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3월26일 오후 경남 산청군 시천면 산불 현장에서 진화대원들이 진화작업 중 휴식을 취하고 있다. 산청군 제공
2025년 3월22일 시작된 ‘화마’가 일주일 넘게 영남은 물론이거니와 호남까지 집어삼키고 있다. 역대 최악의 산불이 발생하면서, 다시 한번 단기 계약직이 중심이 된 산불전문예방진화대원(진화대원)들의 처우가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다.
이번에 가장 처음 발생한 경남 산청군 산불에 맞선 건 단기 계약직 6070 노인들이었다. 이들이 등짐펌프로 물을 쏘아대고 갈퀴로 잔불을 긁어냈지만, 불길을 걷어내지 못했다. 화마는 오히려 회오리바람을 타고 이들을 덮쳤다. 불을 끄던 노인 3명과 공무원 1명이 숨을 거뒀다. 이들은 경남 창녕군 소속 진화대원들이었다. 장례식장에서 만난 한 사망자의 동생은 “형님이 지형 지리도 잘 모르는 곳에 가서 산불을 꺼야 했다는 게 가슴이 아프다. 누가 어떻게 뭘 보고 그곳에 들어가라고 지시한 것인지 화가 난다”고 말했다.
한국은 산불의 지상 진화를 대부분 이 노인들에게 의존하고 있다. 불 끄기 선수들인 소방관들은 산불 진화 작업에선 주인공이 아니다. 산 아래 불을 잡거나, 산불 진화를 지원하는 역할만 한다. 반면 진화대원은 전국 약 1만 명(산림청 소속 1405명·지방자치단체 소속 8199명)으로 산에 직접 올라 불을 끄는 인력의 95.6%에 달한다. 문제는 산불 진화의 주역이어야 할 이들 대부분이 노인이고, 비전문 인력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현장에서는 이들이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목격되고, 불을 끄기보다 되레 보호받아야 할 존재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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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대원 평균 연령은 61살이다. 81살의 최고령 진화대원도 활동하고 있다. 3월22일 산청군에서 목숨을 잃은 진화대원 3명도 모두 60대, 3월24일 전북 진안군에서 다친 진화대원 2명은 70대였다. 한겨레21 기자가 3월24일 산청군 산불 진화 현장에서 만난 진화대원들도 대부분 60~70대였다.
고령의 진화대원들에게 산불 진화는 체력적으로 무리한 작업이다. 기초적인 체력을 측정하기 위해 진화대원 채용 과정에서 10~15㎏ 등짐펌프를 메고 1~2㎞ 걷기나 아파트 10층 높이 오르기 등으로 체력을 평가하는데, 이마저 고령층에는 부담이 된다. 2025년 1월 전남 장성에서 진화대 체력검정을 보던 76살 지원자가 사망하는 일도 있었다. 진화대원을 교육한 경험이 있는 황정석 산불방지정책연구소장은 “진화대원 대부분이 고령이라 현장에서 진화 작업을 할 수 있는 분은 실질적으로 10%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진화대원은 사실상 취약계층 공공근로, 노인 일자리 성격이다. 채용 자격에 연령 상한이 없고, 저임금 단기 계약직이기에 60살 이상 지원자가 대부분이다. 임금도 최저임금 수준이다. 3월24일 산청에서 만난 또 다른 60대 진화대원은 “우리는 최저임금을 받고 일한다. 10년 정도 했는데, 처음에는 얼마 받지도 못했다. 지금은 최저시급이 올라서 하루 8만원 정도 받는다”고 말했다.
게다가 이들이 갖추고 있는 장비는 진화는커녕 불길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도 어렵다. 산림청 산불관리통합규정을 보면, 진화대원의 안전 장비는 방화용 장갑, 안전모 및 안전화, 손전등, 방화복, 방연마스크, 방염텐트, 개인 구급약품 등이다. 여기에 등짐펌프와 잔불 정리용 갈퀴가 지급된다. 그러나 실제로 개별 진화대원들에게 편성되는 장비 예산은 1인당 40만원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필수 안전 장비인 방염텐트 한 개만 해도 40만원에 달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방화복과 펌프, 갈퀴 정도만 받는 진화대원이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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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고령에다 제대로 된 장비도 갖추지 못한 진화대원에게 산불 진화 작업을 의존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뜨거운 열기와 매캐한 연기를 뚫고 험한 산에 오르는 일은 젊은 사람도 하기 어렵다. 산림청 관계자는 “산불이 대부분 농촌, 산촌에서 나는데, 저희가 채용 공고를 내도 농촌과 산촌이 고령화돼서 고령의 지원자들뿐”이라고 말했다.
산불예방‘전문’진화대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대부분 산불 진화 경험도 없는 비전문 인력이다. 10시간의 법정 교육시간만 거치면 진화대원이 될 수 있다. 교육 내용이 부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황 소장은 “교육 현장에 나가보면, 강사들이 대부분 진화 작업에는 전문성이 없는 산림청 전직 공무원들로 시간 때우기식 부실한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매년 새로운 진화대원이 계약되면서 산불을 꺼본 경험자가 많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진화대원은 산불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가을에서 봄에 4~6개월가량 산림청과 각 지방자치단체에 단기 계약직으로 채용된다. 경남 고성군에서 산청군으로 파견을 왔다는 진화대원 박아무개(70)씨는 “진화대원들은 6개월짜리 기간제다. 오래 한 사람들도 있는데, 이번에 처음 하는 사람들도 있다. 여기 있는 사람 대부분이 평상시에는 집에서 쉰다”고 말했다.

최병성 기후재난연구소 상임대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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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대원들을 인솔하는 지자체 소속 공무원들도 소방이나 진화 전문가가 아닌 일반행정직 공무원들이다. 3월22~23일 산불 피해를 본 산청군을 취재한 최병성 기후재난연구소 상임대표는 “한 산불진화대에서는 대장이 한 손에는 호스를 잡고 산불을 끄면서 다른 손으로는 핸드폰 영상을 찍고 있었다. 산불을 끄는 게 아니라 그냥 자기들이 불을 끄기 위해 노력했음을 보여주려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한 산림청 소속 산불재난특수진화대원은 자신의 에스엔에스(SNS)에 “진화대원뿐만 아니라 누구라도 산불 현장에서 이런 상황에 놓이게 해선 안 된다. 산불 진화 경험도 없는 공무원이 진화대원들을 인솔해 산불 현장에서 진화 작업 지시를 하곤 한다. 단지 그들이 진화대원들보다 직급이 높다는 이유로 산불 현장의 지휘와 통솔을 맡기도 한다. 이건 매우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산림청에도 산불 진화 전문 인력으로 분류되는 인력이 있다. 그러나 공중진화대 104명, 산불재난특수진화대 435명 등으로 모두 합쳐 539명에 불과하다. 전국의 산불을 모두 맡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숫자다. 황 소장은 “적어도 전국에 1만~2만 명 이상의 전문 진화인력이 있어야 한다. 전문인력이 투입돼야 초기 진화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산불재난특수진화대 역시 관리가 허술하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산림청지회에 따르면 교육·훈련 체계의 부재로 대원들이 대기시간에 청사 주변 조경 관리, 청소 등 다른 업무에 투입되고 있다”며 “진화복, 방염장비 등 안전장비도 제때 지급되지 않아 신규 채용자가 평범한 운동화를 신고 출동에 나선 경우도 있다. 특수진화대 대원들이 산불 진화에 전념할 수 있도록 당사자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반영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그러다보니 산불 진화 업무를 소방청에 이관하자는 주장이 계속해서 나온다. 재난관리기본법, 산림보호법, 산불 진화 기관의 임무와 역할에 관한 규정 등 현행법은 산불 진화를 산림청이 주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소방청은 소방자원 지원, 가옥·시설물 보호 등의 산 아래 진화 업무와 산림청을 지원하는 역할만 할 수 있다.
소방청은 오래전부터 정부 조직개편이 있을 때마다 산불 업무 총괄을 요구해왔다. 소방청은 소방 관련 기술이 오랜 시간 축적된 전문기관이고, 전국에 7만 명 가까운 소방공무원과 10만 명에 이르는 의용소방대 인력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산불 진화 업무를 주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산림청은 산불의 특수성, 산림관리와의 연계성, 국제적 추세 등을 고려할 때 현행대로 산림청이 산불 업무를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경북에서는 별도로 산불 전문 소방단이 신설됐다. 경북도는 2023년 경북소방본부 산하에 119산불특수대응단을 발족했다. 62명으로 구성됐고, 12대의 산불 진화차 등의 장비를 운영한다. 경북소방본부 관계자는 “산불이 굉장히 많이 나는데도 산림청에서 불을 잘 못 끈다고 봐서, 경북 소방에서도 산불에 대응해야겠다는 취지로 신설했다”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법률상 산불 진화를 주관하는 산림청과 역할이 중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남는다.
공하성 우석대 교수(소방방재학)는 “산림청이 전문인력을 확충하고 장비를 추가 도입하겠다고 하는데, 이미 소방청은 수만 명의 소방관과 의용소방대라는 전문 인력을 갖추고 있다”며 “이중투자를 할 필요 없이 소방청이 산불 진화를 맡고, 산림청은 산불 예방과 진화 뒤 나무를 심는 등 복구하는 역할을 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본다. 각자 잘하는 것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채윤태 기자 chai@hani.co.kr, 산청(경남)=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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