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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감 넘치는 조폭 드라마… ‘아파트’, 리얼리즘을 완성하다

비리 카르텔 발목 잡는 ‘비정상 가족’… 생활 밀착형 휴먼 소동극 JTBC 드라마 ‘아파트’
등록 2026-07-23 20:45 수정 2026-07-26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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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드라마 ‘아파트’는 아파트 속 숨겨진 돈을 접수하기 위해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선거에 출마한 오아시스파 전직 보스 박해강(지성)이 주민들과 함께 비리를 타파해가는 이야기다. 사진 JTBC ‘아파트’ 제공

JTBC 드라마 ‘아파트’는 아파트 속 숨겨진 돈을 접수하기 위해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선거에 출마한 오아시스파 전직 보스 박해강(지성)이 주민들과 함께 비리를 타파해가는 이야기다. 사진 JTBC ‘아파트’ 제공


 

빽빽한 아파트 숲 사이, 전망 좋은 집. 경쾌한 리듬의 음악이 흐르고, 박해강(지성)은 에스프레소를 마시며 아침을 연다. 해강은 다시 빌딩 숲 중 한 곳으로 출근해 “항상 마시던” 커피를 들고 엘리베이터에 오른다. 영락없는 직장인의 얼굴이다. 하지만 사실 그는 전직 오아시스파 보스, 현직 ‘신용 1등급 브이아이피(VIP)’ 전용 불법 도박업체 대표다. 그의 아파트는 악착같은 ‘추심’의 보상이자, 경찰 고위 간부와 공무원들을 꼼꼼하게 ‘관리’한 결과다. ‘아파트’(JTBC)는 그렇게 해강의 평범한(?) 일상을 보여주며 시작한다.

 

이익 카르텔 ‘원클럽’과 ‘트루밸류 스테이트’

 

‘아파트’는 제목 그대로 아파트라는 공간이 주인공인 드라마다. 한국 드라마에서 공간은 생각보다 많은 걸 보여준다. 학교는 계급사회와 경쟁사회를, 군대는 국가폭력을, 회사는 자본주의를 압축한다. 공간이 곧 동시대를 비추는 메타포인 셈이다. 아파트는 우리에게 어떤 공간일까? 단순한 주거 공간을 넘어 신분이자 표준적 삶을 증명하는 수단이 된 지 오래다. 이런 공간을 통해 ‘아파트’는 어떻게 ‘우리’와 ‘동시대’를 보여줄까?

‘아파트'에는 두 개의 사회가 존재한다. 하나는 검찰총장, 대법관, 청와대 민정수석, 언론사 사장에 건설회사 대표까지, 정·재계와 사법부와 언론이 얽힌 권력 집단인 ‘원클럽’이다. 이 원클럽에서 대한민국의 권력자들은 정보와 이익을 공유한다. 다른 하나는 ‘트루밸류 스테이트’ 아파트다. 9800가구가 모인 이 대단지 주거 공간은 행정과 살림을 총괄하는 관리사무소와 입주자대표회의(입대)로 구성된 정치·사회 공간이기도 하다.

두 사회는 서로 무관할 것 같지만 닮았다. 원클럽이 권력을 이용한 이익 카르텔인 것처럼, 아파트 역시 각종 비리와 담합이 얽힌 “끈끈하고 끈적끈적한 카르텔”이다. 구성원들의 무관심 속에서 대략 엉망인 채로 정상 운영 중이라는 점도 비슷하다. 드라마는 거대한 정치권력과 미시적인 생활권력이 사실상 같은 원리로 작동하고 있음을 병치해 보여준다.

두 사회는 상징적으로 얽혀 있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도 연결돼 있다. 원클럽에 가입하려던 경찰청장(정희태)은 “100억을 가지고 오라”는 건설사 대표이자 트루밸류 스테이트 아파트의 숨은 실세 이충원(박병은)의 말에 돈을 마련할 방법을 고심한다. 그 사정을 알게 된 경찰청 수사부장(이현균)은 “없는 돈도 만들어내는 박해강”에게 100억원을 요구하기로 한다. 해강이 이를 거부하자 수사부장은 그의 ‘형제’ 같은 부하직원들과 ‘아버지’ 같은 큰형님 용만(정진영)을 누명 씌워 구속한다. 결국 해강은 3개월 안에 100억원을 가져다주기로 약속하고 형제들을 빼낸다. 조폭의 ‘삥’을 뜯는 조폭적 공권력이라니. “대한민국에 말이 되는 게 있어?”라는 경찰청장의 말대로, 말이 되는 건 없어도 돈이 안 되는 건 없는 법이다.

위기에 처한 해강 일당이 미수금을 추심하고, 그동안 낸 축의금을 회수하기 위해 가짜 결혼식까지 하며 열심히 돈을 끌어모으지만, 65억원이 비는 상황. 돈을 만들 방법을 고민하던 그들에게 추심을 당하던 도박장 VIP 고객인 아파트 관리소장 ‘도마뱀’(김원해)은 돈을 모을 묘책을 알려준다. “아파트에 눈먼 돈이 많아.” 결국 해강은 자신이 사는 트루밸류 스테이트 아파트에 적립된 장기수선충당금(장충금) 128억5742만원을 횡령하기 위해 그 돈을 직접 관리할 수 있는 입대 회장이 되기로 한다.

 

JTBC 드라마 ‘아파트’는 아파트 속 숨겨진 돈을 접수하기 위해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선거에 출마한 오아시스파 전직 보스 박해강(지성)이 주민들과 함께 비리를 타파해가는 이야기다. 이 과정에서 아파트의 숨은 실세 이충원(박병은)과 대립한다. 사진 제공 JTBC ‘아파트’

JTBC 드라마 ‘아파트’는 아파트 속 숨겨진 돈을 접수하기 위해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선거에 출마한 오아시스파 전직 보스 박해강(지성)이 주민들과 함께 비리를 타파해가는 이야기다. 이 과정에서 아파트의 숨은 실세 이충원(박병은)과 대립한다. 사진 제공 JTBC ‘아파트’


 

다양한 이웃의 삶이 존재하는 공간

 

입대 회장이 되기 위해서는 우선 동대표가 돼야 하는데, 출마하면 당선될 것이라 예상한 동대표는 출마부터 호락호락하지 않다. 밤새워 고심해 작성한 출마 서류를 내기 위해 관리사무소를 찾은 해강은 큰 깨달음을 얻는다. “처음 알았다. 아파트는 가족 단위의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는 곳이라는 걸. 이런 사회일수록 특이함을 허락하지 않는다는 걸 나는 놓치고 있었다.” 동대표가 되기 위해서는 해강의 평범함을 보여줄 가족이 필요했다. 그것도 이 사회가 승인하는 형태, 즉 혈연과 결혼으로 묶인, 이른바 정상가족.

가족이 뭐 별건가. 해강은 자신의 가짜 결혼식 때 신부 대행을 했던 강하리(하윤경)를 다시 찾아가 3개월 동안 아내가 되어줄 것을 제안한다. 로스쿨 출신으로 변호사 시험에 매번 낙방하며 생계를 위해 대형 로펌에서 무료 법률 상담과 역할 대행 아르바이트를 하던 하리는 ‘1억에, 선수금 3천만원 당장 지급, 성공시 인센티브 보장’이라는 말에 이 제안을 받아들인다. 그렇게 해강과 하리는 부부로, 해강의 부하직원인 경남(정순원)·제길(황희)·큰둥이(김규원)는 (시)동생들로, 경남의 아들인 경북이(김한결)는 해강과 하리의 아들로, 도마뱀은 전직 화가인 할아버지로 구성된 ‘간헐적 가족’이 탄생한다.

사실 해강에게 가족이란 원래도 혈연으로 증명되는 게 아니다. 그의 친부는 도박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어린 해강을 담보로 걸었던 인물이다. 해강을 거둔 건 용만이다. 혈연은 그를 버렸지만, 비혈연은 그의 가족이 돼줬다. 그런 해강이 ‘정상가족’이라는 자격을 얻기 위해 가짜 가족을 만드는 선택을 한 건,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다.

아파트 안에는 정상가족의 틀 안에서도 삐걱대는 사람들이 있다. “아무것도 하지 말고 꽃처럼 가만히, 예쁘게 화초처럼 있으면 좋겠다”며 자신을 무시하는 가부장적 남편을 둔 ‘루이엄마’(손지윤)는 ‘○○맘’들의 지지에 떠밀려 덜컥 6선거구 동대표가 된다. 해강과 4선거구 동대표 자리를 두고 경쟁한 장숙진(문소리)은 미인대회 출신에 ‘일화여대 수학과 수석 졸업’이라는 자부심을 붙든 채 삼류 대학에 다니는 아들을 무시하는 한편, 집값을 올리기 위해 ‘지하철 출구 위치를 트루밸류 스테이트 앞으로 변경하라’는 이기적인 시위를 주도한다. 소득 수준이 비슷한 ‘동족’들만 모여 사는 규격화된 공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아파트에는 정상가족과 간헐적 가족 등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뒤섞여 있으며 더 다양한 개인의 삶이 존재한다.

 

문소리는 극 중 ‘트루밸류 스테이트’ 아파트의 부녀회장이자 주민들의 중심축인 장숙진 역을 맡아 첫 회부터 강렬한 존재감을 발산하고 있다. 사진 JTBC ‘아파트’ 제공

문소리는 극 중 ‘트루밸류 스테이트’ 아파트의 부녀회장이자 주민들의 중심축인 장숙진 역을 맡아 첫 회부터 강렬한 존재감을 발산하고 있다. 사진 JTBC ‘아파트’ 제공


 

현안 해결하며 영웅으로 성장하는 조폭

 

예기치 않게 아파트 생태계 깊숙이 관여하게 된 해강과 그의 가족이 마주한 건, 아파트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일상적 문제들이다. 해강은 주차 빌런에게는 ‘참교육’을 시전하고, 조경을 해친다는 이유로 택배 차량 진입이 금지되자 ‘상생 택배’를 조직해 문제 해결에 나선다. 경비원을 상습 폭행한 주민을 무력으로 제압해 사과를 받아낸다. 원클럽의 100억원이나 장충금 통장에 쌓인 약 128억원에 비하면 우스울 만큼 자잘한 문제지만, 사람들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건 이런 것들이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며 아파트의 영웅이 된 해강은 간헐적 가족의 도움까지 등에 업고 동대표가 되고, 결국 입대 회장까지 된다.

물론 아파트에는 문제를 해결할 조직이 있지만, 절차적 민주주의는 형식일 뿐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아파트 내 비리 카르텔의 중간관리자였던 전임 입대 회장(백현진)은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이곳에서부터 기본, 원칙을 지켜야지 우리가 사는 사회, 그리고 더 나아가서 대한민국의 기본 원칙도 지켜지는 거라고 저는 평소에 늘 그렇게 생각하는 편입니다”라고 그럴듯하게 말하지만, 정작 그 원칙이 지켜지는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런 공공성의 공백을 ‘조폭’이라는 사회적 낙인이 찍힌 해강이 메운다.

해결 방식은 세련되지 않다. 조폭 시절 하던 방식 그대로, 다소 무식하게 몸으로 부딪치고, 약간의 편법도 쓴다. 이는 얼핏 보면 최근 유행하는 ‘참교육’ 서사와 비슷하지만, 결이 다르다. 참교육 판타지가 응징 자체에서 쾌감을 끌어내는 서사라면, 해강의 행동에는 응징의 논리가 없다. 그는 빌런을 벌주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냥 눈앞의 곤란을 못 본 척하지 못해서 나선 것이다. 이런 해강의 행위는 뜻하지 않게 ‘오만 신도시’를 구축하려던 최종 빌런 충원의 야망에 제동을 걸게 되고, 해강은 아파트에 감춰진, 오래된 비리를 파헤치는 인물이 되어간다. 조폭 출신, 도박중독자, 취업준비생으로 구성된 ‘비정상 가족’이 국가권력에까지 뻗어 있던 카르텔의 발목을 잡은 셈이다.

‘아파트’는 ‘다시 보기’ 방식으로 동시대를 보여준다. 우리는 관리비 고지서의 합계 금액만 대강 확인할 뿐 2만원 남짓 빠져나가는 장충금 안에 얼마나 촘촘한 이해관계와 불의가 얽혀 있는지 궁금해하기란 쉽지 않다. 드라마는 이 익숙한 무관심을 슬쩍 들추어, 우리 삶의 기반인 이 주거 공동체가 사실 원클럽과 다르지 않은 원리로 작동하는 정치·사회적 공간임을 다시 보여준다. 가족 또한 다시 보게 한다. 정상가족은 오랫동안 이 사회가 요구해온 최소한의 자격 요건이었지만, ‘아파트’는 그 자격이 얼마나 형식에 불과한지를 간헐적 가족과 그 곁의 여러 ‘정상’ 가족을 통해 보여준다.

 

JTBC 드라마 ‘아파트’는 아파트 속 숨겨진 돈을 접수하기 위해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선거에 출마한 오아시스파 전직 보스 박해강(지성)이 주민들과 함께 비리를 타파해가는 이야기다. 이 과정에서 아파트의 숨은 실세 이충원(박병은)과 대립한다. 사진 제공 JTBC ‘아파트’

JTBC 드라마 ‘아파트’는 아파트 속 숨겨진 돈을 접수하기 위해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선거에 출마한 오아시스파 전직 보스 박해강(지성)이 주민들과 함께 비리를 타파해가는 이야기다. 이 과정에서 아파트의 숨은 실세 이충원(박병은)과 대립한다. 사진 제공 JTBC ‘아파트’


 

현실에 있을 법한 일상이 주는 통쾌함

 

‘아파트’를 집필한 김윤영 작가는 이 드라마를 “생활 밀착형 휴먼 소동극”이라 부르며 “내 집과 이웃에게 관심을 가져보게 만드는 작품으로 기억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조폭과 조폭적 권력, 정상가족과 간헐적 가족이 얽히고 때로는 뒤집히는 이 세계가 통쾌한 건, 뒤집힌 결과 때문만은 아니다. 장충금을 둘러싼 아파트 비리, 세금을 도둑질하는 불의한 권력 등 이 드라마가 보여주는 문제들이 현실에 있을 법해서, 아니 이미 넘치기 때문이다. 그런 문제에 맞서는 일은 거창하지 않다. 그동안 무관심했던 일들에 관심을 가지는 것. 드라마는 이 뻔할 수도 있는 교훈을 무겁게 설파하는 대신 소동극의 웃음 속에 살짝 비틀어 보여준다. 기 센 장르물 틈에서 오랜만에 만나는, 반가운 생활감이 있는 드라마다.

JTBC 드라마 ‘아파트’는 아파트 속 숨겨진 돈을 접수하기 위해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선거에 출마한 오아시스파 전직 보스 박해강(지성)이 주민들과 함께 비리를 타파해가는 이야기다. 사진 JTBC ‘아파트’ 제공

JTBC 드라마 ‘아파트’는 아파트 속 숨겨진 돈을 접수하기 위해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선거에 출마한 오아시스파 전직 보스 박해강(지성)이 주민들과 함께 비리를 타파해가는 이야기다. 사진 JTBC ‘아파트’ 제공


 

오수경 자유기고가·‘드라마의 말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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