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복무 시절엔 일주일에 두 번씩 쌀빵이 나왔다. 요즘 방송을 통해 유행이 된 ‘군대리아’다. 방송에선 맛있다고 난리인데, 사실 호불호가 확실한 메뉴이기도 했다. 누군가는 몇 개씩 먹어치웠다. 다른 누군가는 투덜대며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부었다. 쇠고기와 닭고기 패티가 번갈아 나왔다. 색깔은 달랐지만, 맛은 비슷했다. 도대체 무슨 고기를 넣었는지 알게 뭐람. 닭 머리를 갈아 먹여도 그런가보다 할 수밖에. 일주일에 두 번씩은 꼭 배탈이 났다.
매번 빵은 많이 남았다. 아무리 발버둥쳐봐도 시간은 더디 갔다. 창의적인 놀이에 굶주려 있던 때다. 남은 빵을 활용하는 방법은 무궁무진했다. 불고기나 짜장을 넣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김치전과 닭볶음탕의 조합이 괜찮았다. 카레버거도 나쁘지 않았다. 패티만 빼고 먹으면, 어쨌든 배탈은 안 났다.
방송을 보며 낄낄거리다 아내가 물었다. “군대리아는 어떤 맛이야?” 여보, 세상에는 꼭 몰라도 되는 것들이 있어요. 말이 나온 김에 수제 햄버거를 만들어 먹기로 했다. 먼저 양파 반개를 잘게 썰고 마늘 한 개를 다져 투명해질 때까지 볶았다. 쇠고기는 엉덩이살, 돼지고기는 앞다리를 각각 200g씩 썼다. 모두 지방이 적은 부위다. 간고기를 커다란 볼에 넣고 소금과 후추로 밑간한 뒤 말린 파슬리와 오레가노로 풍미를 더했다. 볶은 양파를 식힌 뒤 빵가루와 함께 넣고 섞어줬다.
이제부터는 육체노동의 영역이다. 붉은 살덩이를 엉기게 하려면 무작정 치대는 방법밖에 없다. 달걀노른자를 넣는 레시피도 있지만, 고기전의 느낌을 내기보다는 묵직한 고기 맛에만 집중하고 싶었다. 치댔다. 계속 치댔다. 주걱을 던져버리고 손으로 고깃덩이를 주무르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끈기가 생겼을 때 고기를 세 덩이로 가른 뒤 패티 모양으로 다듬었다. 한 손으로 패티를 던져 다른 손으로 받아냈다. 철썩~! 철썩~! 차진 소리를 내가며 반복해서 패티 안의 공기를 뺐다. 이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팬에 구울 때 패티가 부서져버린다. 완성된 패티의 가운뎃부분을 손가락으로 눌러 우묵하게 만든 뒤 냉장고에 넣어두고 속 재료를 준비했다. 고리 모양으로 슬라이스한 양파는 찬물에 잠시 담가뒀다. 양상추를 씻고, 토마토도 썰었다.
중불로 달군 팬에 두꺼운 패티와 베이컨을 집어넣었다. 지글거리며 익는 소리가 식욕을 자극했다. 자주 뒤집어 타지 않으면서 속까지 익도록 했다. 햄버거빵 대신 잉글리시머핀의 단면을 살짝 구운 뒤 씨겨자와 마요네즈를 바르고, 양상추 한 장과 양파, 피클과 토마토를 넣었다. 패티와 베이컨, 치즈 한 장이 마지막으로 올라갔다. 뜨거운 육즙과 기름에 순식간에 치즈가 녹아들었다. 쇠고기 스테이크와 돼지고기 수육을 동시에 먹는 느낌이었다. 자칫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 고기 맛을 아삭한 양상추와 피클이 잡아줬다. 사먹는 햄버거와는 비교할 수 없는 맛이었다. 배탈 대신 뱃살이 걱정이긴 했지만.
송호균 기자 uknow@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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