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엔터테인먼트 제공
해가 갈수록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흥미로워진다. 뭔가 특이한 영화를 “나도 봤다”고 자랑하고 싶고, 평범한 영화를 재미있게 봤다고 말하는 건 왠지 창피하던 시절에는 못 느꼈던 일이다. 그냥 뻔하디뻔한 줄거리를 스펙터클에 바른 것 같은 영화들이 싫었고, 그중에서도 같은 영화는 보는 내내, 그리고 보고 나서도 몇 년간, 기회만 있으면 화까지 내며 비판했다. 미학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맘에 안 드는 게 10가지도 넘지만, 그중에서도 ‘아아, 내가 이 시계만 마저 팔았더라면 몇 명은 더 살렸을 텐데’ 하는 신파적 독백 장면은 정말 온몸이 오그라들고 실소가 나와 참을 수 없었다. 왜 저런 속 보이는 대사를 써넣은 것일까. 저런 뻔한 영화들에 감동받는 사람은 대체 누굴까.
알고 보니 그게 바로 나였다. 를 보러 간 것은 정말 다른 대안이 없어서였다. ‘ 전에 3까지 나오지 않았나? 2를 재개봉한다는 건가?’ 했을 정도로 이 시리즈에 무지한데다, 전에 막내가 독거미에 물려 수술까지 한 적이 있어서 나는 본디 거미에 관련된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결론적으로 나는 영화를 보며 적어도 세 번은 눈물을 흘렸다. 사람 사는 것은 결국 다 비슷하고, 그저 전형이 변주될 뿐인가? 전개상 뻔한 클리셰인데도 특별히 내 귀에 대고 지목해 들려주는 말인 것처럼 머릿속에 새롭게 자리잡았다. 좋은 맘으로 좋은 일을 하려는 건데도, 괜히 떠벌리기나 한다, 저거 뒤치다꺼리가 다 국민 세금이다, 혼자 잘난 줄 알고 사회를 엉망으로 만든다, 경찰 등 국가기관의 체계와 권위를 무시한다 등의 욕을 먹는 스파이더맨을 보면서, 그가 얼마나 외롭고 힘들지가 현실로 느껴졌다. 세상에서 제일 쓸데없는 걱정이라는 연예인 걱정보다 더 쓸데없는 영화 주인공 걱정을 하느라 진심으로 맘이 아팠다. 스파이더맨의 여자친구 그웬의 졸업사도 마찬가지다. 평소 같으면 어디서 저런 오글거리는 미사여구는 다 모아왔을까 싶을 말들의 연속인데도 자꾸 눈물이 났다. “우리가 죽는다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일부는 어떤 형태로든 이 세상에 남아 다른 사람들에게 전해져서, 우리의 삶은 계속 이어지는 것입니다. 그러니 서로에게 희망이 되어줍시다. 결국 실패할 수도 있지만, 어차피 그것 외에 달리 어떻게 더 잘 살 방법도 없지 않습니까?”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이를 눈앞에서 허망하게 떠나보냈으면서도 어떻게든 추슬러 자기 삶으로 복귀하는 스파이더맨의 모습에는, 인생의 모든 의미를 잃고서도 견뎌야 하는 인간의 비극과 그럼에도 다시 일상을 일구는 인간의 고귀함이 동시에 있었다. 포스터 문구도 말하듯, 그보다 위대한 전투가 또 어디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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