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터 피게로아 클라크 지음, 정인환 옮김, 서해문집 펴냄)의 229쪽부터 20여 쪽은 특별히 일독을 권하고 싶다. 세상을 바꾸는 힘이 원칙, 신념, 용기, 지혜, 사람들에 대한 믿음 그리고 인내와 헌신 같은 것이라고 믿는 이들에게 더욱 그러하다.
1973년 9월11일 새벽, 칠레에서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당시 육군참모총장이 주도하는 군부 쿠데타가 벌어졌다. 선거로 역사상 첫 사회주의 정권을 창출한 살바도르 아옌데 대통령의 집권 3년째에 벌어진 반민주적 역성 폭동이었다. 이미 대통령궁 상공에서 반란군의 호커헌터 전투기가 대통령궁으로 미사일 투하를 준비하고 있었다. 주위는 쿠데타 세력 탱크와 무장병력이 에워쌌다. 반란군은 대통령의 투항을 요구했다. 그러나 아옌데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를 위해 전화기를 들었다. 그의 손에는 2년 전 피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선물한 AKM 소총이 들려 있었다. 그 안에 마지막 순간을 위한 단 한 발의 총알만 장전됐다. 그는 평정을 잃지 않았다.
“쿠데타가 일어났습니다. 군부 절대다수가 반란에 가담했습니다. 순교자가 될 생각은 없지만, 저는 여기서 단 한 발자국도 물러서지 않겠습니다. 정부를 지켜낼 것입니다. 혁명을 지켜낼 것입니다. 칠레 인민이 제게 부여한 사명이기 때문입니다. 제게 총알 세례를 퍼붓지 않고는 인민을 위한 정책을 완수하려는 제 의지를 꺾을 수 없을 것입니다. …제 희생이 헛되지 않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적어도 제 희생을 통해 범죄자와 비겁한 자, 반역자는 반드시 처벌받아야 한다는 도덕적 교훈을 얻게 될 것입니다.”
그는 마지막 연설 뒤, 남은 관리들에게 모두 대통령궁을 떠나라고 ‘명령’했다. 곧 대통령궁 안에서 반군의 학살이 시작될 것이었다. 반란군 전투기에서 미사일 세례가 쏟아졌다. 대통령은 극소수 경호원들과 소총, 휴대형 대전차포로 저항했다. 반란군이 대통령궁 안으로 진입했다. 아옌데는 마지막까지 곁을 지키던 경호요원들을 모두 투항시킨 뒤, 끝내 자살을 택했다.
칠레에 군부독재가 시작된 지 3개월 사이, 피노체트는 좌파 세력 1800여 명을 처형했다. 이후 3년간 칠레 국내외에서 정치적 이유로 4천여 명이 더 살해됐다. 칠레의 정치, 인권, 경제도 파탄 났다.
국내에서 칠레는 아옌데보다 피노체트의 폭정으로 잘 알려진 나라다. 아옌데 정부 전복의 배경에는 쿠데타 세력을 향한 미국의 막대한 지원이 있었다. 라틴아메리카가 사회주의 세력의 구심점이 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였다. 자본가의 반노동자 전선, 보수언론의 선동이 쿠데타를 거들었다.
그러나 지금도 아옌데를 ‘혁명적 민주주의자’로 재조명하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그가 추진했던 구리산업 국유화와 서민 중심의 토지개혁은 아직도 칠레 경제의 기반을 받치고 있다. 모든 어린이에게 무상 우유와 급식을 주고 남녀 동일 임금, 전 국민 생활임금, 예방치료 의료보장처럼 지금까지도 파격적인 개혁 프로그램이 광범위하게 진행됐다. 40여 년이 지난 뒤, 라틴아메리카 좌파 정부들이 아옌데의 정책들을 되새김하고 있다. 현재의 한국적 현실이 이 책의 출간을 필요로 했을 것이다.
※카카오톡에서 을 선물하세요 :) ▶ 바로가기 (모바일에서만 가능합니다)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미 전문가들, 한미 조선협력 ‘용두사미’ 전망…“미국 내 숙련공 전무”

쿠팡으로 한국 정부 압박하던 미국…조사 결과에 태도 바뀌려나

“만사 귀찮아” 무기력의 비밀, 뇌 안에 의욕 차단 ‘스위치’ 있다

19일 만에 ‘백기’ 든 정청래 “합당 추진 중단”…적나라한 권력투쟁에 리더십 타격

정청래 “지방선거 전 혁신당과 합당 논의 중단…이후 통합추진위서 추진”

“한국 대통령이냐?”…‘순복음’ 이영훈 목사 과잉 의전에 미국 어리둥절

몸에 피 한방울 없는 주검이 되어 돌아온 새신랑

국힘서 제명 김종혁 “참 애쓴다 싶어 실소…아파트 경비실도 이렇게 안해”

‘한덕수 23년형 선고’ 이진관 판사, 박성재에 “계엄 반대한 것 맞냐” 송곳 질문

면허 뺏는 검사 아닙니다…75살 이상 운전능력 ‘VR 테스트’




![마침내 극우에 표 던진, 공장노동자 내 어머니 [21이 추천하는 새 책]](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300/180/imgdb/original/2026/0102/20260102502102.jpg)
![‘인류 죽음의 전문가’가 되짚는 남편의 죽음[21이 추천하는 새 책]](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300/180/imgdb/original/2025/1225/20251225502552.jpg)













![[단독]건설 경기 어렵다고 순금 ‘뇌물’ 시도? [단독]건설 경기 어렵다고 순금 ‘뇌물’ 시도?](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child/2026/0206/53_17703650106529_20260205504253.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