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이 2025년 10월13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왼쪽)의 이석을 요구하고 있다. 한겨레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판사와 검사가 술을 마시면 술값은 누가 낼까? 다른 데서 술 마시던 변호사가 와서 내고 간단다. 오래된 이 이야기가 여전히 현실일 수 있음을 새삼 확인한다. 2024년 근무시간에 음주 난동을 부리고도 내부 경고만 받았던 판사 세 사람은 2025년 10월21일 국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나오지 않고 버티다 동행명령까지 받고도 그중 둘은 끝내 출석하지 않았다. 내란 재판 담당 ‘셀럽’ 지귀연 판사는 2년 전 변호사들과 술을 곁들인 저녁식사 뒤 2차 술자리도 함께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윤리감찰까지 받았으나, 당시 유흥업소 술값이 170만원가량이었다는 당사자들 주장에 따라 아무런 징계나 처분을 받지 않았다. 접대 비용이 1명당 100만원이 넘어야 청탁금지법상 형사처벌 대상이라는 게 이유다.
역시 법을 잘 아는 분들이니 요리조리 빠져나간다. 끼리끼리 돕고 봐주기도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렇게 고인 물이 되었을 판사들이 거짓말을 잘 못하는 건 인상적이다. 이번 국감에서 답변한 판사 대부분은 동공이 흔들리고 곤혹스러움을 못 감췄다. 최근 국회에 나온 몇몇 검사의 뻔뻔한 행태와 매우 대비됐다. 지나치게 정직해서일까? 어쩌면 거짓말을 공들여 할 성의조차 없어서는 아닐는지.
이재명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환송 과정에 대해 지난 몇 달간 대법원이 내놓은 설명은 앞뒤가 하나도 맞지 않는다.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은 티 나게 쩔쩔맨다. 그럼 끝까지 말을 말지, 대통령 선거라는 국민의 주권 행사에 가장 극적으로 개입하는 짓을 해놓고는 가장 선거에 영향을 적게 주려던 방식이었다고 우긴다. 내란의 밤 대법원에서 긴급회의를 누가 소집했는지는 함구하면서, “합헌·합법이면 따라야 할 조치들이 있”어서 회의를 열었다고 이실직고한다. 법봉을 계엄사령부에 고이 바칠 심산이었나보다. 비상계엄이 위법했는지 적법했는지 열 달도 더 지난 이 시점에도 우물쭈물 답을 못하고는 윤석열을 기이한 셈법으로 풀어준 것은 물론 한덕수 전 국무총리나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의 구속영장 기각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했으리라 장담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정중하고도 엉뚱한 헛소리이다. 대체 이 해맑음은 무엇인가.
공적 지위를 갖고도 마음껏 순수할 수 있는 것, 그게 바로 특권이다. 우리가 법을 다루니 우리는 늘 옳다, 나아가 우리가 곧 법이라 믿는다. 그러니 그 잣대를 자신에게 댄다는 건 불경스러운 얘기겠다.
한 손에는 법 조항을, 다른 손에는 특권을 들고 필요할 때는 법을, 아쉬울 때는 관례를 내세운다. 대법원장이 국회에 출석하기 싫으면 멀쩡한 국회법을 무시하고는 “전례가 없다”고 한다. 왜 이재명 사건을 관례와 달리 소부에서 심리하지 않고 전원합의체에 회부했는지에는 원래 법이 대법관 전원이 보게 돼 있다고 한다. 참으로 편리한 처신법이다. 대법원장 하나 면 세워주고자 그 많은 이가 거짓말하거나 바보짓을 하는데도 잘못됐다는 자각조차 거의 없다. 그러면서 여권에서 내놓은 사법개혁안으로 대단한 권리라도 침해당하는 양, 빼앗긴 사법왕국의 독립투사라도 되는 양 비장하다. 나라를 결딴내려던 내란에 대해서는 ‘위법성 인식’이 전무하다시피 했으면서, 자기 기득권이 혹시라도 줄어들까 화들짝 법적 안정성 타령이다.
그들이 기득권을 움켜쥘수록 국민 기본권은 흔들릴 수 있음을 하루하루 목도한다. 그 밤 왜 단 한 명의 판사도 비상계엄에 저항하지 않았는지 뼈저리게 알겠다.
김소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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