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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정당 세대 교체는 이미 시작됐다

강민진 청년정의당 창당준비위원장 인터뷰 “정의당을 앞서는 정의당 될 것”
등록 2020-10-17 01:25 수정 2020-10-17 01:55
강민진 청년정의당 창당준비위원장. 김진수 기자

강민진 청년정의당 창당준비위원장. 김진수 기자

“이번 당직 선거 결과는 진보정당 1세대에서 2세대로의 세대교체가 이뤄졌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1세대에서 2세대로의 세대교체는 정말 느린 교체였습니다. 청년정의당을 통해 우리 세대의 집단적인 성장을 도모할 것이고, 3세대의 주류 교체가 빠르게 준비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청년의 미래는 청년이 결정한다

10월11일 국회에서 열린 김종철 정의당 신임 대표와 6기 대표단의 취임식에서 강민진(25·사진) 청년정의당 창당준비위원장은 자신보다 20~30살 많은 선배 세대 앞에서 “3세대 주류 교체의 빠른 준비”를 이야기했다. 그는 김종철 신임 대표 선출(10월9일)에 앞서 청년(만 35살 이하) 당원 대상으로만 치러진 선거(9월27일)에서 청년정의당 창당준비위원장으로 선출됐다. 청년정의당은 독일의 기독교민주연합·기독교사회연합 안 조직인 ‘영유니언’을 벤치마킹했다. 기존에도 정당 안에 ‘청년위원회’가 존재하지만 ‘정당 안 정당’으로 위상을 끌어올려 청년이 독립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구로 만들겠다는 취지다. 독립적인 인사권과 예산권을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50~60대 남성 중심’ 정치를 바꾸고 청년 문제를 정당이 제대로 해결해보겠다는 고민이 담겨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역시 청년당 신설을 검토 중인데 정의당이 먼저 첫발을 내디뎠다.

강 위원장은 “정의당을 뛰어넘고 견인하며 정의당과 경쟁하는 ‘정의당을 앞서는 정의당’이 될 것”이라고 포부를 밝힌다. 10월13일 서울 여의도 정의당 당사에서 강 위원장을 만나 청년 정치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16살(당시 진보신당)부터 그는 진보정당에 몸을 담았다.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에서 활동하며 청소년 인권과 선거 연령 하향 운동을 펼치는 등 10대부터 ‘세상을 바꾸는 일’에 관심을 쏟았다. 본격적으로 ‘정치인’이라는 옷을 입은 것은 2019년 8월 청년 대변인으로 임명돼 정의당의 ‘입’이 되면서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와 선거법 개정, 총선 등을 거치며 정의당이 처한 냉정한 현실을 피부로 느꼈다. 당은 거대 양당 사이에서 휘둘렸다. 청년들에게 더는 매력적인 정당이 아니었다. 2020년 5월 당의 변화와 쇄신을 모색하기 위해 구성된 혁신위원회에 함께하며 고민이 더 깊어졌다.

“정의당은 독자적인 목소리를 낼 때보다 거대 양당에 댓글을 쓸 때만 주목받더라고요. 어떨 때는 ‘민주당에 등 돌렸다’, 어떨 때는 ‘민주당 2중대다’ 하고…. 청년이 삶에서 느끼는 절박한 문제에 대해선 정의당이 구체적인 대안이나 정책으로 응답하지 못해온 것 같아요.” 그는 청년정의당 신설을 “청년세대 관점으로 정치와 사회를 바라보겠다는 실험과 도전”이라고 설명한다. “청년정치는 하나의 분야가 아니라 관점의 문제입니다. 청년세대 관점으로 우리 사회 모든 문제를 바라보고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도전입니다.” ‘왜 청년만 따로 당을 만들어야 하나’ ‘청년 내부에서도 이해관계가 다양한데 하나의 우산을 씌우는 것이 옳은 접근이냐’ 등 당 안팎에서 청년정의당을 향해 던지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그 역시 “모든 청년을 하나로 묶어서 대변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하지만 청년세대가 목소리를 내고 재구성해야 할 공통의 문제가 존재한다고 바라본다. “윗세대와 달리 우리 세대는 정규직이라는 걸 당연하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현재의 기후위기가 심화하면 2050년 재앙이 예고돼 있는데 우리 세대가 당사자가 되죠. 우리가 살아갈 미래, 운명을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최소한의 틀이 있어야 해요.”

특성화고 졸업생의 노력이 존중받도록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 인천국제공항 정규직 전환 논란 등 문재인 정부 내내 이어지는 ‘공정성’을 둘러싼 갈등도 현재 청년들이 처한 사회·경제적 조건 위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본다. 그는 “(정규직 전환에 반대한) 인천공항 정규직과 취업준비생을 비난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윗세대와 달리 우리 세대는 일자리 기본값이 비정규직이에요. 어렸을 때부터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한 소수만이 정규직 자리를 얻는 걸 게임 규칙으로 알고 살아왔어요. 게임 규칙은 기성세대가 만들어놓은 것이고요. 정규직·비정규직으로 나뉜 구조를 해결하려면 대대적인 작업이 필요할 거예요. 정부와 정치가 책임 있게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는 게 중요한데, 청년 사이 갈등으로만 떠넘겨진 게 제일 안타까웠죠.”

청년 일자리 문제의 해법을 고용할당률 증대로 제시했던 정의당의 청년 정책도 “솔직하지 못했다”고 반성한다. “일부 직종에 몇 프로 늘린다고 청년 일자리 현실이 개선되기 어렵잖아요. 정규직 완전고용을 지향하는 것과, 고용 여부와 상관없이 사회안전망을 튼튼하게 만드는 것 등 쟁점을 둘러싸고 사회적 공론화가 이뤄져야 하고 거시적 전략이 수립돼야 해요.” 조국 전 장관 논란도 검찰개혁과 입시의 공정성 프레임 아래 공방이 이어졌지만, 강 위원장은 “80%의 청년에겐 딴 세상 이야기로 느껴지는 시기였다”고 했다. “우리가 새로 정의해야 하는 공정성은 모든 사람의 노력과 땀이 동등한 가치를 가진다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4년제 대학과 스펙 쌓는 노력이 중요한 만큼, 특성화고에서 열심히 실습하고 산업현장에서 흘린 땀의 가치도 동등하다는 것이지요.”

강 위원장은 청년정의당이 ‘새로운 규칙’을 제시하는 곳이 될 거라고 말한다. “현재 근로기준법과 노조법은 한 사람이 여러 일을 하는 플랫폼노동을 대변하지 못해요. 노동정책을 불안정 노동자 중심으로 다시 짜야 해요. 기후위기도 기존 경제성장과 환경을 같이 챙기는 방식이 아니라 모든 정책의 기본이 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중앙당 지도부에 쓴소리하는 청년정의당

이를 위해선 국회 안에 청년정치인이 더 많아져야 하고 성장해야 한다. 강 위원장은 청년정치인이 국민 삶을 책임지는 훈련을 거치는 인큐베이터 같은 당을 그린다. 국정감사에서 활약하는 정의당 류호정·장혜영 의원처럼 나와 비슷한 옷을 입고,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정치한다는 인식을 청년들에게 주고 싶다. 독일의 영유니언처럼 때로는 중앙당 지도부와 다른 입장을 내고 쓴소리할 수 있는 그런 청년정의당을 꿈꾼다. 모두 상식에 가까운 일이지만 우리 정치 현실에선 실현되지 않는 ‘오래된 미래’다.

미래를 향해 한 걸음 내딛는 그에게 ‘청년세대 관점’으로 당장 국회에서 무엇을 바꾸고 싶냐고 물었다. “국회의원들이 검은색 대형 경유차를 타는 현실이요. 기후위기, 환경오염에 대비해야 하는 의원들이 꼭 그래야 할까요. 검은색 대형차를 탄다고 국회의원의 권위가 생기는 게 아니잖아요.”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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