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박미향 기자
그날따라 자꾸만 집에서 전화가 왔다. 엄마의 전화를 끊고 돌아서니 아빠가 전화를 걸었다. 금요일 저녁이었다. 마감을 끝내니 좀 노곤 했고, 누우면 바로 잠들 것 같았다. 첫 번째 전화, 남동생이 삼수 끝 에 가고 싶은 학교에 합격했다고 했다. 기뻤다. 두 번째도 같은 내용 이었다. 이미 들었다고! 세 번째 전화가 왔을 때는 좀 짜증을 내려고 했는데, 병원에 계신 할머니가 갑자기 상태가 나빠지셨단다. 얼마 못 계실 수도 있으니 마음의 준비를 하란다. 다음날 아침 할머니의 부 고를 들었다. 기쁨과 축하를 나누고 눈 한번 깜짝하니 슬픔과 위로 란 단어가 코앞에 다가와 있었다.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삶이라니.
도스토옙스키가 “우리는 모두 에서 나왔다”랬나. 고골의 로부터 러시아 문학이 출발했다는 뜻인 한편, 이 짧은 소설에 삶 의 여러 얼굴이 깃들어 있다는 뜻 아닐까. 사람들은 이 소설에서 가 난함, 풍자, 관료주의의 모순과 부패라는 단어를 말하지만, 나는 오 늘 여기서 예측할 수 없는 삶의 외로움을 읽었다.
의 주인공 아카키 아카키에비치는 작은 키에 벗겨진 이마, 붉 은색 머리카락, 주름투성이 얼굴에 입성도 초라해 닳아빠진 외투 를 입고 다닌다. 언제나 짓궂은 사람들에게 놀림이나 당하고, 공문 서를 정서(淨書)하는 일 이상의 업무는 두렵기만 한데다, 평소의 식 사라고는 빈집에 돌아와 “식탁에 덤벼들어 굶주린 사람처럼 수프를 훌훌 마시고 맛 따위야 가리지 않고 고기와 양파를 삼키”는 그가 새 외투를 마련하고 난생처음 파티에 초 대받았다.
“그는 주인한테 인사를 하고 곧 돌아가 려고 했으나 다른 사람들이 그를 붙잡 고 새 외투가 생긴 것을 축하하는 의미 에서 꼭 샴페인을 마셔야 한다고 우기 며 놓아주지 않았다. 한 시간 정도 지나 서야 밤참이 나왔다. 야채 샐러드와 차가운 쇠고기, 고기만두와 파 이, 거기에 샴페인이 곁들여 나왔다.” 고기 요리는 이미 식었고, 만두 와 파이가 샴페인에 썩 어울리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평생 처음 의 만찬이었을 거다. 아카키 아카키에비치는 새 외투를 장만한 이래 로 눈에 조금 생기가 돌기 시작했고, 평범한 사람들이 느끼는 욕구 와 환희 비슷한 것을 얼핏얼핏 경험하기 시작했다. 외투를 사기 전에 는 예측하지 못한 기쁨이었다. 어쩌면 앞으로 지금보다는 좀 재미있 는 일상을 기대해도 될지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가엾은 이의 삶은 언제나 기대와 반대 방향으로 흘러가는 모양이다. 그는 집으로 돌아 오는 길에 건달에게 외투를 빼앗길 줄은 꿈에도 몰랐고, 그 외투를 찾으려 애써봐야 결국 찾을 수 없다는 것, 그런 와중에 심한 열에 시 달리다 자신이 죽을 것이라는 건 더더욱 몰랐을 것이다.
예측하지 못했던 생기와 기쁨 뒤에 비극을 맞닥뜨린 아카키 아카키 에비치의 삶이 우리 사는 모양이랑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 고 그가 든 마지막 잔이 축하를 의미하는 샴페인이어서 좀 서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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