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지가 타들어가 꽝! 터지는 폭탄처럼 마음이 타들어가본 적이 있었나? 이 ××한 사회에서 살아가는 도시민에게는 사실 좋아하던 밥집 하나 없어지면 안타까운 마음만큼 그 마음, 다른 아픔으로 뻗을 겨를이 없다. 그러니 한번 펑! 하고 터져보지 않는 인생, 촘촘한 시스템 격자 맞춤형 인간으로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누울 자리 보고 다리 한번 뻗어볼까 하다가도 ‘좌빨’ 드립질에 그 다리 각도 살짝 비틀어 허공으로 잉여의 하이킥을 보내고 말게 될 때도 부지기수. (분명 보헤미안적 잉여질에는 여전한 이념 드립질의 지긋지긋함도 있다.) 그래도 이 마음속의 심지, 얕아졌다가도 깊어지는 조절형이라 주변에 훌륭한 이들과 닿으면 깊어지고 올곧아진다.
‘이어지는 농성장’- 목공이면 목공 뜨개면 뜨개, 이것저것 잘도 만들던 친구들이 올 초 나른하고 무심한 봄날, 서울 대한문 쌍용차 농성장 앞에 모여 뜨개를 하는가 하더니 어느 날 ‘내 코가 석 자인 이 시대, 그 코를 씨실 날실 삼아 제주 강정의 돌들, 나무들, 강정천의 다리를 털실 뜨개로 알록달록 감싸고 서로의 마음을 다독여보자’고 제안하며 강정 (코)뜨개 행동을 덜컥 실행에 옮기는 것이 아닌가. 이 행동은 강단 미학자라는 신분(?)으로는 드물게 일상 창작과 행동미학의 귀함을 누누이 차근차근 새겨주시는 분부터 목수, 도서관 사서, 디자이너, 회사원, 예술가, 백수, 활동가, 학생 등 참여자의 층위도 다종하다. 이거 크래프트 액티비즘(Craft Activism)이라 할 만한 무브먼트 아닌가? 이 창의 저 창조 말고, 우리는 정말 멋진 창의성을 목도하고 있지 않나?
이들이 권한다. 코바늘 들어보라고. 그것이 만들어내는 앞담화의 따듯함, 손가락 붙잡고 가르쳐주는 코바늘의 접속력, 이어지는 사회성의 자장 안에 들어와보라고. 이 부드러운 힘의 자장 안에서는 일상의 공포도 통속적 욕망도 흐물흐물 부드럽게 다른 감각들과 리듬을 맞추며 어느새 태업적인 생산활동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슬쩍 미끄러지듯 일어나는 이런 관계와 감각, 아픔에 코 꿰이기, 매력적이지 않은가.
사실 청개구리 요원들은 뜨개에 젬병이다. 특히 청개구리 요원 한 명은 뜨개에 대해 거의 미적분을 대할 때와 비슷한 무분별의 상태에 든다. 그래서 이들은 서울 문래동 모처에 한 달간 운영되는 뜨개의 전술, 도구 개발, 환담을 위한 ‘양털 폭탄 연구실’이라는 수상한 공간을 열었다. 강정 코뜨개 행동의 스핀오프 버전이라 할 만한 이 일시적 연구소 역시 거부할 수 없는 매력투성이. 멸종해가는 도심 공업지대의 문래동 골목은 당신을 상념에 빠지게 할 것이요, 연구실에 마련된 여러 도구와 사물은 당신의 손을 움직이게 할 것이다. 맥주 사들고 놀러오시라.
1. 강정 평화를 위한 뜨개 행동은 페북에 ‘이어지는 농성장’을 검색하면 접속이 가능하다. 2. 양털 폭탄 연구실 역시 페북에서 ‘청개구리제작소’를 검색하면 접속할 수 있다.
최빛나 청개구리제작소 요원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불교계, ‘윤석열 방어권’ 원명 스님에 “참담하고 부끄럽다”
[단독] “윤석열, 체포 저지 위해 무력사용 검토 지시”
‘군인연금 월500’ 김용현, 체포 직전 퇴직급여 신청…일반퇴직 표기
경호처 직원 ‘전과자’ 내모는 윤석열…우원식 “스스로 걸어나오라”
나훈아, ‘왼쪽 발언’ 비판에 “어른이 얘기하는데 XX들 하고 있어”
임성근 “채 상병 모친의 분노는 박정훈 대령 말을 진실로 믿은 탓”
영장 재집행 않고 주말 보내는 공수처…‘경호처 무력화’ 어떻게
대통령 관저 앞 집회서 커터칼 휘두른 50대 남성 체포
최수종 등 연예인 35명 ‘이명박 지지’ 선언
판사 출신 변호사 “경호처 직원 무료변론…불법적 지시 거부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