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022년 2월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KBS 공개홀에서 열린 ‘2022 대선후보 4자 TV토론’에 앞서 리허설 준비를 하며 물을 마시고 있다(왼쪽).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022년 1월1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당사에서 ‘4월 전기요금 인상 백지화’ 공약을 발표하기 위해 마스크를 벗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지지율 등락은 제20대 대통령선거라는 링에 오른 후보들의 표정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지지율이 내려가면 의기소침해지고, 높아지면 자신감이 넘치다 못해 오만해지는 경우도 있다.
2022년 2월15일 제20대 대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다. 바로 직전 주에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지지율은 엎치락뒤치락하며 유례없는 초박빙 승부를 이어가고 있다. 어느 쪽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3월9일 ‘선택의 날’까지는 이제 20여 일 남았다. 여의도에서는 두 후보 모두 지지율이 30% 중후반대 박스권에 머물러 있어, 앞으로 판세가 한두 차례 요동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 판세를 좌우할 요소가 무엇인지 민주당과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들어 정리했다. 이번 대선의 주요 캐스팅보터로 지나치게 부각된 ‘이대남’ 현상이 불편한 또 다른 이대남들의 이야기도 들어봤다. _편집자주
제20대 대통령을 뽑는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다. 2022년 2월13~14일은 후보 등록일이다. 다음날인 2월15일부터 3월8일까지 22일 동안 거리 곳곳에 한 표를 호소하는 각 당 대선 후보들의 유세차가 오가고 펼침막이 게시된다. 이제부터가 양보 없는, 진짜 한판 승부다.
그러나 판세는 아직 안갯속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중 누구도 우세를 점하지 못하고 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2월7~9일 전국 만 18살 이상 남녀 1007명에게 대선 후보 지지도를 조사한 전국지표조사(NBS) 결과를 보면,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은 35% 동률로 나타났다.(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포인트) 2주 전(1월24~26일) 실시된 같은 조사 결과에 견줘 이 후보는 35%로 변동이 없고, 윤 후보는 1%포인트 올랐다.
다른 여론조사 결과도 비슷하다. 공식 선거운동 시작을 일주일 앞둔 2월7일(대선 D-30일)부터 2월10일(D-27일) 사이에 발표된 전국 단위 대선 여론조사 결과 17개 가운데 이 후보와 윤 후보가 오차범위 안에서 박빙의 격차를 보인 결과가 13개다. 나머지 4개 조사에서는 윤 후보가 오차범위 밖 우세였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이재명 후보가 ‘경합 열세’, 윤석열 후보가 ‘경합 우세’ 상황인 것으로 평가된다.
이처럼 양강 후보가 엎치락뒤치락하는 상황에서 제20대 대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다. 투표일까지 한 달이 채 남지 않았다. 2월7~10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선대위) 관계자 7명을 두루 취재해, 앞으로 대선 판세를 좌우할 3가지 요소를 꼽아봤다.

전국지표조사에서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를 물었더니, 이재명 후보에 대해서는 ‘후보 개인의 자질과 능력’(47%), 윤석열 후보에 대해서는 ‘정권교체를 위해’(67%)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이런 흐름은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민주당 선대위는 이 후보의 능력을 부각하며 ‘인물론’을 내세우고 있다. ‘앞으로 제대로’ ‘나를 위해 이재명’이라는 기존 전체 슬로건에 더해 2월8일 ‘위기에 강한, 유능한 경제 대통령’을 대선 공보 포스터 슬로건으로 결정한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민주당 선대위 핵심관계자는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면, 국민이 배우자 등 주변 인물보다 후보라는 ‘인물’에게 직접 관심을 갖게 된다.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를 거치면서 성과를 내고 능력이 검증된 경제 대통령 이재명을 선택할 건지, 아니면 (정치인으로서) 자질이 부족하고 문재인 정부 적폐청산을 하겠다며 정치보복을 선언한 윤석열을 뽑을 건지 선택의 시간이 다가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선대위 관계자도 “이 후보의 강점은 지자체장을 하면서 오랫동안 축적된 능력과 마음먹은 일에 대해 제대로 성과를 내는 유능함이다.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이러한 이 후보의 인물론이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 선대위 관계자는 “이 후보는 능력에 경쟁력이 있는 것처럼 말하지만, 말을 이렇게 뒤집고 저렇게 뒤집으며 잘 바꾼다”고 비판했다.
윤 후보의 지지율을 이끌어가는 가장 큰 힘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40% 중반에서 50% 중반에 이르는 정권교체 지지 여론이 나온다는 점이다. 인물로서의 강점에 대해 국민의힘 선대위 관계자는 “윤 후보는 항공모함 같다. 검찰에 있을 때 1년차인 박근혜 정부의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을 진두지휘했고, 조국 사태 수사도 우직하게 밀고 갔다. 큰 문제들을 해결해온 것으로 지도자의 자질을 입증받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신한국당 당직자 출신인 장성철 대구가톨릭대 특임교수는 “윤 후보의 인물 경쟁력은 반문재인 정권의 상징적 인물이라는 점이다. 지지자에게는 뚝심 있고 소신 있는 강골 검사 이미지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윤 후보는 검사 일만 해왔는데 국정운영을 과연 제대로 해낼 수 있을 것인지가 가장 큰 의구심”이라고 비판했다.
‘칼잡이’ 검사 출신이라는 점은 양날의 칼이다. 윤 후보는 2월9일 <중앙일보>와 인터뷰하면서 “집권시 문재인 정부 초기처럼 전 정권에 대해 적폐청산 수사를 하겠느냐”는 질문을 받고 “할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게 아니라 시스템에 따라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정치적으로 ‘보복 수사’를 하겠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는 발언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2월10일 청와대 참모회의에서 “(윤 후보가) 중앙지검장, 검찰총장 재직 때는 이 정부의 적폐를 있는데도 못 본 척했다는 말이냐. 아니면 없는 적폐를 기획사정으로 만들어내겠다는 것인가. 대답해야 한다”며 “현 정부를 근거 없이 적폐 수사의 대상, 불법으로 몬 것에 대해 강력한 분노를 표하며 윤 후보의 사과를 요구한다”고 밝혔다고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전했다.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야당 대선 후보를 향해 ‘사과’를 요구하면서 파문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오후 윤석열 후보는 사과에 대한 언급은 없이 “윤석열 사전에 정치보복이라는 단어는 없다. 문 대통령께서도 늘 법과 원칙에 따른 성역 없는 사정을 강조해오셨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022년 2월6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고 노무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뒤 유권자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한겨레 김봉규 선임기자
윤 후보의 ‘적폐 수사’ 발언과 문재인 대통령의 사과 요구는 앞으로 판세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현재 30% 중후반대 지지율에 머물러 있는 이재명 후보는 40% 초중반대로 나오는 문재인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을 흡수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윤석열 후보도 비슷하다. 정권교체 여론이 40% 중반에서 50% 중반에 이르지만, 윤 후보의 지지율은 30% 중후반대 박스권에 갇혀 있다. 두 후보 모두 지지층을 온전히 결집하지 못하는 셈이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선대위 관계자는 “윤 후보는 보수에서, 이 후보는 진보에서 주류가 아니다. 두 후보 모두 지지층을 결집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 선대위는 대선 후보 경선에서 이재명 후보와 경쟁했던 이낙연 전 당대표를 2월9일 ‘원톱’ 총괄선대위원장으로 내세웠다. 우상호 선대위 총괄본부장은 “문 대통령을 지지하지만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지 않고 주저하는 분들과 호남 등에는 (이낙연 효과가) 바로 신호가 된다고 본다”며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 기반인 ‘친문’과 호남에서 지지율 상승을 기대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도 최근 “공식 선거운동 기간 전까지 호남 위주로 일정을 짜겠다”며 애초 이번 대선에서 호남 목표 득표율을 20%로 잡았다가 최근 25%로 상향 조정했다.
지지층 결집뿐 아니라 세대로는 2030 청년, 지역으로는 수도권 등 ‘부동층(스윙보터) 표심 잡기’가 두 후보 모두에게 관건이다. 중도 확장을 위해 이재명 후보는 최근 김종인 전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등 중도보수 원로 인사들과 연쇄 회동했다. 이 후보는 2030 여성의 마음을 잡기 위해 ‘엔(n)번방’ 사건을 공론화한 ‘추적단 불꽃’과 만나 디지털성범죄 근절을 약속하기도 했다.
중도층 민심에 대해서는 양당 모두 각자 유리한 쪽으로 해석하고 있다. 서울에 지역구를 둔 한 민주당 의원은 “지역을 다녀보면 부동산 정책 실패와 ‘내로남불’ 등으로 민주당에 대한 분노가 있는 한편으로, 윤석열 후보는 대통령으로서 너무 준비가 안 돼 있어 대한민국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는 말도 많이 듣는다. 우리가 끝까지 절박하게 선거운동에 임하면서 부동층이 ‘분노의 투표’보다 이재명에게 ‘미래를 위한 투표’를 할 수 있도록 호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 선대위 관계자는 “부동산 문제, 경제적 어려움, 조국 사태 등을 거치면서 중도층에서 정권교체 열망이 크다. 실생활에서 서민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공약을 발표하며 중도층을 공략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022년 2월6일 광주광역시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광주선대위 필승결의대회를 마치며 청년 당원 등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현실적으로 (판세를 좌우할) 가장 큰 변수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의 단일화 문제다. 안 후보가 우리 쪽으로 온다면 큰 도움이 될 거고, 야당으로 간다면 우리한테 불리할 것이다.” 민주당 선대위 핵심관계자의 말이다. 이 후보의 지지율 답보 상태를 반전시킬 파괴력 있는 카드이자, 야권 단일화가 성사된다면 민주당에 큰 악재가 될 수 있음을 드러낸 말이다.
2021년 말과 2022년 초,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이 하락하고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하는 국면 이후로 단일화라고 하면 윤석열과 안철수의 ‘야권 단일화’만을 의미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재명과 안철수 사이 ‘여권 단일화’ 메시지가 민주당에서 잇따라 나왔다. 안민석 민주당 선대위 총괄특보단장은 2월9일 라디오에서 “(안 후보와의) 단일화와 관련해 이 자리에서 밝힐 수 없는 많은 이야기들이 오고 가고 지난 한 달 동안 일들이 진행돼왔다”고 말했다.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선대위 총괄특보단장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안 후보가 추구하는 정치적 노선과 가치, 또는 정치개혁에 대한 의지, 또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세력들의 상황을 본다면 오히려 (윤 후보보다) 이재명 후보와 더 가깝지 않나 하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2021년 12월26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안 후보가 윤 후보보다 이 후보와 결합할 수 있다고 본다. 안 후보는 국가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분이다. (향후) 흐름이 만들어지고 연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첫 공개 ‘러브콜’을 보낸 이후 단일화 논의가 수면 위에서 활발해진 모양새다.
실제 단일화 움직임과 관련해 민주당 선대위 핵심관계자는 “예민한 문제”라고 말을 아끼면서도 “공동정부 구성을 전제로 한 단일화와 관련해 양쪽 후보 주변에서 여러 형태로 많은 노력이 있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정권교체’를 명분으로 하는 야권 단일화에 맞서 단일화 명분을 ‘정치교체’로 잡은 것으로 보인다. 여권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2월10일 라디오에서 “(단일화 명분이) 국민의힘은 정권교체이고 민주당은 (선거제도 개혁 등) 정치교체를 명분으로 한다면, (여권 단일화가) 명분이 훨씬 더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2016년 민주당 분당 사태 때 안철수 후보가 민주당을 떠났던 ‘구원’과 관련해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그때 안 후보는 ‘반문재인’이었지 ‘반민주당’이었다고 보지는 않는다. 안 후보가 성향상 국민의힘보다는 민주당과 더 가까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달리 윤석열 후보는 느긋한 모습을 보인다. 윤 후보는 2월9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물밑으로 미주알고주알 따지는 지난한 협상이라면 할 생각이 없지만, 정치인들끼리 서로 믿는다면 단 10분 만에도, 커피 한 잔 마시면서도 끝낼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단일화 여론조사 과정 없이 후보 간 담판으로 안 후보의 양보를 끌어내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러나 여론조사 없는 단일화는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할 수 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담판을 통해 권력 나눠먹기식으로 단일화하면 시너지도 적고 오히려 후폭풍이 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박관용, 김형오, 정의화 전 국회의장 등 전직 의원 191명은 2월10일 성명을 내어 “(국민의힘에서) 안이한 낙관론과 자강론이 나오는 것에 국민과 당원은 불안해한다. 후보 단일화는 승리의 길이다.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들의 절체절명의 명령”이라며 윤-안 후보를 향해 후보 단일화를 촉구했다.
단일화와 관련해 안 후보는 2월10일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 양쪽 다 아무런 물밑 접촉이 없이 공중전만 일어나는 건 진정성이 없다. 지금은 (구체적인 제안을 하는) 그런 데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국민의당 내부에서는 ‘단일화’가 금기어가 된 것으로 전해진다. 지지율 박스권에 갇힌 이재명, 윤석열 두 후보가 판세를 타개하기 위해 단일화를 꺼낸다고 보고 있어서다. 여권 단일화냐, 야권 단일화냐, 이도저도 아닌 독자 완주냐. 세 갈래 길 중, 어느 길로 갈지는 안 후보의 의지에 달려 있다.
22일간의 공식 선거운동 시작점에서 안갯속에 있던 판세는 투표날이 다가올수록 선명해질까, 아니면 점점 더 혼전으로 접어들까. 지금은 이마저도 예측 불허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이정규 기자 j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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