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을 추진하는 (시민사회단체) 사람들은 윤석열 정부 심판과 정치개혁을 위해서 불가피한 전술적 연합이라고 주장하는데, 소수정당의 의석을 민주당이 뺏는 알리바이가 될 연합을 오히려 시민사회에서 먼저 제안한 상황이다. 밖에 있는 소수정당들은 언제나 의석을 뺏길 수밖에 없게 만드는 비례대표 위성정당이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행해져서는 안 된다.”
2024년 3월14일 오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민주당 위성정당 지지 비판과 체제전환 정치를 위한 시민사회 및 노동계 긴급 토론회’에서 미류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가 한 말이다. 그는 체제전환운동 정치대회조직위원회의 공동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다. 체제전환운동은 무엇이고, 시민사회와 노동계는 왜 4·10 총선을 한 달 정도 앞두고 긴급토론회를 열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악용하는 위성정당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 걸까. 특히 거대 양당 가운데 하나인 더불어민주당과 소수정당인 새진보연합과 진보당, 그리고 시민사회가 3월3일 창당한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이 어떤 문제를 가졌다고 비판하는 걸까.
이들이 제기하는 문제를 상징적으로 드러낸 장면이 토론회 하루 전에 연출됐다. 더불어민주연합은 3월13일 밤 시민사회 대표자를 자처하는 ‘정치개혁과 연합정치를 위한 시민회의’(이하 연합정치시민회의)가 추천한 비례대표 후보인 임태훈 전 군인권센터 소장을 공천에서 일방적으로 탈락시켰다. 탈락 이유는 “임 전 소장의 공천 심사를 진행한 결과, 부적격 사유인 ‘병역 기피’에 해당한다”는 것이었다.
임 전 소장은 2004년 동성애를 정신질환으로 분류하는 징병 신체검사 등에 저항해 병역을 거부했다. 양심적 병역거부인데 이를 ‘병역 기피’로 낙인찍은 것이다. 당내에서는 성소수자인 임 전 소장을 불편해하는 종교계 입장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에 임 전 소장을 비례대표로 추천했던 연합정치시민회의 산하 ‘국민후보 추천 심사위원회’(이하 심사위)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공천 부적격) 사유로 삼는 것은 국제사회의 기준에도, 헌법 판례에도, 시대정신에도 맞지 않는다”며 탈락 결정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더불어민주연합은 결정을 바꾸지 않았다.
더불어민주연합은 앞서 3월11일에도 심사위가 비례대표 1번 후보로 추천한 전지예 금융정의연대 운영위원에 대해 한-미 연합훈련 반대 시위를 벌인 ‘겨레하나’에서 활동한 이력을 문제 삼아 “국민 눈높이에 맞는 후보여야 한다”며 재검토를 요청했다. 이에 전 위원은 3월12일 자진 사퇴했다. 보수 진영에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반대 시위 경력을 문제 삼았던 비례대표 2번 후보 정영이 전국농민회총연맹 구례군 농민회장도 후보 자리를 내려놨다.
이뿐만 아니다. 더불어민주연합은 진보당 몫 1번 후보로 추천됐던 장진숙 진보당 공동대표의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대의원 경력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문제 삼기도 했다. 그러면서 진보당은 1번 후보를 정혜경 전 진보당 경남도당 부위원장으로 교체했다.
더불어민주연합의 이런 행태는 강한 비판을 받았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대 교수는 <한겨레21>에 “대체복무제를 공약으로 내걸고 법안 통과를 주도했던 민주당이 양심적 병역거부를 선택했던 임태훈 전 소장을 ‘병역 기피자’로 몰아 탈락시킨 일은 충격적”이라며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옥살이했던 의원들이 소속된 민주당이 진보당 장진숙 비례대표 후보를 국가보안법 위반 전력이 있다는 이유로 탈락시킨 것도 마찬가지로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모든 문제는 2024년 1월30일 시작됐다. 연합정치시민회의는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위성정당과 연합정당을 싸잡아 비판하지 말고 구분해야 한다. 비례후보 추천을 위한 공동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며 ‘민주개혁진보연합’을 만들자고 촉구했다. 연합정치시민회의에 이름을 올린 박석운(한국진보연대 상임공동대표), 조성우(전국비상시국회의 상임공동대표), 송경용(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사회연대위원장·신부), 송성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 진영종(참여연대 공동대표·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 등은 “이번 제22대 총선에서 연동형 선거제도 유지를 위한 정치개혁연합과 윤석열 정권 심판을 위한 민주개혁진보대연합을 구축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민주당 지도부는 아직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데 조속한 결단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당시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할지 말지 결정하지 못하고 여론의 눈치를 살피던 중이었다. 그러나 시민사회가 명분을 제공했고, 일주일 뒤인 2월5일 이재명 대표는 기자회견을 열고 “다른 야당과 공동으로 비례대표 후보를 내는 ‘통합형 비례정당’을 추진하겠다”며 “위성정당에 준하는 ‘준위성정당’을 창당하게 된 점을 깊이 사과드린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이날 네 차례에 걸쳐 사과하면서도 “(국민의힘과) 같이 칼을 들 수는 없지만, 방패라도 들어야 하는 불가피함을 조금이나마 이해해달라”고 호소했다.
이런 상황은 여러 문제를 야기했다. 우선 이재명 대표가 2022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내건 공약인 ‘위성정당 없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뒤집고 위성정당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특히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이 비례후보 공천 과정에서 보여준 독선적인 태도는, 이 대표가 사과하면서 제시한 ‘통합형 비례정당’ 약속과도 어긋난다. ‘더불어민주’연합이라는 당명부터 시민사회와 소수정당들의 민주당 종속성을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비판이 나왔다.
근본적으로는 더불어민주연합의 존재 자체가 나비효과를 일으켜 시민사회와 노동계, 진보정당 등 진보 진영의 세 축을 모조리 흔들고 있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우선 연합정치시민회의가 시민사회를 대표하기 위한 절차를 제대로 밟지 않았다는 데서 시민사회의 문제가 시작한다. 일부 시민사회 원로가 주축이 된 연합정치시민회의가 마치 시민사회 전부를 대표하는 것처럼 나섰다. 송경용·송성영·진영종은 연합정치시민회의에 이름을 올리면서 ‘시민사회단체 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라는 소속과 직함을 사용했으나 연대회의 내부에선 “민주당의 위성정당 참여를 합의한 적이 없다”는 반발이 나왔다.
연대회의 운영위원들은 2월22일 내부 회의에서 연합정치시민회의의 결정이 연대회의 전체의 입장으로 오인될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다. 연합정치시민회의에 이름을 올린 공동대표자들은 이튿날 “연대회의 직함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연합정치시민회의 활동에서 발을 뺐다. 하지만 이미 언론과 정당, 국민은 연합정치시민회의가 시민사회 대표로 나서 민주당의 위성정당 창당에 합의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이후 더불어민주연합의 비례대표 후보 추천은 박석운·조성우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연대회의 관계자는 <한겨레21>에 “아무도 연합정치시민회의에 시민사회 대표성을 부여한 적이 없는데, 그들이 우리 모두를 대표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기만이고 왜곡”이라며 “위성정당 참여와 비례대표 후보자 공천 과정에서 우리 시민사회 구성원이 오랜 시간에 걸쳐 어렵게 만든 문화와 정신이 훼손된 점이 매우 안타깝다”고 했다.
비례대표 후보 추천을 위한 공동플랫폼 역시 민주적 절차를 지키지 않아 비판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의 독선적인 공천에 시민사회가 내세웠던 진보적 가치마저 흔들리면서 무엇을 위한 위성정당 참여냐는 질문이 쏟아졌다. 시민사회 활동가가 일부의 비판을 뚫고 정치인이 되겠다고 나섰는데, 되레 시민사회 일부 원로의 원칙 없는 행동으로 시민사회의 외연이 위축되리라는 우려가 나오는 까닭이다. 이원호 빈곤사회연대 집행위원장은 “시민사회가 단순히 위성정당을 용인하는 수준을 넘어서, 위성정당의 당위성에 대한 알리바이를 제공하고 적극적으로 부조리에 가담했다”며 “빈곤사회연대는 노점상과 같이 민주당 정부나 민주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 아래 탄압받던 이도 많은데 연대회의가 민주당과 연합하는 현실은 참담하다”고 말했다.
민주당 위성정당 논란은 노동계에도 균열을 냈다. 민주노총은 2023년 9월 대의원대회에서 총선 방침을 정했다. 통상적으로 총선 방침은 중앙집행위원회에서 결정했는데, 격론 끝에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 대의원대회로 넘겼다.
민주노총은 총선 방침에서 “총선투쟁은 진보정치 세력의 상호존중과 단결을 통해 친자본 보수 양당 체제를 극복하고, 노동자 민중의 신뢰와 지지에 기반해 대안정치 세력으로 도약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민주노총은 보수 양당 지지를 위한 조직적 결정은 물론이고, 전·현직 간부의 지위를 이용해 친자본 보수 양당을 지지하는 행위를 금지한다”고 정했다. 진보정당(노동당·녹색당·정의당·진보당)과 연합정당 건설에서부터 정책연대와 후보단일화 선거운동까지 가능성을 열어두고, 진보정치와 노동운동의 활로를 찾아야 한다는 절박함이 담긴 결정이었다.
그러나 진보당이 위성정당에 들어가면서 내부 갈등이 폭발했다. 민주노총 산하 산별노조인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은 2월22일 정기대의원회의를 열어 ‘제22대 총선에서 보수정당과 함께 위성정당을 만든 진보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고 민주노총도 진보당 지지를 철회하도록 요구한다’고 결의했다. 이어 3월6일에는 민주노총 산하 최대 규모 산별노조인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가 중앙집행위원 회의를 열고 “민주당이 주도하는 비례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에 참여한 진보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다”고 결정했다. 이승철 공공운수노조 정책기획실장은 “‘노동개혁 입법을 하려면 보수정당(민주당)과의 연대가 필수적이지 않으냐’는 것이 민주노총 집행부의 논리인데 동의하기 어렵다. 오랜 입법 투쟁에서 우리가 얻은 교훈은 강력한 대중투쟁과 파업 없이 보수정당에 기대는 방식으로는 노동 입법을 이룰 수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노총은 3월18일 열린 임시대의원대회에서도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 두 개의 산별노조가 요구한 진보당 지지 철회를 결정하지 못했다. 또 다른 산하 산별노조인 전국금속노동조합 손덕헌 부위원장이 “연합정당 건설, 후보 단일화 등 총선에서 보수정당과 연대·연합하는 진보정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다”는 내용의 총선 방침 수정안을 냈지만, 노조원들이 회의장을 떠나면서 결정을 위한 재적인원 부족으로 결론을 내지 못하고 회의가 끝난 것이다. 일각에선 민주노총 양경수 집행부가 진보당 친화적이어서 그런 것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민주노총 내부에선 독자적인 정치세력이라는 민주노총의 목표를 스스로 내팽개쳤다는 비판이 나온다. 장석원 금속노조 기획실장은 “민주노총 집행부가 보수 양당의 헤게모니 안으로 노조원들을 밀어넣고 있는데, 자신들의 정파적 이해를 위해 공조직(노조)을 이용하는 것이 큰 문제”라며 “민주노총 지도부가 더불어민주연합 위성정당을 지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노조의 자원과 인력을 동원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했다.
갈등 상황이 봉합될 조짐이 보이지 않고, 산별-지역 노조가 독자적인 행동에 나서면서 민주노총이 분열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윤석열 정부의 노동 개악에 맞서 힘을 모아야 하는 엄중한 상황이지만 민주노총은 3월 중순이 넘도록 2024년 예산안과 사업계획도 승인하지 못했다.
더불어민주연합에 합류한 진보당은 진보정당으로서의 정체성을 잃어버릴 위기에 처했다. 더불어민주연합 합류 뒤 진보당이 다른 진보정당인 노동당, 녹색당, 정의당과의 신뢰 관계마저 훼손하는 일까지 벌이면서 생긴 위기다.
민주노총과 진보정당들은 더불어민주연합 창당 전인 2월2일 울산 동구 지역구의 ‘진보 단일 후보’로 노동당 이장우 후보를 선출했다. 하지만 진보당은 더불어민주연합 창당 뒤인 3월12일 돌연 태도를 바꿨다. 민주당과 진보당의 울산 지역구 출마 후보 6명이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울산 전 지역구 단일화”를 선언한 것이다. 이에 따라 진보당은 진보 단일 후보인 이장우 노동당 후보가 아니라 김태선 민주당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제주시을 지역구에도 돌봄노동자 출신인 녹색정의당 강순아 후보가 출마했지만, 진보당은 김한규 민주당 후보와 단일화를 선언했다. 양경규 녹색정의당 의원은 <한겨레21>에 “진보당이 의석수를 늘리기 위해 민주당과 전당적인 차원에서 지지하고 연합하고 있는데 진보정당의 정체성을 팔아먹는 것”이라며 “민주노총이 진보당을 진보정당으로 규정하지 않는 결정을 하면 장기적으로 진보당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진보당은 이런 비판에 대해 더불어민주연합은 위성정당이 아니고 ‘비례연합정당’이며 선거에서 합종연횡은 늘 있는 일이라는 입장이다. 정혜규 진보당 대변인은 “진보정치연합을 통해 야권의 연대연합을 견인하려 했지만 정의당과 플랫폼에 대한 입장차로 합의하지 못했고, 시민사회의 요청으로 더불어민주연합에 참여한 것”이라며 “비례연합정당 제안은 민주당이 아니라 연합정치시민회의가 한 것으로, 진보당은 의회에 들어가서 불평등 해결과 노동자를 위한 활동을 계속하겠다”고 했다.
진보당을 바라보는 여론은 싸늘하기만 하다. 진보정치 전문가인 장석준 출판&연구집단 산현재 기획위원은 “미사여구를 동원해도 현 상황의 본질은 민주주의 근간을 흔들고 기본원칙을 위배하는 정치행위, 위성정당임이 틀림없다”며 “진보정당 운동의 목표는 보수정당과 자유주의정당이 독점해온 정치질서를 뒤집어 새로운 민주주의를 만드는 것이었고, 비례연합정당 참여는 이런 목표를 포기하겠다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게다가 진보당은 지역구에서 의석수를 확보하기 어렵다고 보고 더불어민주연합에 비례대표 후보를 3명 공천했지만 조국혁신당의 급부상으로 목표 달성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엠브레인리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3월18일부터 20일까지 전국 만 18살 이상 남녀 1001명에게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를 보면, ‘비례대표 국회의원선거에서 어느 정당에 투표할 것인가'란 질문의 응답에 국민의미래 27%, 조국혁신당 19%, 더불어민주연합 16% 순으로 조사됐다. 이런 지지율이 총선까지 이어진다면 더불어민주연합은 10석을 얻지 못할 수도 있다. 5번(정혜경), 11번(전종덕), 15번(손솔) 후보를 공천한 진보당이 3석을 확보한다고 장담하기 어려운 것이다.
이렇게 시민사회와 노동계, 진보정당 등이 모조리 뿌리째 흔들리면서 이번 총선 이후 진보 진영 전체가 위기를 맞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노총의 한 전직 간부는 “양당 중심의 정치체제가 강화하면서 제3세력의 토대가 지워졌고, 진보정당이 독자적으로 의회에 진출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며 “앞으로 지방선거와 대통령선거도 있는데 그때마다 이런 갈등이 반복되지 않을까 두렵다”고 했다.
시민사회단체와 활동가의 정치 참여를 근본부터 재평가해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시민단체 대표는 “지난 총선 때도 위성정당에 시민사회단체 출신 인사들이 비례대표 후보가 되고 국회의원이 됐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고, 사실상 민주당의 들러리에 그쳤다”며 “지금이라도 시민사회가 국회의원 후보를 내고 의회에 입성한 것이 정치나 운동의 관점에서 어떤 성취를 이뤘는지 냉정하게 평가해보자”고 제안했다.
두 차례나 위성정당을 낳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등 선거제도를 다시 살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진욱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더불어민주연합과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공천에서 보듯 민주적 절차를 위배하고 불투명하게 후보를 정한다면 국민 입장에선 지역구에서 직접 후보를 뽑는 것만 못할 수 있어 비례대표제 강화의 필요성을 느끼기 어려울 것”이라며 “비례대표제를 강화하되 각 정당이 민주적으로 비례대표 후보를 선출하도록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사회에서는 거대 보수 양당의 영향력과 ‘윤석열’과 ‘반윤석열’이라는 구호에 갇힌 현실을 바꾸기 위해 체제를 근본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신자유주의에 기반한 국민의힘과 민주당, 양자택일의 정치체제에서 집권당을 바꾸는 것만으로는 부동산 가격 폭등과 전세사기로 대두된 주거위기, 과도한 경쟁으로 청소년을 위기로 내모는 교육위기, 기후붕괴와 각종 불평등 등 공동체가 직면한 사회문제를 본질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에 따른 것이다.
이에 노동건강연대, 건강권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 경북북부 이주노동자센터, 공공운수노조 희망연대본부 등 79개 시민사회단체는 “우리의 대안을 조직하자”는 구호로 2월 포럼을 열었고, 포럼 결과를 토대로 3월23일 체제전환운동 정치대회를 연다. 이들 시민사회는 4·10 총선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으로 체제전환운동을 전개하겠다는 계획이다. 체제전환운동에 참여하는 이용희 직접행동영등포당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최근 지방자치법과 관련해 많은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고, 지방자치단체가 자유롭게 정치실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열렸지만 그 공간도 거대 양당이 장악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 양당이 경쟁하는 구도에서 지역 기반 정당은 성장하기 어렵고 풀뿌리 민주주의는 실현될 수 없습니다. 이 정치체제를 바꾸지 않으면 지역주민들이 인구소멸 등 근본적인 문제 해결 방안을 논의하기 어렵습니다.”
이재호 기자 ph@hani.co.kr·손고운 기자 songon1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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