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세상에서 가장 쓸데없는 걱정이 이준석 걱정”이라고 자신을 재벌과 연예인의 자리에 놓고 의기양양해했으나, 당 윤리위원회가 열리던 2022년 6월22일 내내 온라인 기사들이 내건 그의 사진은 울먹이는 듯한, 곤혹스러운 듯한 표정을 포착한 것이었다. 스스로 보는 이준석과 남이 보는 이준석의 괴리이다.
증거인멸을 시도해 당대표로서 품위 유지를 못했다는 것이 윤리위가 다루는 내용이다. 징계절차 개시 과정이 매끄럽지 않다고 해도 애초에 문제가 된 성상납 의혹을 덮지는 못한다. 만약 그런 일이 진짜 없었다면 그가 사실 여부에 대한 단도직입적인 질문에 “수사기관에서 연락받은 바 없다”거나 “여러 번 말씀드렸다” “이미 법적 조치들을 다 해놨다”는 식으로 에둘러 답하지는 않았으리라고 많은 이가 짐작한다. 언론 인터뷰를 즐기는 그의 부지런함 덕에 사람들은 그의 어법과 태도를 익히 안다.
참과 거짓이 분명치 않은 가운데 그는 자신을 향한 공격을 혁신에 대한 저항이라고 치부한다. 그런 태도가 신념이 되어버리니, 자신을 둘러싼 모든 일이 ‘기승전 구태의 저항’이다. 언행도 점점 강퍅해졌다. 총선을 앞둔 당권 다툼에 갈 곳 없는 ‘윤심 호소인’들의 욕심까지 더해진 상황이다. 그러나 이런 ‘배경’이 있다고 해서 이준석이 자초한 잘못까지 그들 탓이라 할 수는 없다. 배현진 최고위원과의 갈등도 “누가 언론에 내 욕 했냐” 수준의 ‘나잘난’ ‘더잘난’의 말씨름으로 보일 뿐이다. 이조차 무슨 대단한 흐름 속에 있는 것처럼 스스로 해석하니, 안타깝다.
이준석이 궁지에 몰렸다면 구태의 저항 때문이 아니라 “나만 옳다”는 오만함 때문이다. 그의 정치적 감각과 능력은 탁월하다. 그것이 다른 이들을 위해 두루 쓰이지 않고 자신을 위해서만 쓰인다면 평가는 완전히 달라진다.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그를 옹호하는 이들도 비슷한 늪에 빠진 듯하다. 그의 발언이 성적 비속어였다고 당 윤리심판원이 만장일치로 판단하고 당원권 6개월 정지를 결정했으나, 그는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잘못에 견줘 징계가 지나치다는 불만은 있을 수 있지만 “객관적 증거가 없다”는 주장엔 눈살이 찌푸려진다. 녹음되지 않았을 뿐 여럿이 들었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만에 하나 사람들의 귀가 동시에 잘못됐다 해도, 본인은 성찰부터 할 일이었다. 평소 내 행실이 어떠했기에 발음이 좀 샌 걸 그리 다르게 받아들였을까 하고 말이다. 그러나 사건이 발생하고, 알려지고, 떠밀리듯 사과하고도, 끝까지 ‘쌍지읒’이었다고 뻗대고, 나아가 발설한 보좌관들이 누군지 찾는 일련의 과정에서 최 의원은 자신을 돌아보는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 급기야 그를 옹호하는 이들은 이 모든 걸 당내 계파 간의 알력과 정치적 음모로까지 몰고 있다.
최강욱은 왜 이렇게 됐나. 나는 그가 팟캐스트 방송에서 놀라운 균형감으로 검찰 문화를 비판하고 권력을 감시하던 빛나던 시절을 기억한다. 기득권인 전주고에 견줘 자신은 전라고 출신임을 내세우던 ‘친근감’도 더불어 즐겼다. 그의 이름을 딴 공영방송의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이 생기고 진행을 맡았을 때, 버벅대는 말투지만 ‘인간미’를 응원했다. 그랬던 그가 청와대 생활을 마치고 정치인으로 변신한 뒤 크게 달라졌다. 어법이 심하게 바뀌었다. 따뜻하고 겸손하고 무엇보다 정확하던 ‘톤앤매너’는 가뭇없이 사라졌다. 말끝마다 상대 진영 사람들을 싸잡아 언급하고, 거칠고 험하게 몰아붙였다. 급기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의 한복판에서 그가 보인 언행은 ‘증오’ 그 자체였다.
나는 그가 재심 신청을 철회하길 바란다. 그가 이런 식으로 고꾸라지기를 바라지 않는다. 말실수하고 바로잡을 타이밍을 놓쳤다고 해서, 우기는 게 능사가 아니다. 하물며 자신의 허물을 ‘개혁 죽이기’로 포장해 가릴 일은 더욱 아니다.
끝내 사람들이 지지하고 아끼는 정치인은 유능하고 센 자가 아니다. 정직하고 노력하는 이다.
김소희 칼럼니스트
*김소희의 정치의 품격: ‘격조 높은’ 정치·정치인 관찰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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