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수성의 혁명. 이 말은 1966년 문학평론가 유종호가 발표한 평론 제목이다. 단편소설 ‘무진기행’(1964)을 중심으로 김승옥의 작품을 평하면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우리의 모국어에 새로운 활기와 가능성에의 신뢰를 불어넣었다.” 소설가 김훈은 아버지 김광주를 추억하는 에세이(‘광야를 달리는 말’)에서 자신의 어린 시절 부친과 벗들이 김승옥의 출현을 두고 “이제 우리들 시대는 이미 갔다”고 탄식하는 장면을 소개하기도 했다. ‘60년대 문단의 기린아’라는 말은 과장이 아니었다.
김승옥은 수필집을 단 한 권 남겼는데, 이번에 1977년 지식산업사판 세로쓰기 초판의 복각본과 가로쓰기로 바꾸고 글의 순서를 달리한 개정판 (예담 펴냄)가 함께 나왔다. 제목의 ‘뜬 세상’은 작가가 직접 밝히지 않아서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다산 정약용의 글 ‘부암기’(浮菴記)를 연상케 한다. 전남 강진 다산초당에서 유배의 삶을 살던 다산에게 어느 노인이 찾아와서는, 사람살이가 정처 없는 떠돌이(부부자·浮浮子)이니 자신의 집을 ‘부암’이라고 지었다는 대목이 보인다.
책에는 문학과 작가에 대한 소견, 각종 문학상 수상 소감, 작가의 신변잡기와 세상사에 대한 일별 등이 담겼다. 이채롭게 ‘신혼일기’도 있다. 대학 시절 김현·최하림·염무웅·김치수 등과 만들었던 동인지 를 회고한 글도 눈길을 끈다. 가로쓰기 조판은 ‘한글로 사유하고 한글로 글을 쓴 첫 세대’가 가질 법한 자부심으로 읽힌다.
어떤 면에서는 잊혔던 책인 까닭에 내용을 궁금해할 독자가 많을 듯하다. “알루미늄처럼 하얀 표정이었다.”(‘생명연습’·1962), “안개는 마치 이승에 한(恨)이 있어서 매일 밤 찾아오는 여귀(女鬼)가 뿜어내놓은 입김과 같았다.”(‘무진기행’)처럼 빛나는 문장이 많지는 않다. 그럼에도 몇몇 단장에는 눈이 한참 머물게도 된다. “고민하고, 고독하고, 그래서 좀 재미있게 써라.” “인간이란 상상이다. 상상은 고통을 만든다. 고통을 함께하는 인간끼리는 행복하다.” 유종호가 우려했듯이 김승옥은 “종합력이 결해 있는 문학”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래도 이 수필집은 반갑고, 작가는 자신이 자란 전남 순천에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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