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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자의 죽음〉외

등록 2009-12-17 17:58 수정 2020-05-03 04:25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자의 죽음〉〈지금 내리실 역은 용산참사역입니다〉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자의 죽음〉〈지금 내리실 역은 용산참사역입니다〉


당대비평 기획위원회 엮음, 산책자(02-3670-1153) 펴냄, 1만4천원


작가선언6·9 엮음, 실천문학사(02-322-2164~5) 펴냄, 1만6천원

모순과 갈등의 현장은 한 시대의 문학을 꽃피워낸다. 동시에 이성의 반성을 촉구한다. 2009년 1월20일 서울 한복판에서 민간인 5명과 경찰관 1명이 죽어나간 ‘참사’ 현장이 그렇다. 검찰은 철거민의 동료를 재판정에 세웠고 사법은 그들에게 유죄를 명했다. 세상을 떠난 이들의 가족은 몇 채 남지 않은 4구역 철거촌의 빈집에서 상복을 입은 채 두 번째 겨울 세상을 버티고 있다. 낮은 곳으로 임한 천주교 성직자들이 남일당 옆에서 매일 하느님의 은총을 촛불에 태운다.

도저히 올해 마지막 달력 한 장을 찢을 수 없는 이때, 불의한 시대에 분노하고 천박한 자본주의의 희생양들을 연민하는 작가들이 책을 낸 까닭이다. , 책의 제목이다. 거꾸로 가는 시대에 마침표를 찍기 위해 지난 6월9일 모인 ‘작가선언6·9’ 소속 작가들이 헌정문집을 냈다. 60여 명의 시인·소설가·작가들의 글과 그림, 사진 등이 수록됐다. 이 책의 속독은 불가능하다. 한 자 한 자 종이 위에 박힌 자모를 끄집어내 가슴으로 녹이고 머리로 형상화하는 동안 읽는 이 또한 번뇌할 수밖에 없다. “이성의 힘으로 캄캄한 죽임의 시대를 증거하려는 젊은 작가들의 생생한 양심의 기록”이라는 게 소설가 조세희의 평가다.

당대비평 기획위원회는 용산 참사를 비롯해 올해 일어난 시대적 죽음을 놓고 을 냈다. 머리말에서 서동진 계원예술디자인대 교수가 쓴 것처럼 “죽음을 애도하는 일은 결국 그 죽음을 살아 있는 자들의 삶의 세계에 대한 반성으로 이끈다”. 그래서 죽음은 남은 자들에 의해 곱씹어지고 해석된다. 용산의 희생자뿐만 아니라 노무현·김대중 두 전직 대통령의 죽음도 텍스트가 됐다. 엄기호 우리신학연구소 연구위원에게 “노무현의 죽음이 ‘정치적’인 죽음이라면 김대중의 죽음은 ‘역사적’ 죽음이었고 용산은 ‘정치 자체의’ 죽음이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초국적 기업에 의한 법의 지배〉

〈초국적 기업에 의한 법의 지배〉


수전 K. 셀 지음, 남희섭 옮김, 후마니타스(02-739-9929) 펴냄, 1만7천원

제목의 ‘법’은 지재권(지적재산권·지식재산권)이다. 1995년 발표된 트립스 협정은 1980년 이후 진행된 지재권 강화 현상의 새로운 국면이었다. 흩어져 있던 국제조약이 포괄됐고, 지재권이 무역과 연계됐다. 이 국면을 돈 뒤에도 지재권은 미국과 유럽연합의 주도하에 점점 더 강화됐다. 종자·유전자 특허를 ‘생명 도둑질’이라 부르는 소비자·농민들의 저항도 시작된다.


〈자유의 의지 자기계발의 의지〉

〈자유의 의지 자기계발의 의지〉


서동진 지음, 돌베개(031-955-5020) 펴냄, 1만8천원

중국에서도 어김없이 발견할 수 있다. 다오반이라는 장사치들이 파는 자기계발서다. 그중에는 한국의 것도 끼어 있다. 2000년대 이후 한국의 출판시장은 자기계발서가 베스트셀러의 수위를 차지하고 있다. 신자유주의의 급진전과 궤를 같이한다. 숨막히는 경쟁체제하에 불안에 시달리는 개인은 점점 ‘자기계발’이라는 이름으로 신자유주의를 내면화해간다. 푸코식 미세권력의 지배와 통제 방식의 한국적 사례.


〈한 변호사의 고백과 증언〉

〈한 변호사의 고백과 증언〉


한승헌 지음, 한겨레출판(02-6383-1607) 펴냄, 1만6천원

한승헌 변호사는 시국사건 변호인 1호다. 패소율이 가장 높은 변호사 가운데 한명이기도 하다. 그의 패소율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패소율이다. 1965년 남정현 작가의 필화사건을 시작으로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사건까지 거의 모든 굵직한 시국사건에서 변호인 또는 피고인으로 참여한 저자가 에 2009년 연재한 회고록을 묶었다.


〈지상 최대의 쇼〉

〈지상 최대의 쇼〉


리처드 도킨스 지음, 김명남 옮김, 김영사(02-3668-3270) 펴냄, 2만5천원

여전히 진화를 의심하는가? 에 이어 창조론자들을 반박하는 이 책은 ‘진화론 전도서’다. 을 일부러 ‘도발적’으로 썼다면 이 책은 좀더 여유로워졌다. 창조론을 믿지 않지만 설교단에서는 아담과 이브를 이야기하는 목사, 열렬한 창조론자를 알고 있는 진화론자 등에게 진화론을 적극 전도하라고 부추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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