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호균
과연 지속 가능한 ‘쿡쿡’인가, 하는 의심과 회의 속에서 시작한 칼럼이 벌써 열한 번째다. 비프 스트로가노프의 거대한 실패(953호)를 시작으로 편집장을 위한 멜론 아이스크림(973호)까지. 부지런히 부엌을 들락거렸고, 아내와 품평회를 가졌다. 아내가 말했다. “여보, 당신이 벌써 10번이나 했는데 이번 주에는 내가 한번 만들어볼까?” 일종의 ‘십일조’랄까. 어쨌든 감사할 따름이었다. 비교적 간단한 메뉴로, 연애할 때 간혹 만들어주던 쿠키를 제안했는데 아내는 한발 더 나아갔다. 부드러운 커스터드 크림을 얹은 에그타르트를 하겠단다.
어릴 때부터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는다는 행위에 거부감이 없었다. 총각 자취생 시절 깍두기를 담그기도 했다. 하지만 제과·제빵은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다. 마감으로 정신이 없던 목요일 저녁이었다. 아내는 “장보러 방산시장 가는 중”이라는 문자를 남기고 연락이 두절됐다. 서울 중구에 있는 방산시장은 각종 베이킹 용품으로 특화된 곳이란다. 그러고 보니 집에 머핀틀이 있었던가? 걱정은 접고 일단 눈앞의 불부터 끄기로 하고 마감에 집중했다.
자정 무렵 두근거리는 가슴을 부여안고 퇴근했다. 문을 열자마자 향긋한 단내가 확 풍겨왔다. 양손에 타르트를 쥐고 달려드는 아내를 진정시킨 뒤 일단 경건한 마음으로 목욕재계를 했다.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은 뒤 소반 위에 에그타르트 두 점을 놓고 부부가 마주 앉았다. 겉모양도 그럴듯했다. 노란 커스터드 크림의 표면이 오븐에 살짝 그을려 있었다. 한입 베어 물었다. 오우, 지저스. 이걸 진정 당신이 만들었단 말이오. 촉촉한 질감의 타르트와 크림의 부드러운 단맛이 오묘하게 어우러졌다. 빵집에서 파는 타르트와 비할 데가 아니었다.
과정까지 순탄했던 건 아니었다고 했다. 야심차게 차를 몰아 방산시장에 도착했더니 시장 전체가 여름휴가 중이었단다. 혹시나 싶어 시장을 한 바퀴 돌았지만 문을 연 가게는 하나도 없었다. 예상대로 집에 머핀틀 따위는 없었다. 틀을 사지 못하면 타르트고 뭐고 불가능 할 수밖에 없다. 근처에 있는 마트에서 우여곡절 끝에 머핀틀을 발견했고, 각종 재료를 구입했다. 집에 와보니 달걀이 없었다. 다시 나가서 사왔다. 타르트 반죽을 만들고, 한 판(12개)을 구웠다. 첫 판은 반죽이 너무 질었다. 실패했다. 반죽부터 다시 했다. 남편 회사에 들려보낼 요량으로 재료는 두 판 분량으로 준비했다. 이미 절반을 버렸다. 이번에도 실패하면 어쩌지. 당장 남편의 마감은 어찌할 것인가. 두려움이 엄습해왔다고 했다. 아내는 맥주를 한 캔 땄다. 과연, 주변에는 맥주캔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다행히 두 번째 판은 성공적이 었다. 아내는 살짝 꼬인 발음으로 지난 몇 시간 동안의 무용담을 들려줬다. 술기운에 충혈된 그녀의 눈동자는 뭔가를 갈구하고 있었다. “여보, 라면.” 오케이! 지체 없이 일어나 물을 올렸다. 다음 10회 뒤에도 부탁해요. 당신은 나의 파×바게뜨, 내 인생의 뚜X쥬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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