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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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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가기 전에 만나 다행이야!

<마인드 더 갭>과 <지금이 아니면 안될 것 같아서>
등록 2017-10-31 17:40 수정 2020-05-03 04:28

2012년 영국 런던 도서전에 출장을 갔다. 도서전 업무 외에 틈틈이 런던 곳곳을 돌아봤다. 마침 올림픽을 앞둬서인지 더 깔끔하고 친절한 듯해 마음에 들었다. 브리티시뮤지엄이나 내셔널갤러리 같은 곳의 관람료가 공짜라는 사실도 큰 매력이었는데, 특히 내셔널갤러리에 얼마나 마음을 빼앗겼는지, 그 짧은 일정에 두 번이나 들렀다. 결국 돌아오는 길에 ‘딱 한 달만 런던에 살아봤으면’ 하는 헛된 꿈을 품고 말았다.

그런데 그 꿈이 실현됐다. 운 좋게도 2014년 여름 석 달간 런던에서 머물 기회가 생긴 것이다. 한국출판인회의에서 백붕제기념출판문화재단의 지원으로 진행하는 출판인 해외연수 지원 사업에 선발된 덕분이다. 어쨌든 갑자기 런던에서 석 달을 지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무엇을 어떻게 준비할지 막막할 수밖에. 단기간의 여행이나 출장이라면 그에 맞춰 준비하면 되는데, 석 달의 짧은 연수 기간에 뭐가 필요한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다른 수 있겠는가, 책부터 찾아봐야지. 여행 가이드북은 충분히 많았지만 나를 위한 책은 아니었다. 그렇게 책을 찾아보다 (김규원 지음, 이매진 펴냄)을 만났다.

런던에서 지하철을 타면 늘 들을 수 있는 ‘마인드 더 갭’(mind the gap)이라는 말. 전동차와 플랫폼 사이의 틈을 조심하라는 이 말에서 ‘한국과 영국 사이의 차이를 주목하라’는 의미를 가져왔다는 저자의 소개도 그럴듯했고, 영국 국기의 색을 활용해 지하철 플랫폼을 형성화한 표지 이미지도 멋졌다. 김규원 기자가 1년간 가족과 함께 지내며 겪은 영국의 모습에서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것을 정리한 책인데, 영국 사회를 개괄하고 싶은 한국인에게 이만한 콘텐츠가 있을까 싶다.

실용적 측면에서도 큰 도움을 받았다. 여행이 아니라 영국에 처음 와 몇 달이나 몇 년을 살아야 하는 사람에게 저자가 가장 먼저 추천해주고 싶다고 한 자선가게(채러티숍) 얘기다. 우리로 치면 ‘아름다운가게’를 연상하면 되는데, 그 조언 덕에 아주 단출하게 짐을 쌀 수 있었다. 현지에서 사용할 가방, 신발, 옷걸이, 각종 소도구 등은 모두 런던의 옥스팸(Oxfam)에서 사고 런던을 떠날 때는 다시 그곳에 기부하고 돌아왔다.

당시 찾아 읽은 루나파크 홍인혜의 에세이 (달 펴냄)에도 도움을 많이 받았다. 직장에 사표를 던지고 훌쩍 영국으로 떠나 8개월을 지낸 이야기인데, 몇 개월 영국 체류자를 위한 팁이 꽤 쏠쏠하다. 무엇보다 펍에 가서 쫄지 않을 자세를 확보할 수 있었다. 또한 이 책에 담긴 저자의 강권(!)으로 결국 노트북을 구입했는데, 막상 런던에 도착하고 보니 호기롭게 인터넷과 단절된 삶을 살겠다고 마음먹은 게 얼마나 위험한 일이었는지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런데, 만약 두 책을 만나지 못하고 런던에 도착했다면? 그저 아찔하다.

정회엽 원더박스 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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