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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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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정책 잘못했지만 야당으로 쏠리지 않는 이유

문재인 투표층의 변함없는 마음 확인, 부동산 정책·고위직 인사 잘못했지만
이탈층이 국민의힘 지지로 쏠리지 않아
등록 2021-03-13 10:41 수정 2021-04-01 02:32
참여연대 회원들이 2020년 6월29일 청와대 분수대 광장에서 부동산 정책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참여연대 회원들이 2020년 6월29일 청와대 분수대 광장에서 부동산 정책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만료(2022년 5월)를 1년 남짓 앞두고 있다.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2021년 2월 넷째주에 39%였다.(이하 자료 한국갤럽) 이에 해당하는 시기인 ‘집권 4년차 4분기’ 역대 대통령의 지지율을 보면 한결같이 낮았다. 김영삼 28%, 김대중 31%, 노무현 12%, 이명박 32%, 박근혜 12%. 이에 견줘 문 대통령은 40% 안팎의 견고한 지지율을 유지한다. 4년 전 ‘촛불혁명’ 뒤에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며 도전한 제19대 대통령선거에서 획득한 당선 득표율(41.1%)과 비슷한 수준이다. 드문 일이다.
자연스럽게 <한겨레21>은 문 대통령에게 투표했던 유권자들의 현재 생각이 궁금했다. ‘문재인 투표층’은 1년 앞으로 다가온 제20대 대선(2022년 3월9일)에서 2017년 대선 때와 같은 선택을 할까, 아니면 다른 선택을 할까. 창간 27돌을 맞아 <한겨레21>은 문재인 투표층의 ‘표심 변화’를 알아보기로 했다. 과연 한국 사회는 문 대통령이 약속한 ‘나라다운 나라’가 되어가고 있을까. 답은 읽는 이의 몫이다. 이번 여론조사 분석 기사가 이 질문의 답을 찾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_편집자주

*표지이야기 1부 - ‘문재인 대통령 뽑았던 1135명의 변치않는 마음, 변한 마음’에서 이어집니다.

http://h21.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50080.html

10명 중 4명이 이탈한 이유는

그렇다면 문재인 투표층 10명 중 4명(42~45%)이 이탈한 이유는 무엇일까. 앞서 들여다본 문재인 투표층의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평가(65.6%)는 2018년 1월 여론조사 결과(문재인 투표층 긍정평가 81.8%)에 견주면 16.2%포인트 줄어든 수치다. 일반 유권자에 비해서는 지지율이 높지만, 문재인 투표층 안에서는 지지율이 하락했다.

과외교사 이민아씨처럼, 공익법인에서 근무하는 박보라(34·가명)씨도 문재인 투표층에서 유보로 돌아섰다. 2017년 대선에서 문 대통령을 찍은 이유에 대해 박씨는 “공약이나 비전에 전적으로 공감했다기보다는 국정농단을 한 보수세력을 이길 수 있는 후보라는 생각으로 투표한 것”이라고 밝혔다. 결혼 4년차인 박씨는 문재인 지지가 흔들린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는 부모 세대보다 가난한 세대다. 게다가 집값은 치솟고, 교육 양극화도 심해 아이를 낳아야 할지 고민이 크다. 나뿐 아니라 대학 동기나 직장 동료들도 똑같은 고민을 하더라. 문 대통령과 민주당이 그런 생활의 문제를 잘 해결하지 못하는 거 같다.”

지난 대선 전에 여러 차례 촛불집회에 참석했다는 직장인 한유진(28·가명)씨는 “인권변호사 출신인 문 대통령에게 우리 사회의 변화를 기대하며 문 대통령에게 투표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4년이 흐른 지금은 지지를 “철회”했다. 한씨는 “부동산 정책 실패, 더 깊어진 보수와 진보의 갈등, 광역단체장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자에게 2차 가해로 여겨지는 대응을 한 민주당의 모습 등을 보고서 지지를 접었다”고 했다. 그는 2022년 대선에서 “더 진보적이고 최근 당대표의 성범죄 사건에서 올바르게 대처한 정의당에 투표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문재인 이탈층이 실망한 분야는 이번 조사에서 수치로 확인된다. 14개 분야 정책 평가 중 ‘부동산 정책’이 부정평가 1위를 차지했다. 이는 문재인 투표층(68.5%), 전체 응답자(72.6%) 모두에서 마찬가지다. 연령별로 보면 18~29살 75.1%, 30대 68.8%, 40대 63.3%, 50대 69.5%로 고르게 부정평가가 많았지만 20대의 부정평가가 특히 높게 나타났다. 이념 성향별로는 진보 61.4%, 중도 75.6%, 보수 66.7%로 중도층에서 ‘잘못했다’는 평가가 더 높았다. 나이와 이념 성향 관계없이 ‘우리 모두의 문제’인 부동산 정책은 현재 여야 간 열띤 선거전이 한창인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도 핵심 이슈로 다뤄지고 있다. 내년 대선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정책에 이어 ‘고위직 인사’가 문재인 투표층(48.2%), 전체 응답자(57%)에서 ‘잘못했다’는 평가 2위를 차지했다. 2021년 2월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임명으로 촉발된 문재인 정부 29번째 ‘야당 패싱’ 장관 임명 비판, 조국·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논란, 회전문 인사 지적 등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주요 이슈(조국 사태, 최저임금, 추-윤 갈등, 2·4 부동산 대책 등) 가운데는 ‘여당 광역자치단체장 성폭력 사건에 대한 여당의 대응’ 관련 부정평가가 54.4%로 가장 높았다. 연령별로 보면 18~29살(58.7%)에서 ‘잘못한다’는 평가가 두드러졌고 30대(54.8%), 40대(51.9%), 50대(54.1%)에서도 절반을 넘었다.

가장 큰 격차가 나타난 ‘사회통합’

이민아, 박보라, 한유진씨 등 문재인 이탈층의 ‘변화된 마음’을 좀더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문재인 투표층에 대한 조사 결과를 톺아볼 필요가 있다. 문재인 투표층 중 대통령 직무수행에 대해 긍정평가와 부정·유보평가가 엇갈리며 큰 점수 격차가 보이는 항목은 ‘사회통합’이다. 직장인 한유진씨가 “보수와 진보의 갈등이 더 깊어졌다”고 말한 것처럼, 이탈층에선 문 대통령이 사회통합을 잘못한다고 느낀다. 친문 강경파 그룹이 목소리를 크게 내면서 검찰 개혁 등 주요 국면을 주도하고, 그 결과 대화와 설득에 소홀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과 무관치 않다.

문재인 투표층(1135명) 중 문 대통령 직무수행에 대해 유보(5.6%) 또는 부정평가(28.7%)를 내린 응답자(390명)의 생각을 더 들여다봤다. 이들은 ‘내년 대선 때 어느 당 후보에게 투표할 의향이 있느냐’는 물음에 민주당(23.1%), 국민의힘(12.1%), 잘 모르겠다(52.3%)라는 답변을 내놨다. 문재인 투표층 내에서 나온 응답치곤 민주당 후보와 국민의힘 후보 투표 의향 차이가 11%포인트로 크지 않다는 게 눈에 띈다. 대신 ‘잘 모르겠다’(52.3%)는 무당층이 절반을 넘는다. 또한 ‘내년 대선 구도’와 관련해서도 ‘여당의 정권 재창출’(24.4%)보다 ‘야당으로 정권 교체’(36.2%)가 더 높게 나왔다.

정책 가운데 부정평가가 가장 높은 것은 부동산 정책으로 10명 중 9명(90%)이 잘못했다고 했다. 2위 고위직 인사(77.7%), 3위 사회통합(77.2%)의 부정평가 수치도 높았다. 주요 이슈에선 ‘여당 광역자치단체장 성폭력 사건에 대한 여당의 대응’(부정 76.4%/긍정 12.3%), ‘2·4 부동산 대책’(부정 64.1%/긍정 17.9%), ‘추-윤 갈등에 대한 현 정부의 대응’(부정 61%/긍정 17.9%), ‘조국 사태 관련 현 정부에 대한 평가’(부정 60%/긍정 20.3%) 순으로 부정평가가 높았다. 김태영 글로벌리서치 상무는 “문재인 투표층 중 대통령 직무수행에 대해 유보 또는 부정평가 응답자 수는 390명으로 표본수가 충분히 크지 않아 해석에 주의해야 하지만, 표본오차를 넘어서는 10%포인트 이상의 부정-긍정 평가 차이는 의미 있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부정평가가 쌓이면서 문재인 투표층에서 국민의힘 지지로 돌아선 이도 있다. 직원 7명을 두고 식자재 유통업을 하는 소상공인 전영우(48·가명)씨는 “내년 대선에서는 민주당에서 누가 나오든 찍을 수 없고, 제1야당(국민의힘) 후보에게 투표할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에 실망한 이유에 대해 전씨는 이렇게 말했다. “4년을 겪어보니 문 대통령의 정의와 내가 생각하는 정의가 다른 것 같다. 가령 최저임금만 놓고 봐도 사업 수익은 그대로인데 최저임금을 단기간에 크게 올리니까 높아진 고정비용 때문에 사장인 내가 너무 힘들어지더라. 다행히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멈췄지만, 문재인 정부의 정의는 현실을 모르는 그들만의 정의인 듯하다.” 그러나 전씨는 자신의 마음이 “국민의힘에 선뜻 가는 것은 아니다”라며 “국민의힘에서 합리적인 보수 후보가 나오면 좋겠다”고 했다.

“과오를 상쇄하는 국민의힘 비호감도”

문재인 이탈층은 전씨처럼 국민의힘을 ‘대안’으로 선뜻 받아들이지 못한다. 이런 표심은 정당 호감도/비호감도를 물은 이번 조사에서도 드러났다. 문재인 투표층에서 정당 호감도는 민주당 53.6%, 국민의힘 8.6%, 정의당 21.1%, 국민의당 7.8%, 열린민주당 22.4%로 나타났다. 정당 비호감도는 민주당 20.4%, 국민의힘 74.8%, 정의당 47.7%, 국민의당 69.6%, 열린민주당 45%였다. 문재인 투표층에게 원내 정당 중 국민의힘의 호감도는 가장 낮고 비호감도는 가장 높았다.

김태영 상무는 “문재인 정부의 과오가 국민의힘에 대한 높은 비호감도로 상쇄되는 측면이 있다”고 짚었다. 문재인 정부의 잘못으로 이탈층이 생기더라도 국민의힘이 호감도가 낮아 이 이탈층을 흡수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그 결과 문재인 정부가 입을 타격이 크지 않을 수 있다. 엄경영 소장은 “20~50대에선 국민의힘에 대한 비토(거부) 정서가 확산돼 있다. 국민의힘이 2050의 호감도를 개선하려면 (전직 대통령인) 이명박·박근혜씨와 철저하게 단절해야 한다. (박근혜씨) 탄핵에 대한 사과 정도로는 안 되고 정책, 인물, 이념좌표를 종합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했다.

이 여론조사가 시행된 뒤 발생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땅투기 의혹으로 민주당은 최근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홍역을 앓고 있다. 엄 소장은 “이번 사건은 공정·정의·서민을 열쇳말로 하는 문재인 정부의 심장부를 때렸다. 제대로 대처하고, 이 사건을 잘 치유하지 못하면 상당한 후폭풍이 예상된다. 반대로 잘 수습하고, 또 다른 비리나 과오 없이 문재인 정부의 임기를 잘 마무리해가면 내년 대선에서 이탈층이 돌아올 가능성도 여전히 살아 있다”고 했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1354호 표지이야기

http://h21.hani.co.kr/arti/SERIES/2337/

어떻게 조사했나 | 9개월차와 4년차 비교 

조사대상
만 18~59살 2천 명(2017년 대선 문재인 투표층 1135명 포함)
조사방식
온라인 설문조사
조사시점
2021년 2월22~26일
조사기관
<한겨레21>·글로벌리서치
피조사자 선정방법 2021년 1월 기준 약 117만명의 스마트패널에서 무작위추출
가중값 산출 및 적용방법 2021년 1월말 기준 행정안전부 발표 주민등록인구 기준 셀가중 적용
비교자료
2018년 1월 <한겨레21>·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글로벌리서치 온라인 설문조사(<한겨레21> 제1201호 표지이야기 참조)

2022년 3월9일 대통령선거를 1년 앞둔 지금,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투표했던 유권자(문재인 투표층)들은 현 정부의 국정운영을 어떻게 평가하고 차기 대선 주자 누구에게 표를 던지려 할까. 이 답을 찾기 위해 <한겨레21>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온라인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지난 2월22~26일 전국 만 18~59살 성인 2천 명에게 59개 질문 항목이 담긴 설문지를 보내 답을 받았다.
앞서 2018년 1월에도 <한겨레21>은 거의 유사한 여론조사를 한 바 있다(제1201호 표지이야기 ‘‘같은 듯 다른’ 문 지지자들’ 참조). 당시 여론조사는 ‘지난 대선에서 문 대통령에게 투표했다’고 응답한 이른바 ‘문재인 투표층’ 1053명을 세부 분석한 최초의 시도였다. 이번에도 <한겨레21>은 ‘문재인 투표층’이라고 응답한 1135명이 문재인 정부의 주요 정책과 이슈를 어떻게 평가하는지를 세밀하게 분석했다. 두 설문 결과를 통해 문재인 정부 9개월차와 4년차에서 문재인 투표층의 평가가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비교하고자 했다.
온라인 여론조사 방식은 심층적인 여론을 파악하는 데 적합하다. 보통 10~15개 문항을 묻는 전화면접조사나 전화자동응답(ARS) 방식에 견줘, 더 많은 질문이 가능하다. 하지만 한계도 있다. 인터넷에 익숙지 않은 60대 이상의 응답을 고르게 확보하기 쉽지 않다. 응답자는 전체 인구 분포에 맞춰 성별·연령·지역 등을 나눠 표집하는데, 농촌 지역에 거주하는 60대 이상과 지역에 관계없이 70대 이상 연령대에서는 온라인 이용률이 급격히 낮아진다. 그래서 이번 조사에서는 60대 이상 응답자가 빠졌다. 상대적으로 야당이나 범야권 대선 주자 지지율이 높은 60대 이상의 응답이 없어 여당이나 범여권 대선 주자 지지율이 높게 나타나는 편향이 발생한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여론조사 결과를 분석했다.
여론조사 결과 ‘문재인 투표층’의 내년 대선 표심은 세 부류로 나뉘는 것으로 조사됐다. ①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투표할 예정(계속 지지) ②어느 당 후보에게 투표할지 미정(지지 유보) ③국민의힘 등 다른 정당에 투표할 예정(지지 철회). 여론조사의 단답형 질문만으로는 표심의 속내를 온전히 파악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좀더 입체적으로 이들의 생각을 들어보기 위해, 이 세 경우에 해당하는 유권자를 찾아 전화 인터뷰를 했다. 인터뷰 대상자는 설문조사 결과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연령·성별을 고려해 섭외하려 노력했다. 예컨대 ①계속 지지의 경우 30~50대 남성 ②지지 유보는 20~40대 여성 ③지지 철회는 20대·50대 남성이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과 정치학자, 정치평론가 등에게도 설문 결과를 알려주고 조언을 구해 해석의 객관성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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