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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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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의 밤, 오늘이 가장 밝게 기억되지 않으려면…

등록 2025-07-17 22:07 수정 2025-07-24 20:28
2025년 7월14일 전남 여수 국가산업단지의 야경. 공장들의 불빛은 화려하지만 언제까지고 꺼지지 않을 수 있을까. 김진수 선임기자 jsk@hani.co.kr

2025년 7월14일 전남 여수 국가산업단지의 야경. 공장들의 불빛은 화려하지만 언제까지고 꺼지지 않을 수 있을까. 김진수 선임기자 jsk@hani.co.kr


‘3년 뒤에는 석유화학 기업의 50%만이 지속 가능할 것.’

2025년 7월2일 국회에서 열린 ‘석유화학 구조조정을 통한 산업 재편’ 포럼에서 언급된 한 컨설팅회사의 분석이다. 이날 포럼엔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들과 정부 관계자, 국회의원들이 참여했다. 한국화학산업협회는 정부 지원의 시급성을 강조했고, 기업들은 사업 재편을 위해 지원책을 마련해달라고 건의했다. 다만 노동자의 이야기는 빠져 있었다.

기업들이 위기가 이제 정말 눈앞까지 다가왔다고 할 때, 석유화학산업을 가장 밑바닥에서 떠받치는 하청 노동자들은 이미 그 위기를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었다. 2025년 5월29일, 권영국 당시 민주노동당 대통령 후보를 따라 전남 여수 국가산업단지에 갔을 때, 노동자들은 권 후보에게 공장이 멈추면서 현장을 떠나는 동료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선거 때만 아픔이 공유되고 끝나는 것이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여기에 30대부터 50대까지 우리나라 경제를 이끌어가면서 가정까지 책임지는 가장이 대다수예요. 그런데 왜 이 사람들을 위한 정책은 없어요? 기업들 이익을 생각하는 정책은 많아요. 정작 가정을 꾸리고 산업 전선에서 일하는 일꾼들을 위한 정책이 없다는 거예요.” 17년 동안 여수 엘지(LG)화학 공장에서 하청 노동자로 일한 최진만(49) 엘지화학 사내하청지회장이 한 서린 목소리로 말했다. 이날 들은 현장의 말들은 권 후보에게도, 기자에게도 무겁게 남았다. 대선이 끝나고 한겨레21이 진보정치가 필요한 현장 기사를 연재한 계기이기도 하다.

한겨레21은 2025년 7월7~8일 이틀 동안 다시 여수산단을 찾아 2024년 말 시작된 쇠락의 파도가 어디까지 들이닥쳤는지 확인했다. 여수산단 안팎에서 일하는 노동자들과 노동조합 간부, 산단 인근의 상인 등 16명을 만나 인터뷰했다. 그들이 받은 해고 통지서와 계좌를 들여다보고, 텅 빈 식당의 장부를 들췄다. 여수에서 마주한 것은 위기가 가장 취약한 곳부터 내치고 있는 현실이었다. 그 현실을 김수강 넥스트 연구원의 분석과 함께 전한다.

 

류석우 기자 raintin@hani.co.kr

 

여수 산단에 닥친 쇠락의 파도, 약한 곳부터 덮쳤다
https://h21.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57690.html

자영업까지 일파만파, 스러지는 여수 산단 지역경제
https://h21.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57692.html

투명인간 취급 당한 노동자들 “응답하라, 정치여~”
https://h21.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57680.html

엎친 데 덮친 석유화학산업, 솟아날 구멍은 ‘탈탄소 전환’
https://h21.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5767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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