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르주 심농 아저씨, 안녕하세요. 1903년 벨기에에서 태어나 16살부터(헉!) 지의 기자로 활동, 1천 편의 기사를 쓰는 것과 더불어 기자 생활 3년 만에 첫 소설을 발간(헉헉!), 1922년 프랑스 파리로 옮겨가 20개의 필명으로 수백 편의 소설을 쓰고(헉헉헉!), 1929년부터 103편의 ‘매그레 시리즈’를 쓰고 1972년까지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던 심농 아저씨.
원고지 7~8장 분량의 글을 쓰는데, 아저씨의 이력을 요약하고 또 요약했는데도 벌써 1매가 넘어갑니다. 어쨌거나, 5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돼 5억 권 이상이 팔려나갔다는 ‘매그레 시리즈’가 지난해 4월 한국에서도 번역판이 나왔거든요(열린책들 펴냄). 카뮈, 지드, 헤밍웨이 등 거장에게서 수많은 찬사를 받았다는 그 작품, 예컨대 헤밍웨이 아저씨는 이렇게 말했다면서요. “만약 아프리카 우림에서 비 때문에 꼼짝하지 못하게 되었다면, 심농을 읽는 것보다 더 좋은 대처법은 없다.” 이런 매력이라니요. 당연히 저도 읽어보겠다 마음먹었습니다. 더불어 소설 속 매그레 아저씨는 엄청난 대식가라 음식 이야기가 시시콜콜 곁들여진다는 정보도 입수했습니다. 일타쌍피, 재미도 얻고 원고도 쓸 수 있겠구나. 네, 그러니까 이 시리즈는 제가 지난해 4월, 이 칼럼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제 마음 속에 있었어요.
기대에 찬 어느 주말이었어요. 적어도 몇 시간 이야기에 매섭게 빠져들겠거니 생각하고, 전 책 읽기에 앞서 대대적인 준비를 했답니다. 미리 화장실에 갔다 왔고요. 강아지, 고양이가 방해하지 않도록 밥과 물을 충분히 줬어요. 거슬리지 않는 음악을 틀어주는 채널에 라디오 주파수도 맞췄어요. 곧잘 발이 시려워지는 편이라 보송보송한 양말도 신고, 담요도 준비했어요. 책을 받칠 쿠션도요. 이 모든 걸 마치고 저는 소파에 장착됐습니다. 그런데, 기대가, 욕심이, 칼럼까지 해결하겠다는 꼼수가 너무 컸던 걸까요. 저는 1권 의 절반까지 가지도 못해 집중력이 떨어졌습니다. 왜 어릴 적 완파한 셜록 홈스 시리즈만큼 빠져들지 못했을까요. 그때는 공부하란 엄마의 잔소리를 피하려고 읽었고, 지금은 일하려고 읽으려 들었기 때문일까요.
몇 번의 주말, 몇 번의 시도를 했어요. 여전히 이야기에 집중하진 못했고, 앞부분만 무한반복 읽었죠. 에서 매그레 아저씨가 주문한 바게트 샌드위치와 맥주가 묘사될 때는 여지없이 군침이 돌았어요. 기다란 빵 사이에 고기를 푸짐하게 넣은 샌드위치와 맥주의 조합은 정말이지 탁월한 것 같아요.
돌아오는 주말에는 큰 욕심을 부리지 않고, 다시 이야기에 집중해볼까 해요.(이미 칼럼도 썼으니까요.) 다시 군침 삼키지 않으려면 저도 바게트 샌드위치와 맥주를 준비해야 할 것 같아요. 요즘은 날씨가 좋으니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 봄바람도 안주 삼아서. 그렇게 맥주 기운에 기대 슬렁슬렁 책장을 넘기다 보면 심농 아저씨가 매그레 시리즈를 통해 전하려 했던 ‘인간에 대한 이해’를 조금이라도 깨치는 순간이 오지 않을까요.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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