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출판사에 입사한 것이 2005년 12월이니, 이제 만 12년하고도 6개월이 지났다. 어느덧 13년차 출판편집자(12월부터 시작했으니 햇수로는 14년!). 여전히 책 만드는 게 어렵고 실수투성이다. 과연 이 길이 내 길인가 묻고 또 묻기만 벌써 몇 년째인지. 특히 책을 너무나도 좋아하는 사람을 만날 때마다 스멀스멀 올라오는 열등감은 경력이 쌓여도 사라질 줄 모른다.
사실 나는 어쩌다보니 편집자가 된 경우다. 인문학부에 입학해 철학을 전공하던 시절 막연하게나마 대학원 진학과 학자로의 전망도 모색해봤지만, 이내 ‘진학보다 취업’을 선택했다. 얼마간의 언론사 지망생 시절을 거쳐 이런저런 공채 사이트를 전전하다 만난 게 어느 대기업 계열사의 ‘편집 직군’이었고, 그제야 ‘편집자’라는 직업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운 좋게 그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기자나 PD가 되고 싶었던 건 ‘세상을 공부하면서 월급도 받는 일’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는데, 막상 출판편집자가 되고 보니 이 일이야말로 그랬다. 어떤 면에선 더 깊이 공부할 수도 있고, 일상의 안정성(적어도 집 밖에서 잠들 일은 거의 없었으니까)에서도 훨씬 나았다. 물론 상대적으로 낮은 급여나 경우에 따라 근로기준법에서 벗어난 노동환경 등의 문제는 있었다. 거기다 매년 갱신하는 ‘단군 이래 최악’이라는 출판시장의 상황까지.
그래서였을까? 주변에는 ‘월급 따박따박 나오는 좋은 직장’이어서 다닌다는 사람은 드물었고 ‘책이 너무 좋아서’ 이 일을 한다는 사람이 많았다. 그들은 늘 좋은 책, 매력적인 작가 이야기를 했고, 앞으로 어떠어떠한 책을 내고 싶다며 행복해했다. 그럴 때면 나 역시 그런 듯 맞장구쳤지만, 한편으론 어딘가로 숨고 싶었다. 내가 과연 이 사람들 사이에서 책을 만들어도 되나 하는 의문과 함께.
(은유 인터뷰집, 제철소 펴냄)을 읽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한 건 이 책이 나의 그런 열등감을 다시 한번 건드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들의 출판하는 마음은 얼마나 뜨겁고 또 진지할 것인가. 하지만 결국 집어들었다. 언제까지 피할 수도 없고, 영 그렇게 괴롭기만 하다면 이참에 판을 뜨면 될 것 아닌가 하는 마음으로.
이 책에서 유독 자주 나오는 ‘장사’라는 단어 때문이었을까? 책을 읽고 난 지금 내 마음은 오히려 홀가분하다. 인터뷰어가 각기 자기 자리에서 엄숙주의를 깨고 다른 사람과 더 많이 공감하고 소통하고 싶은 마음으로 분투하는 모습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더 뜨겁고 진지한 마음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각자 출판하는 마음이 있을 뿐이라는 생각도 든다.
“삶이 바뀐다는 것. 만나는 사람이 바뀌고 돈 쓰는 데가 달라지는 일이다.” 이렇게 쓰인 서문의 문장이 새삼 떠오른다. 책동네 사람을 만나고, 책에 돈을 쓰는 삶. 아직은 바꾸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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