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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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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 덕분에 성공한 여성들

창의성과 강한 열정은 오히려 득… 결함 아닌 가능성으로 여기기를
등록 2026-10-22 21:21수정 2026-10-25 08:46


2025년 9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내놓은 ‘최근 5년간 주의력결핍 및 과잉행동 장애(ADHD) 진료 현황’을 보면 2020년부터 2024년까지 20대 이상 ADHD 진료 인원은 4.85배 증가했다. 특히 30대 여성 진료 인원은 8.87배나 늘었다. 모든 연령대와 성별을 통틀어 가장 가파른 증가세였다. 갑자기 여성들 사이에서 ADHD가 많아진 것일까? 그보다는 “여성 ADHD가 뒤늦게 진단되기 시작했다”는 해석이 더 적절하다.

‘잘난 여자들을 위한 ADHD’(트레이시 오츠카 지음, 박초월 옮김, 심심(푸른숲) 펴냄)는 당사자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여성 ADHD를 둘러싼 오해를 바로잡는다. 여성의 ADHD는 부주의나 건망증처럼 비교적 조용한 증상으로 나타나는데, 여성에게 요구되는 사회적 역할과 고정관념 때문에 증상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병원에서 불안이나 우울증 같은 기분장애로 쉽게 오진받기도 했다.

그동안 여성들은 똑똑해서, 교육을 많이 받아서, 사회적으로 성공해서 ADHD일 리 없다는 말을 들어왔을 것이다. 공인 ADHD 코치인 글쓴이는 ADHD가 지닌 에너지가 오히려 ‘잘난’ 여성들에게 자원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ADHD가 있음에도 성공한 것이 아니라 ADHD 덕분에 성공한 것”이라는 글쓴이의 시선은 ADHD를 결함 있는 존재로 여기던 사회 통념을 뒤집는다.

글쓴이는 과집중과 직관, 창의성, 강한 열정 등 ADHD 뇌가 지닌 특성에 주목한다. 이런 특성을 일상에서 활용하는 방법도 소개한다. 1부에서는 ADHD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ADHD를 초능력으로 바꾸는 법’을 소개한다. 2부에서는 ADHD 특성을 고려한 실질적인 해결책을 다룬다. 격한 감정과 트라우마를 관리하고, 과도한 생각과 자기 의심에서 벗어나 시간과 계획, 돈, 인간관계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ADHD는 양날의 검과 같다. 글쓴이는 “ADHD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축복이 될 수도 있고 저주가 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책에는 글쓴이의 더 원대한 소망이 깃들어 있다. 자신의 특성을 결함으로 여기던 이들이 일종의 해방감을 느끼기를. 자신 안에서 무한한 가능성을 발견하기를. 368쪽, 2만1천원.

 

■ 21이 찜한 새 책

 


 

수저 인문학

오승환 지음, 창해 펴냄, 3만원

음식고고학자인 글쓴이는 식탁 위 가장 익숙한 도구인 수저를 통해 한·중·일 동아시아 2만 년 문명사를 추적한다. 무령왕릉 출토 수저의 수수께끼, 고려의 휘어진 숟가락이 조선 후기에 일자로 펴진 까닭, 숟가락이 사라진 중국·일본과 달리 한국에서만 숟가락을 사용하게 된 이유까지. 유물과 팩트로 기존 통설을 뒤집는 맛깔난 밥상머리 인문학 도서다.

 


 

호모 픽투스, 상상하는 인간

호르헤 볼피 지음, 엄지영 옮김, 엘리 펴냄, 4만4천원

스페인-라틴아메리카 문학의 거장인 호르헤 볼피는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처럼 ‘빅 히스토리’ 작업을 해내겠다는 꿈을 품었다. 그는 신화와 종교, 화폐와 국가, 과학이론 등 수많은 체계는 누군가 지어낸 이야기에서 출발했다는 점에 주목한다. 과학적 사유와 인간의 상상력이라는 화두에 천착해 인간이 왜 지어낸 이야기에 깊이 의존해왔는지를 묻는다.

 


 

사회를 사고하는 법

오사와 마사치 지음, 지비원 옮김, 갈라파고스 펴냄, 3만3천원

일본 대형 출판사 고단샤의 편집자들이 들은 명강의가 한 권의 사회학 입문 교양서로 나왔다. 사회학자인 글쓴이는 ‘우연성’을 열쇳말로 삼아 아리스토텔레스부터 마르크스, 프로이트, 베버, 푸코까지 방대한 학문을 쉽게 풀어냈다. 그는 눈앞의 현실에 체념하는 것이 아니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우연성을 믿을 때 다른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고 역설한다.

 


 

예술원에 드리는 보고

이기호 지음, 문학동네 펴냄, 1만8천원

글쓴이는 언제나 인간을 주시하는 소설 쓰기를 놓지 않았다. 그의 소설은 소외된 인물을 향한 다정한 관심에서 출발해, 그 다정함 속에 섞인 인간의 위선을 간파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책에 수록된 단편 7편은 경직된 체제 안에서 부대끼며 한계를 체감하는 개인들의 복잡다단한 내면 풍경을 그려낸다. 그의 유머는 조용하지만 통렬하게 다가온다.

 

 

공주경 기자 wnrud12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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