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청국장 같은 여인이로세“여보, 얼른 들어와요. 밥 차려놓을게.”얼마 만에 들어보는 말인가. 이런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냉큼 달려갔다. 아내는 즐겨 보던 프로그램 에서 결국 우승한 전남팀이 결승 문턱에서 선보인 청국장찌개와 청국장으로 맛을 낸 제육볶음을 떠올렸다. “응원하던 전남팀에 바...2013-12-21 14:27
뼈와 가시를 앞에 두고 드는 걱정가장 적은 노력과 시간을 들이고도, 가장 큰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상차림은 뭘까? 경험으로부터 말하자면 샤부샤부다. 여러 가지 채소를 씻고, 버섯 몇 종류를 손질해둔다. 고기와 각종 해산물은 그대로 쓰면 된다. 다만 가다랑어포 육수를 직접 만드는 정도의 수고는 감수할 ...2013-12-04 14:36
보라, 주꾸미의 이 숨막힐 듯한 자태를‘손이 크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특히 음식과 관련해서 그렇다. 후배들에게 밥을 사거나 집에서 음식을 해먹을 때도 일단 푸짐하게, 라는 기조다. 그렇다. 손이 문제다. 내 잘못이 아니다.결혼한 뒤 종종 아내에게 핀잔을 들었다. 거의 매번 양 조절에 실패하기 때문이...2013-11-23 15:34
당신은 굴피부, 나는 굴껍질찬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굴의 계절이 돌아왔다는 뜻이다. 대식가로 유명한 소설가 발자크는 앉은 자리에서 144개의 굴을 먹어치웠다던데, 아내는 그 정도는 아니어도 굴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굴귀신’으로 통했다. “굴이라니, 신의 한 수로세!” 아내는 만족감을 감추지 못...2013-11-09 11:38
피할 수가 없었네, 고기 회식아내는 3일째 고기로 회식을 했다고 했다. 과연, 눈빛이 노리끼리한 게 심상치 않아 보였다. 고기가 잘못했네. 그럼 오늘은 풀 좀 먹자. 풀을 먹되, 맛도 포기할 수 없다면 몇 가지 방법이 있다. 우선 가지나 감자, 양파, 각종 버섯, 두부 등을 불판에 구워 먹는 거다...2013-10-24 19:19
무간지옥 아내와 배부른 요리사얼마 전 주말, 강화도로 회사 MT를 다녀왔다. 금요일 밤부터 다음날 오후까지 이어진 가열찬 술자리를 마치고 서울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아내는 끼니도 거른 채 하루 종일 잠만 잤다고 했다. 저런, 남편 없는 주말이 심심했구나. 그래서 계속 잤구나. 그럼 내가 저녁을 차...2013-10-12 16:36
‘쇼윈도음식’ 말고 ‘집밥’“여보, 오늘은 밥을 먹자.”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것 같았다. 그동안은 ‘밥’이 아니었단 말인가. 생각해보니 그랬다.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는 칼럼을 쓰고 있지만 여기엔 함정이 있다. 사실 부부가 집에서 차려 먹는 식사는, 한 러시아 혁명가의 표현을 빌리면 ‘칼럼용’...2013-09-28 15:22
절대로 눌러 익히면 안 돼가히 ‘막걸리 대학교’다웠다. 그땐 막걸리를 정말 많이 마셨다. 학교의 풍토가 그랬다. 비가 오면 비 온다고, 눈이 오면 눈처럼 하얀 술이라고, 신입생 들어왔다고, 시험 때라고, 방학했다고, 개학했다고 마셔댔다. 어, 오늘은 아무 일도 없네? 그러면 또 막걸릿집에 모였...2013-09-06 15:48
뜨거운 태양은 단순함 위로 떠오른다원래는 심플한 마르게리타 피자를 만들려고 했다. 바삭한 도(밀가루 반죽)에 향긋한 토마토 소스와 부드러운 모차렐라 치즈가 혀가 델 정도의 온도로 뜨겁게 엉겨붙어 있다. 한입 베어무는 순간 스르르 눈이 감기며 자신도 모르게 지중해의 뜨거운 태양을 떠올린다. 아내는 대학생...2013-08-21 13:53
당신은 나의 파×바게뜨과연 지속 가능한 ‘쿡쿡’인가, 하는 의심과 회의 속에서 시작한 칼럼이 벌써 열한 번째다. 비프 스트로가노프의 거대한 실패(953호)를 시작으로 편집장을 위한 멜론 아이스크림(973호)까지. 부지런히 부엌을 들락거렸고, 아내와 품평회를 가졌다. 아내가 말했다. “여보,...2013-08-10 11:36
치댔다, 계속 치댔다군 복무 시절엔 일주일에 두 번씩 쌀빵이 나왔다. 요즘 방송을 통해 유행이 된 ‘군대리아’다. 방송에선 맛있다고 난리인데, 사실 호불호가 확실한 메뉴이기도 했다. 누군가는 몇 개씩 먹어치웠다. 다른 누군가는 투덜대며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부었다. 쇠고기와 닭고기 패티가...2013-07-10 15:52
배는 부르고 지갑은 홀쭉해졌다어느 토요일 오후 오로지 꽃게찜을 먹겠다는 일념으로 경기도 김포 대명항을 찾았다. 아무런 사전정보 없이 한 식당을 찾아 들어갔다. 2층 자리에 앉자 강화도와 김포를 잇는 초지대교가 눈앞에 펼쳐졌다. 망설임 없이 꽃게찜을 시키고, 소맥을 말았다. 5만원짜리 꽃게찜에는 큼...2013-06-14 16:47
마크 트웨인이 옳았다아내가 다이어트를 선언했다. 시작한지 석 달도 안 된 본 칼럼도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원래는 프라이드치킨을 만들려고 했다. 용암처럼 뜨거운 기름이 바삭바삭한 튀김옷 사이를 무서운 기세로 파고든다. 잘 튀겨진 닭다리살이 얼음처럼 차가운 맥주 한 모금과 입안에서 섞이는 ...2013-06-01 20:31
아름다운 밤의 수레바퀴이렇게까지 하려던 건 아니었다. 간만에 부부가 마트 나들이를 갔을 때 큼직한 연어가 눈에 띄었을 뿐이다. 회를 뜬 뒤 소맥 한 잔을 곁들여 저녁을 때웠다. 연어는 너무 컸다. 1kg이 넘는 불그스름한 살덩이는, 먹어도 먹어도 끝이 없었다. 자신이 태어난 강줄기를 거슬러...2013-05-20 09:35
나, 한 점의 수육 되리라무려 일주일이 넘게 해외 출장을 떠날 아내를 위해 밥상을 차리기로 했다. 아이가 여름캠프를 가면 ‘와우’, 아내와 아이가 함께 떠나면 나 홀로 ‘올레’라고 했던가. “좋겠다”고 말하는 사람이 부쩍 많은 건 그래서일 터. 곰곰이 생각해봤다. 물론 간만에 친구를 불러내 술...2013-05-05 14: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