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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어준발 ‘공소취소 거래설’, 불씨는 민주당 검찰개혁 강경파가 지폈다

중수청법·공소청법 예고안 정부가 수용하자 돌연 “실패” 주장하며 원점 회귀… ‘공소취소모임’도 검찰 음모론 키운 토양
등록 2026-03-12 22:23 수정 2026-03-13 08:35
2026년 3월10일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정부 고위 인사와 검사들의 ‘거래설’을 제기하는 ‘1인 저널리스트’ 장인수(왼쪽)씨. 유튜브 갈무리

2026년 3월10일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정부 고위 인사와 검사들의 ‘거래설’을 제기하는 ‘1인 저널리스트’ 장인수(왼쪽)씨. 유튜브 갈무리


정부의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법·공소청법 재입법 예고안에 대한 더불어민주당 법제사법위원회 강경파의 반발을 보면서 ‘내가 타임머신을 탔나?’ 하는 생각을 했다. 분명 일단락된 문제였다. 그런데 또 이러고 있다니 믿을 수 없었다.

애초 2026년 1월12일에 나왔던 정부안은 중수청 인력체계를 이원화하고 공소청의 3단 구조를 유지하는 등의 내용이 문제가 됐다. 기존 검찰 시스템을 닮아 ‘제2의 검찰’이 된다는 거였다. 당시 정부안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현실에서 구현하기 위한 것이었음에도 ‘검찰을 닮았다’는 논리 하나로 밀어붙이는 우격다짐식 논의가 여당을 지배했다. 보완수사권 관련은 중수청법·공소청법이 아니라 이후 형사소송법 개정 논의 때 다루기로 했음에도 강경파들은 이게 다 보완수사권을 지키려는 검찰의 음모라고 주장했다.

전원 면직 뒤 재임용? 논의 뭐가 되나

 

1월21일 이재명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제한적 보완수사권 인정론’을 내놓으면서 당내 여론 지형은 조금 바뀌었다. 그러나 정부안에 대한 비토는 여전했다. 여당은 2월22일 의원총회에서 정부에 요구할 수정안을 채택했다. 중수청의 이원화 구조를 없애고, 수사 범위를 축소하는 등의 내용이다. 애초 논란의 대상이었던 공소청의 3단 구조는 문제 삼지 않기로 했다. 강경파들이 반발했지만 이후 법안 처리 과정에서 여당 법사위원들이 원내지도부와 조율해 기술적 수정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정도로 타협했다. 정부는 공소청 수장의 명칭을 공소청장으로 해야 한다는 대목을 제외한 거의 모든 여당의 요구를 수용해 2월24일 법안을 재입법 예고했다.

즉, 굳이 싸움의 구도로 해설한다면 정부가 백기를 든 것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그런데 여당의 법사위 강경파들이 또다시 ‘이대로면 검찰개혁은 실패’라고 주장하니, 그러면 그동안의 과정은 다 뭐였나 싶은 거다. 일부 인사는 ‘검사 전원 면직 뒤 재임용’ 등 그동안 주요하게 거론하지 않았던 새로운 쟁점을 제기하는데, 이런 식이면 더 이상의 논의는 무의미하다. 아마 이들은 어떤 법안이 나와도 끝없이 부족하다고 주장할 것이다. 지방선거와 그에 뒤이은 전당대회라는 일정을 상정한 ‘자기 정치’의 맥락을 고려하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는 주장과 행보이다.

‘1인 저널리스트’를 표방하는 장인수 기자가 김어준씨 유튜브 방송에 나가 주장한 ‘거래설’은 극단적 검찰개혁론의 정파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정부 고위 인사가 여러 검사에게 이재명 대통령 관련 사건의 공소 취소를 압박한 사실이 있으며, 이는 검찰개혁 후퇴와 ‘거래’로 읽힐 수 있다는 게 이 ‘거래설’의 핵심이다.

만일 이 주장대로 정부 고위 인사가 검사에게 공소 취소를 강요했다면 권력형 비리로서 구속 수사가 필요하다. 그러나 유튜브 방송에서 언급된 한두 문장짜리 주장만 가지고는 기본적 사실관계 확인조차 어렵다. 세간의 시선으로 볼 때 검사들에게 이재명 대통령 사건 공소 취소를 강권했을 가능성이 큰 인사 중 한 명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다. 이 글을 쓰는 시점, 정성호 장관은 특정 사건에 대한 공소 취소를 지휘할 생각이 없다며 사실무근을 주장했다.

구속감 ‘거래설’을 한두 문장으로 주장

 

‘거래설’의 골자로 볼 때 ‘1인 저널리스트’에게 이 내용을 알려야겠다고 마음먹은 인사라면 앞서 논한 극단적 검찰개혁론의 지지자일 것이다. 압력을 행사한 당사자가 이 사실을 알리려 하지는 않았을 거고, 결국 압력을 받은 사람이 제보했다고 봐야 하는데 동시에 이 사람은 검사여야 한다. 극단적 검찰개혁론을 지지하는 검사는 드물 텐데, 상대적으로 이러한 인상에 가까운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정성호 장관에게 마지막으로 받은 문자메시지까지 공개하며 의혹을 부인했다.

‘거래설’은 요즘 유행하는 말로 ‘재래식 언론’이었다면 기사로 나오기 어려웠을 내용이다. 공개된 내용만으로는 취재가 덜 됐다고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극단적 검찰개혁론자들의 주장에 의하면 검사 집단은 늘 정치적 흉계를 꾸미고 있으므로 ‘언론 플레이’를 경계해야 한다. 그런 세계관의 시각으로 본다면 이번 일은 검사 집단의 말만 믿고 취재가 부실한 내용을 공개해 무리수를 범한, 자기모순적 사건으로 보일 수 있다. 지방선거와 전당대회까지 엮인 정치 일정이 여당 구성원과 지지층의 세계관을 압도하고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면 과연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또 하나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여당 일각에서 공소 취소를 쟁점화해오던 상황이 이 논란을 키운 토양이 된 것 역시 부정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언론은 여당 의원 일부가 만든 ‘공소 취소 모임’을 이른바 친명계 결집 용도로 본다. 당 지도부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기구를 공식적으로 만들었는데도 모임을 유지하기로 하자 이런 시각은 더 강화됐다. 공소 취소를 소재로 일종의 줄 세우기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문제는 과연 이게 정권 운영, 선거, 나아가 이재명 대통령의 사법리스크 해소에 도움이 되느냐는 것이다.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라는, 유명한 책 제목을 빌린 관용어구가 있을 정도 아닌가? ‘공소 취소’를 말할수록 오히려 ‘공소 취소’는 더 어려워진다. 이번 사건은 그 부담이 전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더 커질 수 있음을 희극적으로 드러냈다.

전쟁·패러다임 붕괴 앞 정치권 행태

 

국민의힘 사람들은 ‘특검’을 주장한다. 근거가 희박해 보여서 그렇지, 사안의 성격만 놓고 보면 야당으로서 특검을 충분히 주장할 수 있다. 정상적 정치 구도였다면 이 사건은 제1야당이 모처럼 전열을 정비하고 지방선거를 앞두고 반격의 발판을 마련하는 기회로 작용했을 것이다.

물론 지금은 그런 ‘정상적 정치 구도’가 아니다. 국민의힘이 윤석열의 정치적 복귀 주장에 반대한다는 어정쩡한 ‘절윤’ 선언으로 아직도 ‘윤 어게인’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도 장동혁 대표가 과연 ‘절윤’의 마음을 먹은 것인지 아닌지, 어떤 후속 조처를 할 수 있는지를 두고 말이 많다. 당내 비주류는 장동혁 체제로는 도저히 선거를 치를 수 없으니 조기에 혁신 선거대책위원회를 띄워 사실상 장동혁 대표를 2선 후퇴시키자고 한다. 보수 일각에선 오세훈-이준석-한동훈 연대설을 다시 띄운다. 그러나 이 모든 얘기도 이미 다 본 영화를 또 보는 느낌이어서 어리둥절해지는 것은 매한가지다. 국민의힘 주류가 윤석열 탄핵 반대에 대해, 관저 농성 육탄 방어에 대해, 반대파 징계 남발에 대해 사과하고 책임질 수 있어야 그다음 장으로 넘어갈 수 있는 것 아니겠나? 하지만 장동혁 대표는 다른 사과만 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으킨 전쟁에 많은 사람이 이미 죽었고, 우리 민생도 위기다. 이번 전쟁은 여러모로 우리 삶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음을 드러낸다. 이런 때 선거를 앞둔 정치가 이런 일이나 하고 있고, 고관여층이라는 사람들이 이런 이야기에 열광한다는 것은 비극이다. 부끄럽다.

 

김민하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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