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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 앞둔 뚱뚱한 지구인

GDP 따라 늘어나는 비만의 세계화, 중국의 아프리카 제국주의 다룬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판 9월호… ‘김정은 정권의 근원과 앞날’도 짚어
등록 2012-09-12 10:17 수정 2020-05-03 04:26

미국 인디애나주 동부, 인구 1천 명 남짓한 소도시 린에 가면 ‘골리앗캐스킷’이란 업체가 있다. 1985년 포레스트 데이비스란 용접공이 창업한 이 업체는 그의 아들인 키이스가 물려받아 운영하고 있단다. ‘하비스트’부터 ‘홈스티드’까지 크기와 모양에 따라 5개 종류로 나뉜 이 업체의 주력 상품은 ‘관’이다. 사람이 죽으면 주검을 담아 매장할 때 쓰는 그 ‘관’ 말이다.

베네수엘라, 유례없이 긴 선거 사회주의

보통 관은 아니다. 말하자면, ‘엑스엑스라지’(XXL)쯤 되는 ‘대형 관’이다. 이 업체 홈페이지(oversizecasket.com)는 창업자 데이비스가 용접공 일을 그만두며 동료들에게 했다는 말을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어이 친구들, 난 이제 그만 집에 가야겠어. 가서, 아주 큰 관을 만들 거야. 자네들이 모친 장례식 때 쓸 수 있을 만큼 큰 것으로 말이야.”

한국판 9월호는 ‘비만의 정치학’을 표지로 올렸다. 작가 브누아 브레빌은 글 서두에서 ‘골리앗캐스킷’을 소개하며 “미국 성인의 3분의 1은 과체중, 다른 3분의 1은 비만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살 빼는 약부터 군대식 다이어트 캠프에, 초고가 외과 시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비만 퇴치 프로그램이 거대한 시장을 이루고 있는 이유다. 어디 미국뿐일까? 브레빌이 “개인의 체중이 마치 국내총생산(GDP)의 성장과 연동해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한 것처럼, 경제성장과 궤를 같이한 ‘비만의 세계화’가 지구촌 전역에서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특집으로 꾸민 ‘중국, 제국주의로 가나’는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중국의 달라진 위상을 실감하게 한다. 마이클 클레어 미 햄프셔대학 교수는 중국과 아프리카 대륙 각국의 교역량이 최근 2년 새 89%라는 ‘전례없는’ 증가율을 보인 점에 주목한다. 중국 상품이 아프리카 시장에 넘쳐나고, 아프리카의 막대한 천연자원은 중국으로 향하고 있다. 클레어 교수는 “중국이 원자재 확보를 최우선시하는 정책을 지속한다면 풍부한 자연자원에서 나오는 이익을 독점하는 수출국 정부와 유착해 결과적으로 과거 식민지 세력들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오는 10월7일 6년 임기의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는 베네수엘라의 정세를 전망한 스티브 엘너 오리엔테대학 교수의 글도 눈여겨볼 만하다. 1999년 2월 취임한 우고 차베스 대통령은 쿠데타 등 우여곡절을 겪긴 했지만, 벌써 12년여를 장기 집권하고 있다. 연임에 성공하면 그의 재임 기간은 18년이 된다. 엘너 교수의 표현처럼 “어쩌면 너무 긴” 기간이다. 그는 “차베스가 승리하면 베네수엘라의 사회주의화는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며, 남미를 가로지르는 ‘좌파 벨트’도 견고해질 것”이라며 “민주적으로 선출된 국가원수의 통치 아래 이렇게 오랫동안 한 나라의 사회주의 전환이 진행되는 것은 현대사에서 유례없는 경험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북관, ‘우리 안의 오리엔탈리즘’

한국판 기획으로는 ‘북한 김정은 정권의 근원과 앞날’을 짚었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통일학부)는 최근 쏟아지는 북쪽에 관한 확인하기 어려운 추측과 기대 섞인 반응을 ‘우리 안의 오리엔탈리즘’이라 꼬집었다. “있는 그대로의 북한은 없다”는 게다. 김 교수는 “외교정책은 상호작용이며, 북한의 변화에서도 가장 중요한 영역”이라며 “북한의 변화를 원한다면 거울 속의 자신의 모습을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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