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택원씨가 둘째 아이를 안고 기뻐하는 모습. 이택원 제공
출산을 앞둔 배우자를 보살피고 아이를 돌보기 위해 일을 그만둔 청년 남성에게 정부가 그간 지급한 지원금을 도로 가져가겠다고 통보했다. 일하는 저소득 청년의 자산 형성을 돕는 이 지원금은 일을 그만두면 원칙적으로 환수된다. 다만 임신·출산으로 인한 퇴직은 예외다. 그런데 정부는 안내문에도 없던 해석을 내세워 이 남성을 사회안전망 밖으로 밀어내려 한다. _편집자
경남 거제에 사는 이택원(32)씨는 두 아이의 아빠다. 외국에서 배우자를 만나 첫째 아이를 낳고 2023년 귀국했다. 둘째 아이는 2025년에 태어났다.
택원씨는 외국에서 목수 일을 하던 경험을 살려 한국에서도 목수로 일했다. 일당 13만원을 받는 일용직이었다. 지출을 최대한 줄이며 살았다. 자전거로 출퇴근했고, 월 5천원 요금제 알뜰폰을 썼다.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25만원인 외진 집을 구해 살았다.
“제가 차상위계층(아래 뜻풀이)이기도 하고, 신혼부부에, 키우는 아이들도 있고, 또 청년이어서 저에게 맞는 정부 정책이 있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찾은 것이 ‘청년내일저축계좌’였다. 보건복지부가 2022년부터 운영하는 제도로, 저소득 청년이 통장 가입 기간 3년 동안 노동 활동을 지속하며 매월 10만원 이상(최대 50만원) 저축하면 정부가 가입자의 소득수준에 따라 월 10만원 또는 30만원을 지원한다.
*차상위계층: 소득인정액이 기준 중위소득 50% 이하이지만 기초생활수급 대상에는 해당하지 않는 저소득층.
택원씨는 2024년 8월 청년내일저축계좌를 개설했다. 3년 뒤에 생기는 목돈을 아이들 양육비와 생활비에 쓰거나 내 집 마련을 위한 종잣돈으로 삼을 생각으로 매달 10만원씩 납입했다. 그때마다 택원씨 휴대전화에는 정부지원금 30만원이 적립됐다는 안내 문자가 도착했다.
계좌 개설 무렵 아내가 둘째를 임신했다. 택원씨는 건강이 안 좋고 한국 문화가 낯선 아내를 돌보고 아이들을 양육하기 위해 퇴직을 결심했다. “아내가 만삭에 가까워질 때쯤 휴직을 알아봤으나, 일용직 근무자가 현실적으로 육아휴직을 받는다는 것은 불가능했습니다. 첫째도 팔삭둥이로 나와 인큐베이터 생활을 두 달간 했던 경험이 있어 둘째는 더욱 조심스러웠습니다.”
결국 한국어가 서툴러 응급상황 대처가 미흡할 수밖에 없는 아내를 위해, 택원씨는 출산 예정일을 석 달 정도 앞두고 퇴직을 결정했다.
현행 남녀고용평등법(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과 그 시행령에 따라, 근무 중인 사업장에서 계속 일한 기간이 6개월 이상인 노동자는 육아휴직을 보장받는다. 반면 6개월 이상 일한 곳이 같은 사업장이 아니거나, 같은 사업장에서 일했더라도 계속 일한 기간이 6개월 미만이면 그렇지 않다. 이때는 사업주가 노동자의 육아휴직 사용을 거부할 수 있다.
택원씨는 약 1년 동안 같은 고용주 아래 같은 건설 현장에서 일했다. 그러나 고용보험 자격이력 내역서 같은 서류에는 실제 고용주가 아닌 여러 업체에 7일 간격으로 돌아가며 고용된 것으로 기록됐다. 서류대로라면 그는 한 사업장에서 6개월은커녕 일주일 넘게 일한 적이 없다. 육아휴직이 불가능한 택원씨가 배우자와 아이들을 돌볼 방법은 퇴직밖에 없었다.
노동 활동 지속은 청년내일저축계좌의 유지 요건이다. 연 1회 이상 진행되는 관할 시군구(기초 지방정부)의 확인조사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 근로복지공단 등의 공적 자료를 통해 노동 활동이 확인되지 않은 가입자의 계좌는 중도 해지되고, 정부지원금은 환수된다. 복지부 사업 지침에 따라 계좌 해지 및 정부지원금 환수 처분을 하는 곳은 지방정부다.
다만 불가피한 사정으로 일할 수 없게 된 가입자는 일정 기간 본인적립금을 납입하지 않아도(적립 중지) 계좌가 유지된다. 인정 사유는 크게 두 종류다. 하나는 가입자가 실직, 본인 또는 부양가족의 질병·사고 등 부득이한 사유로 최대 1년까지 납입 유예 신청이 가능한 ‘일반 적립 중지’다. 단, 본인적립금 납입을 멈춘 기간이 있어도 만기일은 연장되지 않는다.
다른 하나는 가입자가 임신·출산으로 인한 퇴직, 육아휴직, 군 입대를 이유로 최대 2년까지 납입 유예 신청이 가능한 ‘특별 적립 중지’다. 일반 적립 중지와 달리 가입 기간이 5년으로 연장된다. 다만 특별 적립 중지 사유에 해당하는 가입자는 만기일 연장으로 이어지는 적립 중지 신청 없이 본인적립금 저축을 지속해 계좌 가입일로부터 3년 뒤에 정부지원금이 더해진 최종 적립금을 받을 수 있다.
택원씨는 청년내일저축계좌를 만들 때 받은 가입자 안내문을 봤다. 임신·출산으로 인한 퇴직은 적립 중지 신청 없이도 본인적립금을 계속 입금할 수 있는 사유라고 적혀 있었다. “두 아이를 키워야 하는데, 퇴직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돈을 벌어야 하니까. 그런데 마침 제 사정이 임신·출산으로 인한 퇴직에 해당해 퇴직을 결정할 수 있었어요.” 택원씨는 2025년 2월께 일을 그만뒀다.
하지만 일은 택원씨 생각처럼 진행되지 않았다. 확인조사 기간(2025년 4월~2026년 4월)에 택원씨의 노동 활동 내용을 확인하지 못한 거제시청은 2026년 4월30일 그에게 전화했다. 택원씨는 배우자의 임신·출산을 이유로 퇴사해 일을 안 하고 있다고 답했다.
거제시청은 임신·출산으로 퇴사한 경우의 적립 중지는 여성 가입자에게만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택원씨에게 교부된 가입자 안내문엔 없는 내용이었다.
거제시청은 ‘근로 활동을 증명할 수 없기에 계좌는 해지될 예정이고, 환수 처분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고 안내했다. “청천벽력 같은 안내”를 받은 택원씨는 그날 바로 복지부와 국가인권위원회를 상대로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제기했다. ‘청년 자산 형성을 위해 만든 소중한 제도가 실상은 육아휴직이 자유로운 일부 공기업을 다니는 아빠만 가능하고, 그 외 중소기업이나 일용직 청년 아빠는 불가능한 셈입니다. 결국 그 피해는 독박 육아를 하게 되는 여자가 짊어지게 됩니다. (…) 남편은 결국 밖에 나가 일하고, 여자는 독박육아를 하라는 말과 다름없습니다. 그런 가정이 어떻게 행복할 수 있겠습니까.’ 민원 글의 일부다.

디자인주 서혜린
약 한 달 뒤인 5월26일 복지부가 답변을 보내왔다. ‘「자산형성지원 통장사업 안내」(사업 지침) 및 「자산형성지원 통장사업안내 질의응답집」(질의응답집) 내용에 따라 임신·출산으로 인한 퇴사 사유의 특별 적립 중지 적용은 임신·출산의 당사자인 여성의 퇴사에만 해당하며, 배우자인 남편의 퇴사는 사유로 인정되지 않음을 알려드립니다.’
복지부가 근거로 내세운 질의응답집은 가입자가 아니라 해지·환수 처분 주체인 지방정부 사업 담당자를 위해 제작된 업무 참고 자료였다. 택원씨는 이 질의응답집의 존재를 알 수 없었다. 또한 사업 지침 문서에 ‘임신·출산으로 인한 퇴직자’의 성별을 여성으로 제한하는 문구는 적혀 있지 않다.
인권위는 7월22일 택원씨가 겪은 일이 인권침해 또는 차별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택원씨가 본인의 실직을 사유로 하는 일반 적립 중지 신청을 통해 계좌 중도 탈락 방지가 가능하다고 봤다. 하지만 복지부조차 현행 지침이 택원씨 같은 가입자를 충분히 보호하지 못한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복지부는 제도 개선을 요구한 시민단체에 7월7일 회신한 의견서에 ‘내년(2027년) 지침 개정시 보다 두터운 저소득층 자산 형성 지원을 위해 배우자의 임신·출산 등 사유로 비자발적인 실직을 하는 경우 일반 적립 중지시에도 만기 기간을 연장하는 등의 방안을 추진하겠음’이라고 적었다. 다만 이는 향후 계획일 뿐, 이미 해지·환수 통보를 받은 택원씨를 구제하겠다는 뜻은 아니었다.
게다가 일반 적립 중지는 특별 적립 중지에 비해 가입자에게 불리하다. 김산하 변호사(재단법인 동천)는 “일반 적립 중지를 신청하면 만기일이 연장되지 않기 때문에 (계좌 가입 기간) 3년 중에 본인적립금을 못 낸 기간만큼 정부지원금이 지원되지 않는다. 그래서 3년을 꽉 채워 적립할 때보다 최종 지급액이 적을 수밖에 없다. 반면 특별 적립 중지는 만기일이 자동 연장되기 때문에 3년 동안 빠짐없이 적립금을 낸 것과 같은 규모의 정부지원금을 만기 때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택원씨의 피해 사례를 알게 된 시민단체(한국여성민우회, 빈곤사회연대, 가족구성권연구소,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마산창원여성노동자회)는 7월1일 복지부에 제도 개선을 요청하며 택원씨가 특별 적립 중지 대상으로 인정될 수 있도록 촉구하는 의견서를 전달했다.
시민단체들은 임신·출산으로 인한 퇴직자를 여성으로 한정하는 것은 임신·출산에 따른 회복과 돌봄이 모두 여성만의 몫이라는 관점이 반영된 결과로, 이는 여성에게 더 많은 돌봄 책임을 부과하고 국민에게 성차별적 돌봄 문화를 고착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임신·출산으로 인한 돌봄이 ‘여성이 자녀를 돌보는 것’으로만 협소하게 국한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나아가 이들은 사실혼 파트너나 동거 양육자 등 실질적인 양육과 돌봄 관계가 성별이나 혼인 형태의 제약 없이 동등하게 인정되는 방향으로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거제시청은 8월 초 택원씨에게 청년내일저축계좌 중도 해지 및 정부지원금 환수 처분을 예고하는 사전 통지서를 보냈다. 통지서에는 소명 기회를 주겠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그러나 사업 담당자는 택원씨와의 통화에서 ‘소명하셔도 큰 의미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택원씨는 김산하 변호사의 도움으로 8월21일자 의견서를 작성해 제출했다. 제도의 취지, 성평등과 가족에 대한 국가의 의무, 일용직 노동자의 현실을 고려했을 때 ‘임신·출산으로 인한 퇴직자’에는 임산부를 돌보려고 일을 그만둔 배우자도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함이 타당하다는 내용의 의견서다.
“남성의 육아 참여가 보편화되면 여성의 권리 신장에도 기여하고, 여성의 경력 단절도 해소될 수 있고, 아이의 정서 발달에도 도움이 되잖아요. 이를 통해 창출되는 사회적 가치가 어마어마할 것이라고 봐요.” 택원씨의 말이다.
조문주 거제시청 생활보장팀장은 10월8일 한겨레21에 “복지부의 지침에는 ‘임신·출산으로 인한 퇴직’으로 적립 중지 신청이 가능한 사람으로서 (여성 가입자 본인이 아닌 그의) ‘배우자’가 명시되어 있지 않다. ‘배우자’까지 (신청이 가능하다고) 확대해서 볼 수 있는 규정이 없다”며 “(택원씨의) 의견서 제출에 따라 복지부에 지침 해석을 요청했다. 아직 (택원씨에 대해) 계좌 중도 해지나 (정부지원금) 환수 처분은 하지 않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김수환 복지부 자활정책과장은 “현재 해석상으로는 안 되지만, 2027년에는 임신·출산으로 인한 퇴직을 이유로 하는 특별 적립 중지가 여성 가입자 본인뿐만 아니라 그의 배우자도 가능하도록 지침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10월8일 한겨레21에 밝혔다. 그러면서 택원씨 사례는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 중이라고 덧붙였다.
오세진 기자 5sj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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