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과는 사라져야 해.”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할 때부터 종종하던 말이다. 물론, 철학과는 사라지되 철학 수업은 훨씬 더 많아져야 한다고 말을 잇곤 했다. 철학에서 중요한 건 세상을 이해해보려는 마음가짐이지 학문적 지식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딴에는 대단한 문제의식이라 여겼지만, 이내 ‘철학’보다 ‘철학함’이 중요하다는 문제의식이 이미 철학계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있음을 알았다. 그럼 그렇지, 어쩌면 철학이라는 학문은 내가 하고 있는 고민을 먼저 한 사람들의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2010년 편집을 맡았던 (김용석 지음) 역시 ‘철학함의 즐거움’을 십분 맛볼 수 있는 책이었다. 공연·방송·광고·만화·영화 등 대중문화 작품에서 철학적 사유의 단초를 찾아내 소개하는 책이었는데, 원고를 보면서 ‘아, 이렇게 생각할 수 있구나!’ 하며 무릎을 친 게 몇 번인지 모른다. 책 속에는 유명한 철학자의 이론 같은 건 거의 나오지 않지만 그 어떤 책보다도 철학적이라 느꼈다.
어쩌면 철학이란 다르게 생각해보는 훈련, 왜 그럴까 따져보는 훈련일 뿐인데, 왜 우리는 늘 낯선 이름과 어려운 이론에 둘러싸여 두려움만 쌓아가고 있었는지. 하지만 두려움 속에서도 사람들은 철학을 공부하고 싶어 했다. 대학 때 철학 전공을 했다고 하면 늘 돌아오는 말이 “나도 철학에 관심 많은데… 너무 어려워서…. 무슨 책부터 보면 좋을까?”였다. 처음에는 미처 예상하지 못한 질문이라 버벅거리기 일쑤였는데, 요새는 준비되었다는 듯이 안광복 선생님(중동고 철학교사)의 책을 추천하곤 한다.
소크라테스·플라톤에서부터 칸트·헤겔을 지나 하버마스·푸코에 이르기까지 한 번쯤 들어봤을 서양철학자들을 정리해보고 싶다면 (2017년 개정증보판에는 여성 철학자 한나 아렌트도 추가되었다)를, 스파르타와 아테네 이야기부터 춘추전국시대·십자군 원정·조선왕조 500년 등 재미있는 역사 이야기 속에서 철학을 만나고 싶다면 를, 인생과 행복에 대한 질문에 철학자들의 답을 듣고 싶다면 을 읽기를 권한다. 내가 가장 큰 위안을 받은 책은 (궁리 펴냄)였다. “1995년, 나에게는 꿈이 없었다”로 시작해 “독자들도 ‘철학함의 축복’을 받기를 바란다”로 끝나는 프롤로그는 비전 없는 인문학도에서 문제 교사로, 문제 교사에서 철학을 ‘치료제’로 학생들과 노니는 임상 철학자로 거듭난 저자 본인의 이야기를 전하며 “아마추어 철학자가 진짜 철학자다!”라고 외친다.
책에서 이야기하는 대로 “공자는 ‘정치 컨설턴트’였고, 토마스 아퀴나스는 교회의 신부였으며, 마르크스는 잡지사 편집장이었다. J. S. 밀은 동인도회사에서 평생을 월급쟁이로 보냈”다. ‘전업 철학자’가 아닌 사람이 자기 일상에서 자기 문제로 철학함을 즐기는 ‘아마추어 철학자’라니! 이 얼마나 매력적인 타이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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