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로 보러 가지 않을 수 없는 속편들이 있다. 나 가 그랬다. 는 죽었던 소마에게 실은 쌍둥이 동생이 있었다는 어이없는 설정이 몹시 속보였지만 롱코트 쌍권총의 저우룬파(주윤발)를 다시 보고 싶다는 열망이 모든 것을 이겼다. 도 마찬가지다. 세상에 이보다 실망스러울 수는 없다는 소문을 익히 들었지만, 1편에서의 충격과 “그러나 살아남은 녀석이 있다”는 강렬한 카피에 끌려 결국 가서 보고야 말았다. 극장을 나오며 욕을 무지하게 했지만 본 것을 전혀 후회하지는 않았다. 당연히 볼 수밖에 없는 영화들이었다. 내가 사랑한 1편에 대한 예우 때문에라도 마땅히 봐야 하는 속편들이었다.
를 나는 개봉 날 퇴근하자마자 가서 봤다. 에 바치는 경배와 또 이 영화가 내게 갖는 의미 등을 생각한다면 휴가 내고 조조를 볼 수도 있었다. 2001년 중앙극장에서 를 본 날을 잊을 수 없다. 자막 없이 외국어 영화를 보는 기분이 들 정도로 부산어 대사는 정말 알아듣기 힘들었지만 “늬 아버지 뭐하시노”와 “니가 가라 하와이”만으로도 충분했다. 가방을 팔에 끼고 거리를 질주하는 고등학생들을 보며 자유를 느낄 때, 그리고 잔혹한 매력의 동수가 맞이하는 비극적 종말과, 그것을 사주한 것도 같고 비통해하는 것도 같은 준석을 보며 슬픔과 흥미를 느낄 때, 내 옆자리엔 고작 30대 청년이던 젊은 남편이 있었다. 이 영화가 보다 낫다고, 어떤 홍콩 누아르보다 더 진한 브러더후드라고 신나게 감정이입하며 극장에서 집까지 버스 안에서 한시도 안 쉬던 남편의 열광이 있었다.
극중에서는 17년이, 그리고 우리에게는 12년이 흐른 오늘, 를 보면서 그간 관객만큼 늙고 조심스러워진 준석에게 연민과 동질감을 느꼈다. 더 이상 팽팽하지 않은 뺨과 빽빽하지 않은 머리숱. “잘 되겠지” 하는 낙관도 “나는 할 수 있어” 하는 자신감도 없고, 이젠 신중하고 망설임 많고 주변과 타협할 만한 지혜도 생겼고 자기 기분을 참을 줄도 아는 준석을 보며 그간의 시간을 느꼈고, 하다못해 조폭들도 세대차를 느낀다는 데 실소했다. 그러나 10여 년이 만들어낸 초라한 차이들보다 더 찡했던 것은, 눈여겨보지 않으면 허세나 유치함과 잘 구분되지 않을 수도 있는 그 ‘사나이’스러움이었다. 비록 한 조각 남았을 뿐이지만 결국 그의 존재 전체를 장악하는 그 결기를 보면서, 지금은 멀리 있는 남편과 우리의 젊었던 한때를 떠올렸다. 관객과 함께 나이 먹은 를 안고 가만히 어깨에 입 맞춰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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