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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공장으로 숨은 삼성의 ‘비밀주의’

2026년 초 현지 조사로 오염·산재 ‘외주화’ 확인… 인권단체 “‘공급망 책임법’ 제정 필요”
등록 2026-03-05 22:26 수정 2026-03-06 15:38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반올림)은 2026년 1~2월 다섯 차례 베트남 삼성 박닌 공장 주변 지역과 1·2차 협력업체 네 곳을 현장 조사했다. 이 조사에서 한 협력업체 굴뚝 입구에 여과되지 않은 고체 형태 화학물질이 붙어 있는 등 방지시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정황이 확인됐다. 반올림 제공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반올림)은 2026년 1~2월 다섯 차례 베트남 삼성 박닌 공장 주변 지역과 1·2차 협력업체 네 곳을 현장 조사했다. 이 조사에서 한 협력업체 굴뚝 입구에 여과되지 않은 고체 형태 화학물질이 붙어 있는 등 방지시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정황이 확인됐다. 반올림 제공


삼성전자가 지난 10여 년 동안 베트남 공장과 협력업체에 제기된 환경오염과 노동자 안전 문제에 대해 “대부분의 의혹은 오해”라는 공식 답변을 뒤늦게 내놓았지만,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이하 반올림) 등이 2026년 1~2월 실시한 현지 조사에서 삼성전자 직영공장이 협력업체로 심각한 환경오염을 외주화한 것으로 확인됐다. 반올림은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협력업체의 인권·환경 실사 의무를 부여하는 ‘공급망 책임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삼성, 유엔에 근거 제시 없이 “오해” 답변

삼성전자의 베트남 공장 환경오염 등의 문제는 반올림이 국제오염물질추방네트워크(IPEN), 젠더가족환경개발연구센터(CGFED)와 함께 ‘삼성 내부 자료로 확인된 베트남 공장의 화학물질 부실 관리와 환경오염 실태’ 보고서(반올림 보고서)를 공개한 2024년 6월 한겨레21 보도로 세상에 알려졌다.(제1517호 참조) 베트남 현지에서 10만 명을 고용하고, 2022년 650억달러의 제품을 수출해 베트남 전체 수출의 9%를 차지하는 ‘삼성전자 베트남’ 공장이 유독 화학물질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환경오염을 유발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긴 보고서였다. 특히 삼성전자 베트남의 휴대전화 제조 공장인 박닌 공장에서는 2010~2013년 최소 3년 동안 폐수가 무단 방류되고, 최소 7년 동안(2010~2017년) 화학물질이 충분한 여과 없이 대기로 배출되는 등의 문제가 ‘즉시 시정 없이’ 장기간 지속됐다. 2013년 당시 삼성그룹 최고위 조직인 미래전략실이 악취 전문가 두 명을 박닌 공장에 보내 실태를 파악했지만 이 문제가 수년간 해결되지 않았다는 내부 고발자의 증언도 담겼다.

유엔(UN) 8개 분야 특별보고관들은 반올림 보고서 내용을 토대로 공동 서한을 작성해 “안전하지 않은 작업 조건과 중대한 인권침해 가능성에 대해 우려한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삼성전자 지속가능경영센터는 이후 두 달이 지난 2025년 11월27일에야 23쪽 분량의 공식 답변서를 제출했다. 삼성전자는 답변서에서 “대부분의 의혹은 오해이며, 일부 사실인 문제도 즉시 시정됐다”고 밝혔다. 특히 삼성전자는 공식 답변서의 상당 부분을 베트남 현지 법을 어기지 않았으며 아이에스오(ISO·국제표준화기구) 14001 등 글로벌 기준을 충족하는 환경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점을 소개하는 데 할애했다. 협력업체에 대해서도 “정기적인 평가와 점검을 실시하고 있으며 필요한 경우 개선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반올림은 “반올림 보고서는 대부분 공익제보자에 의해 제공된 삼성전자 내부 환경보건안전(EHS) 문서를 근거로 한 것으로, 폐수 처리 시설이 설치되지 않았다는 점 등 삼성전자 스스로 파악했고 개선이 안 되고 있다고 꼽았던 문제들”이라며 “삼성전자는 무엇이 오해라는 것인지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고 반박했다. 유엔 특별보고관들도 “삼성전자 베트남 공장에서 광범위한 위반 사항이 발견됐음에도 관련 규정을 체계적으로 준수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유엔 특별보고관 “오염 문제 타 지역 이전”

반올림은 삼성의 공식 답변서 내용을 확인하고자 2026년 1~2월 박닌 공장 주변 지역과 1·2차 협력업체 네 곳을 다섯 차례 현장 조사했다. 조사 결과 독성 공정을 외주화한 박닌 공장은 과거보다 상태가 나아졌지만 독성 공정을 운영하는 협력업체 네 곳 모두 지독한 악취가 확인되는 등 여전히 심각한 대기오염 상황이 포착됐다. 굴뚝 입구에 고체 형태 화학물질이 붙어 있는 등 방지시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정황, 일부 산업폐기물이 공터에 버려지거나 태워진 사실도 확인됐다. 똑같은 문제가 개선되지 않은 채 직영 공장에서 협력업체로 주체만 바뀐 셈이다. 유엔 특별보고관들은 “삼성은 박닌의 소규모 대기오염 방지시설을 업그레이드하는 대신 2017년과 2018년에 도금·도장·인쇄 같은 가장 독성이 강한 작업을 협력업체에 외주화했다”며 “이들 협력업체는 일반적으로 삼성보다 환경보건안전에 대한 역량과 인식이 낮다. 이러한 외주는 심각한 대기오염 문제를 다른 지역사회로 이전시켰으며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2023년 베트남 박닌성에 있는 삼성의 2차 협력업체인 에이치에스(HS)테크는 삼성전자가 금지하고 있던 메탄올을 냉각 용도로 사용하다 노동자 37명이 중독돼 이 가운데 42살 여성 노동자가 사망하는 재해가 일어났다. 삼성전자와 협력업체는 노동자들의 악취 호소와 건강 이상에도 대처하지 않았고, 피해 노동자 가족의 신고가 있고 나서야 해당 사건이 세상에 알려졌다. 메탄올 사고가 반복되는 이유는 메탄올이 에탄올보다 값싸기 때문이다. 사고 발생 한 달여 뒤 삼성전자는 “메탄올이 다량 함유된 ‘가짜 에탄올’을 2차 협력업체에 허위 납품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이런 산업재해는 가장 위험한 공정을 떠안는 공급망 협력업체에서 반복되는 화학물질 재해 패턴이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2016년 2월 국내 삼성전자 3차 협력업체의 동일한 공정에서도 메탄올 사용으로 최소 6명이 실명하는 사고가 일어다. 이상수 반올림 활동가는 “2018년 합의 이후 삼성에서 일부 독성 화학물질 규제 도입 등 의미 있는 개선도 있었지만 설비 정비, 화학물질 공급, 폐기물 처리 같은 위험한 업무가 협력업체로 대부분 이전돼 책임은 분산되고 위험은 더 보이지 않는 곳으로 보내지고 있다”고 말했다.

 

2022년 12월 베트남 국영티브이 브이티시(VTC) 뉴스가 보도한 삼성 베트남 협력업체 에스아이티 비나(SIT Vina) 주변 상가의 피해 현장. 이 매체는 “그물망으로 덮어놓았는데도 공장에서 배출된 오염물질로 인해 가게의 테이블과 의자에는 여전히 먼지가 쌓여 있었다”고 보도했다. VTC 뉴스 갈무리

2022년 12월 베트남 국영티브이 브이티시(VTC) 뉴스가 보도한 삼성 베트남 협력업체 에스아이티 비나(SIT Vina) 주변 상가의 피해 현장. 이 매체는 “그물망으로 덮어놓았는데도 공장에서 배출된 오염물질로 인해 가게의 테이블과 의자에는 여전히 먼지가 쌓여 있었다”고 보도했다. VTC 뉴스 갈무리


EU 등 ‘협력업체 인권·환경 실사’ 의무화

삼성은 왜 시민사회의 안전보건 관련 지적을 인정하고 개선하기보다 사실관계를 다투는 데 집중할까. 공유정옥 반올림 활동가(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는 “삼성전자 내부에서 공장 문을 열지 않으면 외부에서는 (문제를) 확인하기 어렵다”며 “국제사회에서 제기되는 노동자 인권 문제에 대해서도 말로는 ‘국제 기준을 준수한다’고 하지만 중요한 건 문제없다는 ‘말’이 아니라 ‘실천’”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지 노동자들이 내부 작업환경 실태에 대해 언론 등과 자유롭게 인터뷰해도 보복하지 않겠다고 천명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반올림 등이 반올림 보고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도 여러 노동자의 목소리를 담으려 했지만 “보복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인터뷰가 무산된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이런 분위기는 과거에도 논란이 됐다. 2017년 IPEN과 CGFED가 박닌 공장 여성 노동자 45명을 인터뷰해 발표한 보고서에는 작업 중 기절이나 현기증을 겪은 경험, 잦은 유산, 휴식 없이 9~12시간 서서 일하는 노동 환경 등이 담겼다. 이후 삼성전자 쪽이 해고나 소송으로 위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당시 유엔 인권 전문가들은 “노동 옹호자와 노동자를 위협하는 행위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뿐 아니라 노동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자들이 처벌받지 않게 한다”고 지적했다. 기업과 인권에 관한 유엔 지도원칙(UNGPs) 등 국제 기준은 내부고발자에 대한 보복을 금지한다.

“삼성의 문제는 한마디로 ‘비밀주의’다. 처참한 현실을 가리고 밖으로는 거짓으로 꾸며진 결과를 완벽한 것처럼 자랑하고 있다. 삼성은 이제 문제를 감추고 떠넘기는 방식과 단절하고 진짜 현실을 개선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 이 때문에 공급망 책임법 제정이 시급하다.” 이상수 활동가의 말이다. 유럽연합(EU) 등에서는 이미 협력업체의 인권·환경 실사 의무를 부여하는 ‘공급망 책임법’이 제정된 상태다. 한국에서도 2025년 6월 관련 법안(기업의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인권·환경 보호에 관한 법률안,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 발의)이 발의돼 있다.

삼성전자의 ‘비밀주의’가 두드러지게 드러난 영역 가운데 하나는 직업병 피해자들의 산재 입증에 필수적인 ‘화학물질’ 정보 공개 문제다. 삼성전자는 오랫동안 영업비밀을 이유로 반도체 공정에서 사용되는 화학물질과 작업환경 자료 공개를 제한해왔다. 2018년 2월 대전고등법원이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의 작업환경측정보고서를 공개하라고 판결했고, 그에 따라 고용노동부는 공개 결정을 내렸지만, 삼성은 이에 반발해 2018년 4월 행정심판을 제기하며 공개 범위를 다퉜다. 이에 삼성전자가 법원과 정부의 공개 결정까지 막으려 한다는 시민사회·노동계 비판이 나왔다. 2019년 7월 ‘국가핵심기술’ 정보 공개를 제한하는 내용으로 산업기술보호법이 개정되자 삼성은 ‘작업환경보고서에 반도체 공정 정보가 포함돼 있다’는 논리로 고용노동부의 정보 공개를 막고 나섰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등의 직업병 피해 노동자들의 산재 인정 소송을 담당해온 임자운 변호사는 “20년 전부터 삼성의 기본 태도는 ‘아니다’라고 먼저 답을 정해놓고 조사에는 협조하지 않는 식”이라며 “어렵게 의미 있는 조사 결과나 판결이 나오면 그 의미를 왜곡하거나 무시했다. 그런 태도는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전에는 영업비밀이라며 작업환경 자료를 공개하지 않더니 2019년 관련 산업기술보호법 개정 이후에는 국가핵심기술이라 공개할 수 없다고 한다. 왜 그런지 설명하지 않고 ‘국가핵심기술이 운용되는 사업장에 관한 모든 정보는 국가핵심기술’이라는 식”이라며 “산업통상부도 무엇이 국가핵심기술 관련 정보인지 판단 기준을 마련하지 않아 재판 등에 기업 입장이 일방적으로 반영되도록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황유미 사망 그 후, 위험 전달 방식만 변화

2026년 3월6일은 삼성전자 반도체 노동자 황유미씨가 세상을 떠난 지 19년이 되는 날이다. 사망 11년 만인 2018년 김기남 당시 삼성전자 부회장은 “그동안 직업병 문제를 충분히 살피지 못한 점을 깊이 반성한다. 건강 위험을 충분히 관리하지 못했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삼성의 작업환경은 개선됐을까. 위험의 전달 방식만 달라진 것은 아닐까.

“삼성의 폐쇄성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기 때문에 2018년 삼성의 약속이 지켜지고 있는지 알 길이 없어요. 그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볼 수가 없잖아요. 중요한 건 앞으로도 전자산업은 커질 수밖에 없는 산업이라는 겁니다. 한국은 이 업계로부터 경제적 이익을 누리는 사회고요.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베트남에서 벌어지는 문제를 일부 업종의 국소적 문제로 보지 말고 공급망에 대한 책임, 환경보호를 모범적으로 실천하도록 함께 촉구해나갔으면 합니다.” 공유정옥 활동가의 말이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여러 우려 사항을 겸허히 경청했다. 검토 결과 제기된 주장 중 상당 부분은 부정확하거나 이미 개선됐음을 확인했다. 국외 사업장과 협력사에 대해 본사 주관 환경안전 정기 점검을 실시하고 있다”며 “특히 (오염물질 배출로 문제가 된) 에스아이티 비나(SIT Vina)는 2022년 1차 협력회사와 거래 비중이 2% 수준인 2차 협력회사이며, 베트남 공안환경경찰서에 확인한 결과 법규 위반 사항이 없다고 전달받았다. 아울러 위험 업무라는 이유로 (공정을) 외주화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

반올림은 2026년 1~2월 다섯 차례 베트남 삼성 박닌 공장 주변 지역과 1·2차 협력업체 네 곳을 현장 조사했다. 이 조사에서 일부 산업폐기물이 공터에 버려지거나 태워진 사실이 확인됐다. 반올림 제공

반올림은 2026년 1~2월 다섯 차례 베트남 삼성 박닌 공장 주변 지역과 1·2차 협력업체 네 곳을 현장 조사했다. 이 조사에서 일부 산업폐기물이 공터에 버려지거나 태워진 사실이 확인됐다. 반올림 제공


 

반올림은 2026년 1~2월 다섯 차례 베트남 삼성 박닌 공장 주변 지역과 1·2차 협력업체 네 곳을 현장 조사했다. 이 조사에서 일부 산업폐기물이 공터에 버려지거나 태워진 사실이 확인됐다. 반올림 제공

반올림은 2026년 1~2월 다섯 차례 베트남 삼성 박닌 공장 주변 지역과 1·2차 협력업체 네 곳을 현장 조사했다. 이 조사에서 일부 산업폐기물이 공터에 버려지거나 태워진 사실이 확인됐다. 반올림 제공


 

반올림은 2026년 1~2월 다섯 차례 베트남 삼성 박닌 공장 주변 지역과 1·2차 협력업체 네 곳을 현장 조사했다. 이 조사에서 일부 산업폐기물이 공터에 버려지거나 태워진 사실이 확인됐다. 반올림 제공

반올림은 2026년 1~2월 다섯 차례 베트남 삼성 박닌 공장 주변 지역과 1·2차 협력업체 네 곳을 현장 조사했다. 이 조사에서 일부 산업폐기물이 공터에 버려지거나 태워진 사실이 확인됐다. 반올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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