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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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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긍정평가 40%나? 40%밖에?

2019년 조국, 2020년 박원순·부동산·인사 문제로 내상 입었지만
‘이런 적 없는 보수정당 부진’으로 2022년 대선에서 민주당 유리
등록 2021-03-13 20:25 수정 2021-03-17 10:46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5월10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이낙연 국무총리와 서훈 국가정보원장 후보자와 임종석 비서실장 인선을 발표하고 있다. 취임 직후 ‘측근 배제, 통합 발탁, 여성 우대’ 세 원칙을 관철해 많은 사람이 깜짝 놀랐다. 그러나 그때 딱 한 번뿐이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5월10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이낙연 국무총리와 서훈 국가정보원장 후보자와 임종석 비서실장 인선을 발표하고 있다. 취임 직후 ‘측근 배제, 통합 발탁, 여성 우대’ 세 원칙을 관철해 많은 사람이 깜짝 놀랐다. 그러나 그때 딱 한 번뿐이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컵에 물이 절반 들어 있다. 물이 절반밖에 남지 않은 것일까, 물이 절반이나 남은 것일까?

2017년 문재인 대통령 취임 직후 한국갤럽 여론조사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평가는 84%였다. 최근에는 40% 정도다. 반토막 난 셈이다. 그러나 40%면 대선 득표율 41.08%와 비슷하다. 본전인 셈이다. 어느 진단이 옳을까?

투표층 결속의 또 다른 이유

<한겨레21>과 글로벌리서치 여론조사에서 4년 전 2017년 대통령선거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찍은 사람들에게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를 물었다. 65.6%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34.3%는 부정적으로 평가하거나 평가를 유보했다.

2022년 대선에서 어느 당 후보를 찍을 것이냐고 물었다. 문재인 투표층의 55%는 물론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찍겠다고 대답했다. 나머지 45%는 대개 부동층에 머물러 있었다. 문재인 정부에 완전히 등을 돌리지 않은 것이다.

대통령 임기가 4년 가까이 지났는데도 투표층이 이 정도로 결속한 것은 보기 드문 일이다. ‘대통령 뽑아놓고 흔들기’는 1987년 이후 ‘국민 스포츠’였다. 유권자는 대통령선거 때 ‘한 표’ 행사하고 5년 내내 “그 인간 내가 찍어줬는데 왜 이렇게 못하는지 모르겠다”고 유세를 떨었다.

그랬던 유권자 태도가 달라진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 때문이었다. 노무현에 대한 ‘지못미’(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정서가 문재인 투표층에 남아 있다. 사람들을 직접 만나서 들어보면 확인할 수 있다. 여론조사로는 잘 잡히지 않는 부분이다.

문재인 투표층 결속의 또 다른 이유도 있다.

2019년 8월 ‘조국 사태’가 터졌다. 서울 광화문 개천절 집회에 엄청난 인파가 모여 “문재인 하야”를 외쳤다. 정권이 흔들거렸다. 2020년 1월 코로나19 확진자가 우리나라에서 처음 발생했다.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는 ‘우한 폐렴’이라고 우겼다. 문재인 대통령을 색깔론으로 공격하려는 의도였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이른바 보수 신문은 2020년 4월 총선이 ‘정초(定礎) 선거’라고 한껏 의미를 부여했다. 그래서 야당이 꼭 이겨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도 야당은 참패했다.

보수 야당과 보수 신문의 문재인 정부 비판은 거의 ‘저주’ 수준이었다. 그게 맞는 내용이었다면 우리나라는 망했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열 번쯤 무너졌어야 한다. 나라가 망하지도 않았고 정권이 무너지지도 않았다. 어떻게 된 일일까?

이른바 보수 세력 전체가 신뢰를 잃었다. 그들이 하는 말을 믿지 않는 국민이 더 많다. 이명박·박근혜 집권 10년의 업보를 다 갚지 못한 것이다.

문재인 투표층의 결속이 풀어지지 않는 것과 이른바 보수 세력의 신뢰 상실은 어쩌면 같은 현상의 다른 측면일 수 있다.

그래도 투표층 45%가 이탈한 것은 문재인 정부가 잘못했기 때문이다. 무엇을 잘못했을까?

2019년 9월28일 밤, 서울중앙지방검찰청과 대검찰청 앞 도로를 가득 메운 시민들이 ‘조국 수호’와 ‘검찰 개혁’을 외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2019년 9월28일 밤, 서울중앙지방검찰청과 대검찰청 앞 도로를 가득 메운 시민들이 ‘조국 수호’와 ‘검찰 개혁’을 외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아파트값과 부동산 투기로 치명상

2019년 조국 사태와 2020년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건의 내상이 깊었다. 집권 세력의 도덕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계층·세대·젠더 갈등이 폭발했다.

조국 사태가 터지자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가 거꾸로 문재인 투표층의 뼈를 때렸다.

광화문 집회와 서초동 집회가 동시에 열렸다. 문재인 투표층은 서초동으로 몰려간 사람과 가지 않은 사람으로 갈렸다. 서초동에 가지 않은 사람은 “검찰이 문제지만 조국도 문제”라고 생각했다. 조국 사태의 연장이었던 추미애-윤석열 충돌 때도 많은 사람이 “윤석열 검찰총장과 검사들이 문제지만 추미애 법무부 장관도 너무한다”고 생각했다.

최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기획 사퇴와 정치 행보가 가능했던 배경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리더십 부재 탓도 크다.

정책 실패는 부동산에서 가장 컸다. 아파트값과 전셋값을 잡지 못한 것만도 감당하기 어려운데,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치명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4·7 재보궐선거에서 여당이 패하고 야당이 승한다면 LH 사건 때문일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가 있지만 하나하나 따져보면 큰 성과를 냈다고 보기 어렵다. 자본 기득권 세력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최저임금 인상 등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정책을 임기 내내 비판했다.

그러나 부동산을 제외한 다른 정책의 부진은 코로나19에 대한 ‘케이(K)방역’ 성공 하나로 거의 다 만회했다고 봐야 한다. K방역의 성공은 대한민국 국민의 공동체 의식 덕분이었다. 국제사회의 높은 평가는 대한민국 국민에 대한 상찬이었다.

그런데 야당은 문재인 정부를 공격하기 위해 K방역을 비판했다. 실책이었다. 야당의 비판으로 자부심에 상처를 입은 국민은 2020년 4·15 총선에서 거꾸로 야당을 심판했다.

문재인 정부의 인사는 대체로 성공적이지 못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 이낙연 국무총리, 임종석 비서실장,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등을 발탁했다. 측근 배제, 통합 발탁, 여성 우대 세 가지 원칙을 관철했다. 놀라운 솜씨였다. 많은 사람이 깜짝 놀랐다.

그러나 그때 딱 한 번뿐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인재창고는 금방 바닥을 드러냈다.

문재인 대통령이 고위직에 발탁한 인물은 대개 두 부류였다. 첫째, 노무현 청와대에서 같이 일했던 사람들, 둘째, 민주당 대표를 하면서 알게 된 민주당 사람들이다. 인재 풀이 좁을 수밖에 없다. 2012년과 2017년 대선캠프에 참여했던 사람 중에도 아직 발탁되지 않은 사람이 많다.

정권에 대한 최종 평가는 다음 대선

문재인 대통령은 왜 통 큰 인사를 하지 못하는 것일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본래 낯을 많이 가린다. 모르는 사람과 함께 일하는 체질이 아니다. 사람을 잘 알아보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당대표 시절 자신을 수행한 당직자를 일반 시민으로 잘못 알고 악수를 청한 일도 있었다.

둘째, ‘코드’가 맞는 사람을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학자나 관료들은 보수 성향이 주류다. ‘코드 인사’를 잘못이라고 비판해선 안 된다. 철학과 노선, 가치관이 맞아야 정권에서 함께 일할 수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00년 총선에서 ‘새 피 수혈’을 명분으로 ‘386’ 운동권 출신을 새천년민주당에 끌어들였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 비서관과 행정관에는 ‘386’ 운동권 출신이 많았다. 그러나 이들이 국정을 끌어가기에는 너무 어렸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관료들에게 포획됐다. 세월이 흘러 ‘386’은 ‘586’이 됐다. 50대는 고위 공직을 맡기에 딱 좋은 나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586’을 많이 기용하는 이유다.

정권에 대한 최종 평가는 결국 다음 대통령선거를 통해 이뤄진다. 문재인 정부 최종 평가도 2022년 3월9일 대통령선거 결과에 의해 판가름 난다. 더불어민주당이 재집권하면 성공하는 것이고, 정권이 야당으로 넘어가면 실패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 사람들도 잘 알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각별한 전직 의원이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반대하는 민주당 권리당원들에게 이런 말을 하고 다닌다.

“사치스러운 생각 하지 마라. 이재명이든 이낙연이든 대통령선거 본선에서 이길 사람을 무조건 밀어야 한다. 그래, 이재명이 대통령 된다고 치자. 그러면 우리는 뺨 몇 대 맞고 살면 그만이다. 그런데 정권이 넘어가면 어떻게 되겠나. 부관참시를 당한다.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을 보고도 정신을 못 차렸나.”

내년 대선에서 누가 이길까? 알 수 없다. ‘다이내믹 코리아’의 1년은 다른 나라의 10년에 해당한다. 그래도 민주당이 좀 유리한 것 같다. 야당의 부진 때문이다.

지리멸렬일까 환골탈태일까

국민의힘에는 지금 유력한 대선 주자가 없다. 여론조사에서 지지도가 높게 나오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국민의힘 당원이 아니다. 국민의힘 대선 주자는 유승민 전 의원, 원희룡 제주도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 정도다. 세 사람 모두 지지율 1%를 넘기기도 힘들어하는 수준이다. 희한한 장면이다.

보수 정당이 이런 적이 없었다. 1987년 노태우, 1992년 김영삼, 1997년·2002년 이회창, 2007년 이명박, 2012년 박근혜, 2017년 홍준표가 있었다. 이 가운데 2017년 홍준표 후보만 ‘어차피 지는 선거’에 출마한 사람이었다. 다른 후보들은 대통령선거에 당선됐거나 당선이 유력했다.

4·7 재보선 뒤에는 달라질 것 같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어느 쪽이 이기든 본격적인 각축이 시작된다. 야권에선 윤석열, 안철수, 홍준표, 유승민, 원희룡, 오세훈 그리고 국민의힘 의원들이 합종연횡, 이합집산할 것이다.

그들은 지리멸렬일까, 환골탈태일까? 지리멸렬은 민주당의 대선 승리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반대로 환골탈태하면 여야가 내년 대선에서 제대로 한번 붙어볼 수 있는 것이다. 자, 어떻게 될까?

성한용 <한겨레> 선임기자 shy99@hani.co.kr

*표지이야기 1부
문재인 대통령 뽑았던 1135명의 변치않는 마음, 변한 마음
http://h21.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50080.html
정책 잘못했지만 야당으로 쏠리지 않는 이유

http://h21.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5008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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