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 이거 어디 갔냐 했더니 지금도 발행된다. ‘건강한 삶의 든든한 동반자 since 1983’이란다. 고등학교 때 는 ‘남학생들의 동반자’이긴 했다. 그때 학교 아래 구멍가게에서는 낱권 500원에 과월호를 팔았다. ‘건강한 처자’들이 많이 등장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건강’인 줄 알았는데. 그래도, 영어 공부한답시고 도 보던 건전한 시절이었다.
창간호는 참으로 건전했다. 그날은 1988년 5월15일 일요일이었다. 그때는 일요일치 신문이 발행되던, 그러니까 토요일에도 일해야 하는, 기자들에게는 다른 의미에서 참으로 엄혹한 시절이었다. 36면짜리 창간호 1면에는 백두산 천지 사진이 큼지막이 실렸다. 통일, 양심수, 5·18, 노조 파괴, 철거민, 언론통제, 고문, 참교육, 직업병 관련 기사가 숨 쉴 틈 없이 이어졌다. 그럴 만도 했다. 그전까지는 어느 신문도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으니까. 김수환·박형규·송월주·리영희·고은·백낙청·황석영·김지하의 글이 신문에 묵직함을 더했다. 가 2012년까지 이어온 특유의 재미없음으로 한국 언론의 해방구만 열었다면 그건 착각이다. 창간호에는 또 다른 해방구가 숨어 있었다.
<한겨레21> 정용일
‘염병막이 금줄에 걸린 愛慾의 그림자! 그날, 아궁이 불빛은 요염했다! 끈질긴 色業의 오랏줄! 목수쟁이 여편네는 천하절색이었다!’ 이두용 감독, 강수연 주연의 영화 (業)의 광고가 창간호 6면 하단에 실렸다. 색업이라니. 이 토속적인 카피는 지금 읽어도 영감을 준다. 언젠가 기사에 반드시 써먹을 테다. 라는 영화의 카피도 대단하다. ‘妙한 戀愛事件이 터졌다! 아웃사이더의 청춘우상 로브·로우가 농염한 에로티시즘의 화신 재크린·비셋트와 뜨거운 사랑에 빠졌다. 관능과 요염의 결정 재크린·비세트, 아웃사이더의 화신 로브·로우, 全美·대학기숙사의 영웅 앤드류·맥카디.’ 하나의 카피 안에 비셋트와 비세트가 공존한다. 대가리는 비셋트에, 꼬리는 비세트에 담가넣은 이 불일치는, 한국에서의 포스트모던 담론을 선취한 것이 아닌가 싶다. 게다가 ‘전미 대학기숙사의 영웅’이라니, 이건 앞으로도 기사에 못 써먹는다. 영화 카피는 어느 술집 벽에 수정액으로 누군가 써갈긴 오그라듦이다. ‘女性, 날개, 香氣, 사랑 그리고 코코·샤넬… 그녀의 손길 닿는 곳마다 사랑이 탄생했다! 첫 남자에게서 그녀는 휘파람을 배웠다. 마지막 남자에게서 그녀가 배운 것은 사랑의 배신이었다!’ 어우.
당시 신문 영화 광고는 YMCA나 여성단체로부터 선정적이라는 비판을 수시로 당했다. 단성사 같은 단관 상영관에서 1990년대 후반 복합 상영관 시대로 접어들자 이런 신문 영화 광고는 사라졌다. 신문 영화 광고는 나의 ‘개인교수’였다. 실비아 크리스텔, 어디 갔어. 실비아는 60살, 재클린은 68살이다. 젠장.
2012년 3월9일치 11면 하단, 걸그룹 소녀시대 태연의 생일 광고가 실렸다. 좋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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