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줄은 신성한 것이다. 배움도 사랑도 나눔도 실은 밥줄이 있기에 나온다. 밥줄은 가족과 내가 인간으로 입문하기 위한 전제조건 같은 것이다. 밥줄을 잡기 위한 젊은 취업준비생들의 고통이야 말해 뭐할까마는, 간신히 취업이 되고 나서도 극소수 정규직이 아닌 다음에야 예비 해고 대상자인 계약직 신분으로 어떻게 2년을 무사히 넘겨볼까 전전긍긍하게 되고, 2년에 한 번씩 취업준비생이 되는 일도 드물지 않다. 어느덧 인생이란 오로지 밥줄을 잡기 위한 신성한 싸움, 그리고 한번 잡은 밥줄을 놓치지 않으려는 성전(聖戰)으로 간소화돼버렸다.
영화 를 보면서, 나는 제보자 심민호의 존재에 완전히 압도되었다. 윤민철 PD도 목숨 내놓고 한 일이겠지만, 그래도 윤 PD는 한직으로 발령이 나면 났지 밥줄만큼은 정년까지 지켜줄 든든한 회사 소속이었다. 그러나 바이오연구소 연구원인 심민호는 또 달랐다. 당장 일터를 떠나야 하는 것은 물론, 개업을 하기 전에는 그 분야 어느 바닥에서도 발붙일 수 없게 되기 십상인 것이다. 그건 새의 날갯죽지를 꺾고 다리를 부러뜨리는 것과 같은 일이다. 그냥 쥐도 새도 모르게 서서히 폐인이 되어 생으로 혼자 매장되는 일이다. 게다가 거기엔, 희귀병을 앓는 어린 딸의 생사도 걸려 있다.
저울 한쪽에 내 커리어, 의사와 생물학 연구자로서의 빛나는 미래, 아내의 직장생활, 그리고 무엇보다 사랑하는 딸아이의 치료 가능성을 모두 올려놓을 경우, 저울 저쪽에는 과연 무엇을 올려놓아야 추가 기울어질 수 있을까? 현금 1천억원? 노벨 화학·의학상 동시 수상 및 하버드·예일 석좌교수? 정말 어이없게도 저울 저쪽에 놓은 것은 진실 딱 그것 하나였다. “줄기세포는 없습니다. 만드는 데 성공한 적이 없으니까요.” 그리고 심민호에게 이것은, 진실이라는 한 가지 이유만으로 저 무거운 저울 한 쪽을 눌러버렸다. 심민호는 대체 어떤 사람인 건가.
는 시초부터 결말까지 이미 다 알고 있는 이야기임에도 정말 너무나 오랜만에 보는 캐릭터들 때문에 지극히 신선했다. 그것이 다만 옳기 때문에 그 일을 하는 사람들. 그게 이유로 충분한 사람들. 현실에서는 물론 이젠 작품 속에서도 희귀한 인물들이지만, 인간 역사상 한 줌도 안 됐던 바로 그 이상한 사람들 때문에 인류는 그나마 여기까지 온 것 아닌지. “제발 줄기세포가 하나만이라도 있게 해주세요, 우리나라 어떡해요…” 기도까지 하며 마음 졸였던 2005년 겨울 어느 날을 기억하는 사람으로서, 신성한 밥줄보다 더욱 신성한 게 있었던 의인들의 빛나는 얼굴은 그 자체로 감동이고 감격이었다.
오은하 회사원·영화진흥위원회 필자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임은정 검사 “윤 반말하며 건들건들…검찰회의 하는 것 같아”
명태균, “김건희에 ‘청와대 가면 뒈진다’ 했다” [영상]
윤 지지율 17% 역대 최저치…‘김건희’ 부정평가 원인 1위 [갤럽]
참모들은 왜 윤 대통령 회견 말리지 않았나
제주서 침몰한 고등어잡이 배…구명조끼 대부분 안 입은 듯
목줄 매달고 발길질이 훈련?…동물학대 고발된 ‘어둠의 개통령’
“윤, 사실상 대통령 아냐…퇴진 기본값” 현직 장학사도 시국선언
군, 현무-Ⅱ 지대지 미사일 발사로 ‘북 미사일 발사’ 맞불
“대통령이 대북방송 막으면 멈출 텐데…최악 지지율에 방치하는 듯” [영상]
윤 담화 영향 덜 담긴 ‘지지율 17%’…대통령실 “변화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