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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한다던 ‘캠프 낙하산’, 지금은 ‘낙하산 부대’ 수준

등록 2022-12-18 16:07 수정 2022-12-19 00:17
2020년 4월 이은재 당시 한국경제당 대표가 범여권에 맞서 윤석열 검찰총장을 지켜내겠다며 ‘혈서’를 쓰는 모습. 한국경제당 제공

2020년 4월 이은재 당시 한국경제당 대표가 범여권에 맞서 윤석열 검찰총장을 지켜내겠다며 ‘혈서’를 쓰는 모습. 한국경제당 제공

“캠프에서 일하던 사람을 (공공기관의 장이나 임원에 내정)시킨다? 전 그런 거 안 할 겁니다.”

2021년 10월6일 윤석열 대통령이 보수 성향 시민단체가 연 초청 토론회에서 한 말이다. 1년2개월이 지났다. 결과적으로 빈말이었다. 정부 입김이 강하게 미치는 공공기관에 이어 금융권까지 캠프 출신 등 친윤석열 인사가 속속 ‘낙하산 투입’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12월12일 엔에이치(NH)농협금융지주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어 이석준(63) 전 국무조정실장을 내정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기획재정부 2차관 등 요직을 거친 이 전 실장은 ‘윤석열 캠프’의 좌장과 ‘대통령 당선자 특별고문’을 지낸 경력으로 ‘인생 이모작’을 시작했다. 윤 대통령 지지 선언을 한 이팔성(78) 전 우리금융지주회장은 비엔케이(BNK)금융그룹 최고경영자 후보군에 포함됐다. ‘윤석열 캠프’ 금융산업지원본부장을 한 조준희(68) 전 기업은행장도 우리금융지주 회장 물망에 올랐다.

앞서 ‘윤석열 캠프’ 출신 ‘철도 전문가’ 최연혜(66) 전 의원은 한국가스공사 사장에, ‘새누리당 당직자 공채 1기’ 정용기(60) 전 의원은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에 내정(11월11일)된 뒤 임명됐다. 최연혜 사장은 1차 공모 때 ‘에너지 관련 이해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탈락했지만 재공모 끝에 사장으로 입성했다. 2020년 4월 머리띠를 두르고 ‘윤석열 사수’라고 혈서를 쓰는 퍼포먼스를 중계해 논란이 됐던 이은재(70) 전 의원은 전문건설공제조합 이사장에 선임(11월1일)됐다. 그는 행정학 교수 출신으로 건설 쪽과는 거리가 멀다. 이 밖에 검사 출신 박주선(73) 전 윤석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취임식준비위원장은 대한석유협회 회장, 경윤호(57) 전 대통령실 정무2비서관은 한국자산관리공사 상임감사에 임명됐다.

대통령실은 “내부 추천위원회를 거쳐 검토한 뒤 임명돼 문제가 없고 전문성도 갖췄다”고 해명했다.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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