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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서체, 엽서체는 사양입니다

원 고 투 고 하 는 분 들 에 게 알 려 드 리 는 팁
등록 2013-07-18 17:26 수정 2020-05-03 04:27
김보경 제공

김보경 제공

책을 안 읽는 시대라고 하지만 저자를 꿈꾸는 이들은 여전히, 아니 더 많아졌다. 매년 문학상 투고 편수가 늘고 있다는 기사가 나오고, 미국 아마존에서 전자책으 로 셀프 출판을 했다가 베스트셀러가 된 화제작들이 나온다. 영국 경제를 부활시 켰다는 의 조앤 K. 롤링도 여러 출판사에서 퇴짜 맞은 전설이 있다.

어떻게 하면 저자가 되나? 소설가 백영옥의 에 보 면 “신춘문예, 이렇게 하면 떨어진다”는 10계명이 있다. 생태경제학자 우석훈의 에도 “저자로 데뷔하려는 사람들을 위한 팁”이 있다. 여기에 더해 에디터의 입장에서 원고 투고하는 분들에게 알려드리고 싶은 게 있다.

1. 출판사를 의심하지 말자 혹 출판사가 아이디어를 도용할까 ‘기획 의도만 보 낸다. 할 마음이 있으면 그때 원고를 보내겠다’는 경우가 있다. 그때 에디터가 할 말은 하나밖에 없다. ‘물건을 봐야 이야기를 하죠.’ A4용지 2~3장이라도 샘플 원고를 꼭 보내라. 비슷한 이유로 우편으로 출력물을 보내는 경우가 있는데, 저 희가 아무리 종이를 사랑하나, 전자우편에 파일을 첨부해서 보내주세요. (걱정 마세요. 복제 안 합니다.)

2. 선입견을 주지 말자 미인은 맨얼굴도 미인이다. 화장발에 안 속는다. 우선 특 정 서체 쓰면 안 된다. 특히 궁서체, 엽서체는 사양한다. (한글에 보면 ‘바탕체’가 있다.) 글씨에 색을 넣는 것도 피하라. 기본적으로 종이는 희듯, 글씨는 검어야 한다. 사진과 그림도 꼭 필요치 않으면 넣지 마라. (원고는 프레젠테이션 자료가 아니다.)

3. 사람과 글은 따로 놀지 않는다 간혹 ‘원고로만 승부 보겠다’며 자기소개 안 하는 분들이 있다. 유명 작가도 자기 홍보를 열심히 한다. 또한 ‘나이주의’와 ‘학 벌주의’는 나쁘지만, 자신이 겪은 경험과 공부의 깊이는 중요하다. 아직 나이 서 른 정도인데 벌써부터 ‘성공하는 인생을 위해’ 같은 자기계발서 원고를 보내면 안 된다. 평생 금융계 임원이었는데 패션 비평 보내면 안 되고.

4. 비빌 언덕이 있어야 모 인터넷 카페에 1년 넘게 연재했다. 페이스북에서 ‘좋 아요’가 300개 넘게 달렸다. (다들 좀 아는) 어떤 분이 이 글을 출판해보라 추천 했다. 이렇게 원고도 비빌 언덕이 있어야 한다. 없으면 지금부터 만드시라. 분명 히 도움이 된다.

5. 나에게 맞는 문 찾기 간혹 큰 출판사만 선호하는 분이 있다. 하지만 크고 오 래된 곳은 출간 일정이 밀려 있을 가능성이 크다. 작든 크든 우선 내 원고와 비 슷한 책을 내는 곳인지 먼저 알아봐야 한다. 그리고 출판은 ‘한우물주의’보다는 ‘다다익선’이다. 한곳을 여러 번 두들기는 것보다, 여러 출판사를 접선하는 게 성 공 확률이 훨씬 높다.

그래서 투고된 원고로 책을 내본 적이 있냐고? 음, 나도 그런 전설 한번 써보고 싶다. 무명의 원고를 발굴해 베스트셀러로 만든 에디터. 이런, 그건 저자 되기보 다 더 힘든 일이네.

웅진지식하우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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