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톱12 후보들과 함께 생방송에 돌입하고 절반의 고개를 지나왔다. 허니지가 탈락하고 6팀의 후보만을 남긴 10월26일 방송은 최고 10.3%, 평균 8.95%(AGB닐슨미디어리서치, 케이블 가입 가구 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동시간대 최고 시청률을 찍었다. 우후죽순 오디션 프로그램이 들어서는 가운데에서도 가 여전히 높은 시청률을 점하는 이유는 한국형 오디션 프로그램의 원조로서 명불허전임을 인정받기 때문일까. 그러나 는 10월26일 방송분에서 높은 심사 점수를 받은 허니지와 딕펑스가 탈락 위기에 놓이고, 음이탈한 정준영이 문자 투표에서 많은 표를 받으며 합격하는 바람에 시청자들 사이에 시비가 일었다. 앞서 는 새로 도입한 심층면접에서 노래 한 소절 없이 참가자들의 탈락 여부를 결정해 한 차례 비난을 받기도 했다. 한 포털 사이트에 ‘오디션 프로그램’을 치면 ‘지겨워’가 연관 검색어로 뜨는 것은 일부 시청자들의 진심일 것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에 대한 피로도가 높아진 가운데, 가 생명력을 지속하려면 무엇을 덜어내야 할까. 대중음악평론가와 방송평론가에게 가 내려놓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물었다.
1. 사연팔이 소년이 된 참가자들
“사연만으로 가수가 되는 시대는 지났거든요.” 를 시작하며 심사위원 이승철은 참가자들의 신파가 당락에 영향을 끼치는 시대의 종언을 이야기했다. 그러나 10월26일 방송된 생방송 세 번째 미션의 주제는 ‘고백’(Go Back)이었다. 제작진은 “참가자들이 자신의 인생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과거의 경험을 공개하고 이에 얽힌 노래를 부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방송은 참가자들에게 최면까지 걸어가며 과거로 회귀해 눈물을 뽑아냈다. 노래 부를 무대가 없어 기타 들고 홍익대 앞에서 버스킹을 했던 홍대광이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주머니에 단돈 5천원밖에 없었다”며 눈물을 펑펑 쏟아내는 장면, “삶의 무게에 눌려서 도망가고 싶었다”는 고백은 대중에게 여러 차례 회자될 것이다. 음악 시켜주지 못해 미안하다 했다는 어머니를 얘기하며 눈시울이 붉어진 유승우의 얼굴은 사연과 함께 한동안 인터넷을 떠돌 것이다. 말끔한 외모에 의외로 개그맨이 꿈이었다는 로이킴의 고백이나, 여러 나라를 떠돌아다니며 외로웠다는 정준영의 사연은 눈물로 호소하는 이들의 이야기와 다른 무게로 작용한다.
서정민 음악전문기자는 “눈에 띄는 참가자가 다음에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하는 기대감이 있었는데, 참가자들의 사연이 줄을 잇는 등 이전 시즌과 비슷한 패턴에 피로감이 든다”고 말한다. 영화평론가 허지웅씨는 <pd>에 기고한 글에서 이렇게 썼다. “사연이 없는 사람은 없다. 그 가운데 유별난 사연이 있을 수 있고, 프로그램 특성상 그것이 드러날 때 더 큰 감동을 얻을 수도 있다. 그러나 역경을 딛고 인간 승리에 이르는 드라마 서사를 과장하기 위해 참가자들의 사연을 상품화하는 태도는 이번 시즌에 이르러 그 선명한 의도 탓에 거의 참을 수 없는 수준으로 확장됐다.”
박권일 계간 <r> 편집위원이 어느 칼럼에서 말했듯, 는 참가자들이 ‘불행을 경쟁’하길 부추기는 걸까. 소속사도 매니저도 없이 혈혈단신 카메라 앞에 놓인 참가자들은 오늘의 이야기가 내일의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 계산할 여력이 없다. 사적인 얘기를 어디까지 털어놓아야 할지는 개인의 선택이겠지만, 사연팔이 소년이 돼 카메라 앞에 앉은 참가자들은 무대에 대한 마음이 얼마나 간절한지를 호소하느라 생의 가장 극적인 장면을 얼굴 모르는 대중에게 털어놓는다.
2. 음악적 평가와 대중의 지지 사이
는 심사위원 점수 30%, 인터넷 사전 투표 10%, 문자 투표 60%로 나눠 합산된 점수순으로 합격 여부를 결정한다. 시청자 투표는 실제 음악시장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에 대한 가늠이고, 각기 다른 색을 지닌 3명의 심사위원 점수는 음악성에 대한 평가다. 그러나 심사위원 평가와 시청자 투표 결과가 크게 갈릴 경우 전체 점수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높은 시청자 투표 결과에 따라 당락이 결정된다. 현장의 심사위원보다 방송을 보는 시청자에게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한 이유는 다양한 의견과 시선을 존중하자는 뜻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음악적으로 설득력이 떨어지는 무대에 시청자의 표가 몰릴 경우 인기투표 논란이 번질 수밖에 없다. 는 시즌2에서도 시청자 지지가 높았던 강승윤이 톱4까지 올라가 인기투표 논란이 일었고, 이번 시즌에서는 예선부터 입길에 시달리다 ‘밉상’ 캐릭터가 된 이지혜는 생방송 첫 경연에서 심사위원 점수를 비교적 높게 받고도 탈락했다.
이번 시즌 인기투표 논란에 불을 붙인 10월26일치 방송에서 정준영의 합격을 발표하며 MC 김성주는 “대국민 문자 투표의 힘이 엄청나다는 걸 느낄 수 있는 대목”이라고 말했고, 심사위원 이승철은 “음악적 시선과 대중의 시선이 이렇게 다른 건가”라고 말했다. 제작진은 음악성과 대중성 사이에서 한쪽으로 지나치게 기울었을 때에 대한 대비책으로 이번 시즌부터 ‘슈퍼세이브’ 제도를 마련했다. 심사위원 권한으로 전체 생방송 중 단 1회에 한해 탈락자를 구제하는 제도다. 이날 탈락했으나 “리듬도 춤도 랩도 좋았고, 에너지가 넘치는 무대였다”는 평가를 받은 허니지와 “선곡과 연주 몰입도가 아주 좋았다”는 평가를 받은 딕펑스가 슈퍼세이브 티켓을 놓고 무대에 섰다. 허니지는 이날 여러 번 지옥과 천국을 오갔다. 첫 탈락 발표 뒤 어두웠던 허니지의 표정은 슈퍼세이브 사용 결정에 희망으로 밝아졌다가 딕펑스의 최종 합격 발표 뒤 다시 절망감으로 가득 찼다. TV평론가 이승한씨는 이날 방송에 대해 “의 인기투표 경향이 바닥까지 드러난 시즌”이라고 평했고, 음악평론가 이민희씨는 “음악을 살리려는 노력보다 자극에만 몰입하고 인기 위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듯하다”며 우려를 표했다.
3. 억지 캐릭터는 먼지가 되리
몇몇 음악평론가들이 지적했듯, 안정된 능력을 가진 참가자들이 늘어 캐릭터가 중복되다 보니 서사의 제작은 연출진들의 최선이었을 수 있다. 그러나 제작진은 오히려 자신들이 쳐둔 덫에 걸려든 듯했다. 여러 차례 라이벌로 맞붙었지만 오히려 친구 같은 모습을 보인 이들은 경쟁자로서 별다른 서사를 만들어내지 못했고, 도리어 합주를 하며 에너지를 보여줬다. 제작진은 정준영·로이킴이 라이벌 매치에서 를 부르며 만들어낸 폭발력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를 두고 갈팡질팡했다. 둘 중 한 명은 반드시 떨어져야 하는 룰에 이들을 밀어넣었는데 예상 밖의 결과가 나왔다. 한 명을 떨어뜨렸다가 다시 부활시키는 방식으로 결국 두 사람 모두 생방송에 진출할 수 있게 되었지만 그 과정에서 프로그램은 아무런 설득력을 가지지 못했다.
4. 응답하라 ‘포스트 슈스케’
미국의 을 벤치마킹해 2009년 Mnet에서 내놓은 을 시작으로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은 (MBC)으로 지상파에 내려왔고, 밴드를 뽑는 <top>(KBS), 아이돌을 선발하는 (SBS), (Mnet)로 세분화했다. 지상파와 케이블 할 것 없이 돌아가며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을 방영하던 2011년 가을은 오디션 프로그램이 무르익을 대로 익은 시기였다면, 2012년은 성숙기와 쇠퇴기의 아슬아슬한 경계에 서 있는 듯하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각 방송사에 포진하자 오디션 참가자는 세분화한 경향이다. 각기 다른 성향의 가수 지망생들이 자기에게 가장 어울리는 오디션에 문을 두드리게 되자 에는 역대 가장 많은 참가자 수를 기록했는데도 결국 무대에 오른 이들은 엇비슷한 개성의 참가자들로 추려지게 된 것이다. 실제 에서도 세 번째 생방송 이후 남은 6개 팀은 딕펑스를 제외하면 모두 예선에서 기타를 둘러메고 나왔던 남자 개인 참가자들이다. 이민희 음악평론가는 “특출한 개인보다는 안정된 능력을 가진 후보가 많아져 오히려 눈에 띄는 참가자가 없어져버렸다”고 말했다. 강명석 편집장은 과 통화에서 이렇게 주문했다. “미국에서 이 지속해올 수 있었던 이유는 발굴할 재능들이 아직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은 인구 대비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너무 많다. 가장 근본적인 것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 온 것 같다. 더 자극적인 연출로 시청자를 TV앞에 끌어놓으려는 노력이 아니라 출연자들이 어떤 것을 얻으려고 이 오디션에 지원하느냐를 고민하고, 역량있는 참가자를 모을 수 있는 오디션이란 무엇인지, 어떤 리워드를 제공해야 할지 다시 생각해봐야 할 때다.”
은 시즌2에서 실력있는 다양한 참가자들을 호출하고, 시즌2는 시즌3에서 밴드들을 불러모았다. 가 생명력을 지속하려면 오디션 프로그램 포화상태를 입증한 시즌4가 무엇을 호출하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 아마도 가 말미에 오디션 프로그램으로서 어떤 매력을 보여준다면 그것은 다음 시즌 오디션 프로그램의 예고편이 될 것이다.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top></r></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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