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3년 주디 존슨은 아들이 유치원 남교사에게 성학대를 당한 것 같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모자는 미국 캘리포니아의 해안도시 맨해튼비치에 살았다. 존슨이 아들에게 들었다며 경찰에 피해 신고를 꾸준히 더하면서 사건은 커졌다. 유치원이 성학대 외에 동물·사람을 살해하는 ‘사탄교’ 의식을 보여주고 포르노를 찍는 등 지속적·조직적으로 아동학대를 일삼았다는 충격적인 신고였다. 경찰은 해당 유치원에 아동을 보낸 적 있는 지역민 200여 명에게 제보 요청 편지를 보냈고, 직원 7명을 체포했다. 1990년 항소법원에서 전원 ‘무죄’판결이 나오기까지 7년이 걸린 맥마틴 유치원 소송 사건의 서막이다.
뉴욕의 문화정치 매거진 [n+1] 에디터 리처드 벡이 쓴 (나눔의집 펴냄)의 한국어판 부제는 ‘맥마틴 유치원 아동학대 사건의 진실’이다. 저자는 사건에 얽힌 주체들이 교류한 인물, 수사·재판에 참여한 전문가들의 연구 이력 등까지 세세하게 추적하는데, 내러티브 방식으로 7년을 재구성해 독자를 1980년대 미국 사회 한복판으로 안내한다.
당시 미국 전역에서 보육교사들이 맥마틴과 유사한 아동학대 혐의로 190여 명이 기소됐고 80명 이상이 유죄판결을 받았다. 다수는 1990년대 무죄로 풀려났다. 증거가 아동의 진술뿐이거나, 항문·처녀막 변형 같은 의학적 증거 또한 학계의 연구 진전에 따라 학대 관련 가능성이 낮다고 드러났기 때문이다. 일부 아동의 진술은 ‘학대가 있었던 게 분명하다’는 부모, 사회복지사, 수사기관 종사자 등 ‘어른’의 신념에 근거한 강제 인터뷰의 결과였다. 저자는 어른들이 아이를 믿은 게 아니라 “아이를 보호하고 있다고 상상하는 자신”을 믿었다고 했다.
벡이 말하는 사건의 진실은 영문판 부제를 참조하면 된다. ‘1980년대 모럴 패닉(Moral Panic)’. 맥마틴 사건을 비롯한 보육기관 관련 소송 가운데 다수는 1960년대 성혁명과 이후 가족구조 변화에 반응하는 미국 사회의 집단 패닉을 반영한다는 진단이다. 일하는 여성이 늘면서 보육기관 의존도가 늘고, 비혼·이혼율이 상승하면서 전통 핵가족이 줄어드는 데 대한 공포심이 반영됐다고 했다. 야심 넘치는 법조인·학자·정치인·활동가들은 이 공포를 활용해 보수 성향 정책들을 통과시켰다.
‘강제 거짓말’을 해야 했던 아동들을 포함해 특정 집단은 피해를 입었다. 소송 비용 때문에 집을 잃고, 감옥에 있느라 가족이 해체되고, 평생 낙인 속에 살아야 했던 사람들이 있었다. 수사 대상에는 게이·레즈비언, 유색인종, 장애인, 빈곤층이 많았다. 이들에 대한 혐오와 편견이 검찰 기소에 영향을 미쳤다.
왜곡된 공포와 믿음은 현재진행형이다. 2014년 한 흑인 여성은 공원에 9살 딸을 두고 맥도널드에 면접을 보러 갔다가 아동학대 혐의로 체포·기소됐다. ‘공공장소에서 낯선 사람이 아이를 해칠 수 있다’는 공포가 ‘아이가 혼자 놀아도 괜찮겠다’고 판단한, 일자리가 필요한 여성을 처벌한다. 벡은 다른 비슷한 사례를 제시하면서 집단 패닉의 가장 큰 피해는 사회가 아동학대의 근본 대책 마련에 투자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아동학대는 ‘낯설고 난폭한 소아성애자’에 의한 것이기보다 ‘가족 안에서’ 주로 일어난다. 빈곤·인종·성차별 등에 영향받는다.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전화신청▶ 02-2013-1300 (월납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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