미를 장식한 윤석열 정부의 최대 피해자라는 점이 가점 요인이 됐다는 의미다. 사법리스크의 양면성이다. 박진영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전에는 정확함, 사이다같이 톡 쏘는 맛을 좋아했다면 이제는 윤석열 탄압을 가장 강하게 받은 이 대표에게 감정을 이입하는 것”이라며 “윤석열 정권에서 상처받은 국민이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016년 6월15일 이재명 성남시장이 박근혜 정부의 지방교부세 개편에 반대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단식농성을 하며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한겨레 김경호 선임기자

2016년 6월15일 이재명 성남시장이 박근혜 정부의 지방교부세 개편에 반대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단식농성을 하며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한겨레 김경호 선임기자


정치인에 대한 ‘호불호’는 ‘이재명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과거 김대중·노무현도 마찬가지였다”며 “유력한 후보이며 열성 지지자가 많다는 점은 뒤집어보면 비호감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윤석열 검찰에서 (무리한 수사를 통해) 끊임없이 악마화해왔다.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장한나 전 의원도 “윤석열·한동훈 등도 호불호가 갈리는데 이 대표에게만 그런 낙인(호불호 강한 정치인)이 찍히는 건 의아하다”고 말했다. 윤홍식 인하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정치인에 대한 호불호는 우리나라만의, 또 지금 시기만의 특별한 현상이 아니다. 전세계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는 하나의 커다란 경향”이라며 “이는 지난 30년간의 신자유화, 세계화의 결과이고, 그 기저에는 양극화, 불평등, 사회적 이동성 저하와 같은 것들이 관련돼 있다. 한국 사회에서는 이게 이재명으로 표현되고 사법리스크로 쟁점화된다. 사법리스크가 사라지면 이재명에 대한 호불호가 사라질까? 여전히 다른 방식으로 남아 있을 테고, 또 다른 것들이 찾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내란을 일으킨 대통령 윤석열 탄핵에 반대하는 국민이 34%(한국갤럽 2025년 2월21일 발표, 찬성 60%)에 달하는 점에서 보듯 한국 정치는 극단적 대립 정치와 이분법적 갈등으로 양극화한 상태다. 자신의 기존 신념은 강화되고 반대 의견은 배제·무시되는 디지털 환경(알고리듬 큐레이션)이 만연한 결과이기도 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직전 탄핵 반대 여론은 18%(한국갤럽 2017년 3월3일 발표, 찬성 77%)에 그쳤다.


정치인들에 대한 비호감 문제는 정치인들의 공통된 과제이기도 하다. 2월11~13일 한국갤럽 조사 결과를 보면, 호감(‘적극 지지’ 및 ‘지지 의향’)과 비호감(‘지지 안 함’ 및 ‘절대 지지 안 함’) 비율은 이재명 41%-53%, 김문수 28%-58%, 오세훈 29%-61%, 홍준표 25%-68%, 한동훈 19%-72%, 김동연 경기도지사 22%-60%, 이준석 13%-78% 등이다. 누가 누굴 걱정할 수준도 아니며, 이 대표 비호감도는 다른 후보들에 견줘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기대 실현의 경험이 없는 국민

‘호불호 문제’는 정치를 정치인들 간의 승부 위주로 바라보면서 파생된 문제일지 모른다. 그러면서 정작 더 중요한 정치의 원래 의미, 정치를 통해 해내야 할 개혁 과제 등은 잊히거나 후순위로 밀린 것이 아닐까. 안숙현 위원장은 “국민의힘·민주당을 보면 그저 정권을 잡는 것만이 목표 같다. 어떤 세상을 만들지에 대한 비전 없이, 정권만 잡으면 다 해결될까?”라고 꼬집었다.

“모두가 인정하는 괜찮은 지도자를 찾기는 당분간 어렵다고 생각해요. 초반에 높은 지지를 받다가 후반부 지지율이 빠지는 경험을 1987년 민주화 이후 반복하고 있어요. 2017년 탄핵 때도 그렇고, 이번도 그렇고 국민은 ‘우리 삶이 좀 나아지겠구나’ ‘삶의 진전이 이뤄지겠구나’ 기대하는데, 그 기대가 실현되는 경험을 못한 거죠. 더욱이 성장과 민주화 이후 우리 시대의 화두는 무엇인지, 그걸 지금 정치인에게서 발견하기가 어려워요. 신문을 펴봐도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손보기 위한 논의가 없어요. 정치인뿐 아니라 언론 등도 마찬가집니다. 관련 좌담회 한번 열리지 않아요. 오늘까지 내란에만 집중하고, 내일부터 미래를 얘기하는 건 불가능해요. 준비되지 않은 정부가 들어설 테고, 그건 정치인만 나무랄 수 없는 문제예요.” 윤홍식 교수가 한 말이다.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류석우 기자 raint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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