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우리 어떤 철학적 문제에 대해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톨스토이 할배가 같은 제목의 책에서 “사람은 무릇 일신의 안위를 걱정하며 사는 것이 아니라 사랑으로 산다는 것을 저는 알게 되었습니다”라고 썼지만 2015년을 사는 우리가 내린 결론은 그랬다. 사람은 사기 위해 산다. 택배 상자를 기다리며.
그렇다면 고양이는 무엇으로 사는가. 사람은 사…사기 위해 살아가므로 고양이는 고, 고…고기(를 먹기) 위해 산다? 생각해보면 틀린 말도 아니다. 아무리 달콤한 말로 나에게 오이, 당근, 고구마를 권할지라도 나는 간다, 어디로? 육식의 길로.
신소윤 기자
아니 아니, 이런 얘기가 아니잖아. 그러니까 고양이는 무엇으로 사는가. 종을 뛰어넘는 사랑? 종교적 구원? 세계 평화? 그런 게 아니다. 고양이는 무릇 일신의 안위를 걱정하며 사는 것이 아니라, 사랑으로 사는 것도 아니라, 집주인과 숨바꼭질하는 재미로 산다는 것을 아시는지. 인간세계에 깃들여 있지만 태생적으로 외톨이인 우리는 늘 한 발을 우리만의 세계에 담그고 있다. 그쪽 세계와 인간세계를 오락가락하고 싶을 때, 고양이들은 숨바꼭질을 하며 우리 존재를 확인한다.
집주인이 책상에 앉아 사부작거리고 있다. 책상 귀퉁이에 앉아 하는 모양을 보고 있으니 집주인이 갑자기 고개를 들고 나를 바라본다. 애니멀 커뮤니케이터라도 된 양 눈을 천천히 여러 번 깜박이며 신호를 보낸다. “어? 이런 게 고양이 키스라는데 너는 왜 반응이 없냐?” 백번 키스를 날려봐라. 시큰둥하게 앉아 있는데 주인이 냅다 일어나서 달리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저게 뭐하는고냥 싶었는데, 그렇게 사라진 주인이 맞은편 방문에서 만세야! 속삭이며 고개를 빼꼼 내밀고 쳐다보는 거다. 그렇게 우리의 숨바꼭질은 시작되었다.
포털 사이트 검색창에서 ‘고양이 숨바꼭질’이라고 쳐보시라. 고양이가 얼마나 숨바꼭질에 열심인지 수많은 간증들이 이어진다. 읽다보면 너무 귀여워서 발을 막 동동 구를지도 모른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잡힐 듯 말 듯, 눈은 한 번 꼭 맞추시고요.” 이렇게 몇 번 반복하다보면 뭐 우리 존재를 확인하니 어쩌니를 떠나 그냥 숨바꼭질 자체를 즐기는 고양이들이 출몰한다. 커튼이나 가구 사이, 냉장고 위에 숨었다가 물귀신처럼 발목이나 머리채를 낚아채는 것은 기본, 도둑놀이하듯 집주인이 집에 오길 기다렸다가 와락 놀래킨다. 장난감 사이에 인형인 척 숨어 있는다. 눈에 띄지 않는 구석에 움츠리고 있다가 날다람쥐처럼 몸을 활짝 펴고 달려들기도 한다. 이러다 어떤 고양이는 제풀에 놀라 게걸음으로 소스라쳐 도망가기도 한다.
어떨 땐 진짜 찾기 어려운 구석에 숨어보고 싶은 날도 있다. 이러다 집주인이 정신줄을 놓는다거나 나도 깜박 잠들어버린다면 망하는 거다. 언젠가 나는 집주인이 정리하려고 거실에 켜켜이 쌓아둔 이불 사이에 숨어들었다가 그대로 세탁소에 실려갈 뻔했지 뭐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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