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윤석열, 낯 세우고 아내도 지키려면

여야 이어 여여까지 멱살잡이 정국… 윤의 마지막 어퍼컷, 4년 중임 개헌
등록 2024-11-29 21:02 수정 2024-11-30 11:03
윤석열 대통령이 2024년 11월2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중장 진급·보직 신고 및 삼정검 수치 수여식에서 격려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2024년 11월2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중장 진급·보직 신고 및 삼정검 수치 수여식에서 격려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여여까지 대치 중이다. 대단한 싸움도 아니다. 고작 당원 게시판에서 누가 누구를 욕했느냐가 이슈다. 상대가 ‘공작’했다고 서로 침 뱉는다. 한가하고 한심하다. 누가 누구에게 어떤 욕을 했는지가 그리 대수랴. 정작 국민 다수는 관심도 없다.

현 정부를 겪으면서 상당수 국민 마음속에는 대통령감 ○× 체크리스트가 생겼다. ①검찰 출신 ②정치 초보 ③배우자가 설치는 이…. ① ② ③에 해당하는 이가 정치하면 실패하는 이유도 분명하다. 잘하는 게 아니라 이기는 게 목적이라서다. 그런 점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이미 이 싸움에서 졌다. 자기 이미지 지키려다 ① ② ③에 모두 해당한다는 이미지만 확실하게 더했다.

한동훈 대표가 채 상병 특검법이나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지렛대로 교착상태에 숨구멍을 내거나 힘의 균형을 바꾸리라 기대한 이가 적지 않다. 그런데 ‘텄’다. 여당 대표로서 정교하고 박력 있게, 과감하고 선제적으로 하겠다던 그 많은 약속은 다 어디로 갔나. 채 상병 특검법은? 국민 눈높이는? 의료대란 해결은? 자신이 뭘 해야 하는지, 뭘 할 수 있는지 도통 가늠 못하는 기색이다. 뭘 하고 싶은지가 없어서가 아닐까.

그는 지난 총선 때 경기 수원정에 나선 이수정 후보의 손을 들며 “여기서 이러지 않아도 얼마든지 잘 먹고 잘 사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베푸는 마음을 강조하고 싶었는지 모르겠으나, 정치는 그런 이들이 해서는 안 된다. 그들에게는 간절함이 없다. 실력이 아니라 세력에 의해 밀어올려진 이들일수록 더욱 그 부분이 비어 있다. 윤석열 정권 2년 반 동안 뼈저리게 확인했다.

지금 우리 정치는 리더십만 실종된 게 아니다. 정치 자체가 실종됐다. 대통령과 여당 대표, 야당 대표가 두 상대의 멱살을 움켜쥔 채 셋이 한 덩어리로 옴짝달싹 못한다. 야당 대표는 묶여 있고, 여당 대표는 말만 앞세운단 소리를 듣더니 이젠 말조차 않는다. 윤석열 대통령 책임이 가장 크다. 검찰권을 남용해 이미 선거에서 진 야당 대표를 꼼짝 못하게 옭아매더니, 급기야 자기 맘에 안 든다고 여당 대표를 또 몰아낼 기세다. 그런데도 ‘하여튼’ 나날이 용감해진다. 애초 국리민복 따위에는 관심이 없었던 게 틀림없다. 그간의 행보와 각종 영적·물적 관계자의 증언에 비춰보면, 그가 정치에 나선 동기는 아내에게 잘 보이려는 것이었나보다. 정치하는 목적도 오로지 아내 지키기밖에 없는 듯하다.

이대로면 남은 집권 기간은 물론 다음 정권에서도 정치 실종과 극한 대립이 되풀이될 것이다. 윤석열이 윤석열을 극복해야 한다. 남은 임기 1년 줄이고 4년 중임제 개헌에 앞장서시라. 임기 초(2022년 8월) 국회의장단과 만난 자리에서 ‘개헌 필요하다. 개인적으로 손해 보는 일이 있더라도 이거는 해야 된다’고 호기롭게 밝혔듯이 말이다. 5년 단임 대통령제에서는 증오와 반사이익에 기댄 정치가 끝나지 않는다. 4년으로 지방선거와 주기를 맞추면 비용도 줄지만 대선 과몰입을 분산시킬 수 있다. 최대 8년 재임으로 안정적인 국정 운영도 가능하다. 무엇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되는 복수와 청산의 무한루프에서 벗어날 길이 열린다. 여사 문제로 궁지에 몰린 윤 대통령으로선 국면 전환의 처방이자, 업적이 될 수도 있다.

개헌이 필요하다는 과거 발언이 설사 즉흥적이었다 해도, 그의 얼렁뚱땅이 어쩌면 우리를 구할지 모른다. 돌파하는 자가 리더다. 정치를 되찾자.

 

김소희 칼럼니스트

 

*김소희의 정치의 품격: ‘격조 높은’ 정치·정치인 관찰 칼럼입니다.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