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토요일 오후 오로지 꽃게찜을 먹겠다는 일념으로 경기도 김포 대명항을 찾았다. 아무런 사전정보 없이 한 식당을 찾아 들어갔다. 2층 자리에 앉자 강화도와 김포를 잇는 초지대교가 눈앞에 펼쳐졌다. 망설임 없이 꽃게찜을 시키고, 소맥을 말았다. 5만원짜리 꽃게찜에는 큼지막한 암게 세 마리가 나왔다. 게딱지 가득 들어찬 핑크빛 알과 누런 내장은 말 그대로 달았지만 가격이 문제였다. 아무리 제철이고 꽃게로 유명한 관광지라지만, 세 마리에 5만원이라니, 게다가 홀수다! 자칭 꽃게 킬러인 아내 앞으로 마지막 게딱지를 밀어줬다.
이렇게 된 이상, 꽃게 주간을 선포하기로 했다. 항구에 있는 수산시장에선 같은 가격에 살아 있는 암게 7마리를 담아 줬다. 젠장, 또 홀수다. 가장 큰 놈들은 찌고, 나머지로는 간장게장을 만들기로 했다. 칫솔로 손질한 꽃게는 뒤집어 쪄냈다. 어쩌다보니 이틀 연속으로 꽃게찜을 포식했다. 배는 부르고, 지갑은 홀쭉해졌다. 그 반대가 되어야 할 텐데.
한겨레 송호균 기자
자, 다음은 간장게장. 게장은 언제부터 먹었을까? 에도 된장과 간장의 존재가 기록돼 있는 것을 보면 그 역사가 결코 짧지는 않은 것 같다. 17세기 중반 경북 안동 지역의 식생활 문화를 기록한 에도 게젓과 약게젓을 만드는 방법이 등장한다. 게젓은 소금물로, 약게젓은 오래 묵혀 진하게 된 간장으로 재웠다고 한다. “죽은 게가 있으면 가려서 버려라” “게를 깨끗이 씻어 이틀 정도 굶겨라” 등의 문구가 눈길을 잡아끌었다. 안동은 내륙이다. 살아 있는 바닷게는 구할 수 없었을 테니 아마도 민물게였을 것이다. 냉장고에 넣어둔 봉지를 열고 상태를 확인 해봤다. 굶어죽었을까? 아마도 얼어 죽었겠지? 아니, 물 밖에 꺼내놓았으니 호흡곤란이 사인이었을까? 너희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맛있게 먹어줄게. 어쨌든 명복은 빌었다.
간장게장의 관건은 무엇보다 싱싱한 재료, 다음은 간장을 달이는 방식이렷다. 진간장, 국간장, 일반 간장을 적당히 섞은 뒤 1.5배쯤 되는 물을 더 부었다. 양파와 파, 청양고추 2개, 마늘, 생강, 올리브잎 하나를 넣고 끓인 다음 걸러내 식혔다. 큼지막한 용기에 양파·마늘·고추와 함께 꽃게를 빼곡히 넣어뒀다. 너무 달지도 짜지도 않은 달인 간장을 용기에 부었다. 이틀 뒤 경건한 마음으로 상을 차렸다. 갓 지은 하얀 쌀밥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딱지를 열고, 몸통은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뒀다. 통통하게 살이 오른 게장 한 조각을 입에 넣었다. 사르르 눈이 감겼다. 새벽마다 선남선녀들이 명품으로 치장하고 간장게장을 먹는다는 신비로운 동네, 서울 신사동 게장 골목이 눈앞에 펼쳐지는 듯했다. “신사동보다 더 맛나!” 아내도 나도 순식간에 밥을 두 공기씩 비워냈다. 손끝의 게장 냄새는 오랫동안 사라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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